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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트초코가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이 치약 맛 아니냐는 말을 했지만, 요즘에는 '민초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랑을 받고 있지 않나. 우리 영화가 그 맛을 닮은 것 같다."
영화 '킬링 로맨스'에서 여래 역을 맡은 배우 이하늬가 말했다. 10일 배우 이선균, 이원석 감독과 함께 참석한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진행된 영화 '킬링로맨스' 언론시사회에서다. '킬링로맨스'는 콸라섬 재벌 ‘조나단’(이선균)과 운명적 사랑에 빠져 돌연 은퇴를 선언한 톱스타 ‘여래’(이하늬)가 팬클럽 3기 출신 사수생 ‘범우’(공명)를 만나 기상천외한 컴백 작전을 모의하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독특한 소재의 작품이다. '킬링로맨스'의 연출을 맡은 것은 과거 '남자사용설명서'(2013) 등의 작품을 통해 대중의 사랑을 받은 이원석 감독. 그는 키치한 감성과 함께 코미디, 서스펜스, 로맨스, 드라마,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를 한 작품에 버무려 완성했다. 그는 "처음 작가님께 대본을 받았을 때 남편을 죽이는 이야기를 코미디로 한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그 맞지 않는 엇박자가 재미있겠다 싶었다"라고 합류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
'킬링로맨스'에 출연한 배우 이하늬, 이선균, 공명 모두 파격 변신을 감행했다. 먼저 이하늬는 화려한 스크린 컴백을 꿈꾸는 톱스타 여래 역을 맡아, 여배우로 잘 나가는 모습부터 발 연기로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모습까지 한눈에 담기도록 소화하며 매력을 발산했다. 특히, 그가 직접 부른 들국화의 곡 '제발'은 조나단이라는 성에 갇힌 여래의 감정을 가장 진하게 관객에게 전해주는 대목.
이하늬는 직접 들국화의 곡 '제발'과 비의 곡 '레이니즘'을 개사한 '여래이즘'을 부른 소감을 밝혔다. 그는 "뮤지컬 영화라고 하는 장르도 아니고, 여래에게 '제발'이나 '여래이즘'같은 곡이 일상생활에서도 흥얼흥얼 같은 느낌이라서, 노래를 잘 부를 필요가 없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사람마다 힘들 때 부르는 노래가 있고, 힘들 때 위로가 되는 노래가 있지 않나. 그런 것들을 생각하며 '제발'을 불렀다. 조나단의 폭력을 견디고 골방에서 혼자 울었을 여래가 불렀을 노래라고 생각했다. 동시녹음으로 한 것이 음질이 좋지 않아 녹음실에서 다시 녹음했는데, 아주 미묘한 차이로 동시녹음을 따라갈 수 없더라. 음악감독님께서 구사일생으로 동시 녹음한 버전을 살려주셔서 스크린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됐다"라고 후일담도 덧붙여 밝혔다. -
이선균은 광기와 집착의 아이콘, 섬나라 재벌 조나단 나 역을 맡아 복장부터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완성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재미있게 봤다"라고 운을 떼었다. 그는 "과장되고 만화적인 캐릭터를 하다 보니, 주저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오히려 인물에 다가간다고 느끼며, 캐릭터를 구축하고 나니 오히려 자유로웠던 것 같다. 조나단 옷을 잘 입혀주셔서 가면 놀이 하듯이 접근했다"라고 밝혔다.
이선균은 H.O.T의 곡 '행복'을 다양한 버전의 감정으로 소화했다. 그 역시 조나단에게 '행복'이 어떤 곡인지 여러 번 질문을 했고, 이원석 감독에게도 물었다. 이선균은 "여래는 곡이 나올 때, 상황이 있는데 저는 느닷없이 '행복'이 나온다. 이걸 부를 서사를 나름 만들어야 하는데, 감독님에게 들은 답은 '조나단에게 '행복'이 정체성 같은 곡'이라고 듣고, 그렇게 생각하며 임했다"라고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남다른 역할을 한 가수도 있었다. 바로 '여래이즘'의 원곡 가수 비였다. 이하늬는 "비와 통화했다. '여래이즘'의 가사가 '배드 보이(bad boy)'가 아닌 '배드 걸(bad girl)'이라서 다시 녹음해야 했다. 그런데 완전 무보수로 정말 흔쾌히 녹음해주셨다. 정말 의리 있는 '레이니즘' 월드 스타 비 씨께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라고 현장에서 훈훈한 미담을 덧붙였다. -
이원석 감독의 작품 '남자사용설명서'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오정세는 특별 출연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이원석 감독은 오정세의 특별 출연에 대해 "'남자사용설명서'에 나오는 캐릭터가 10년 후, 뭘 할까에 대한 이야기 중 찜질방, 가라오케 하다가 실패해서 우울한 삶을 사는 인물이 됐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었다. 그래서 잘됐다 싶어서 부탁했는데 흔쾌히 해주셨다"라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이원석 감독은 '남자사용설명서'에 비해 '킬링 로맨스'가 좀 더 "대중적인 작품"이라고 밝혔다. 그는 "'남자사용설명서'가 성공에 대한 이야기라면, '킬링로맨스'는 동화적인 주제로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밀고 가고 싶었다. 관객이 보면 현실인지 판타지인지 헷갈리게 하면서 끝까지 몰고 가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바로 "용기"였다. 웨스 앤더슨 감독의 작품이 떠오를 정도로 대칭과 과감한 삼각형 등이 떠오르는 비주얼 속에서 이하늬, 이선균, 공명은 현실판 동화가 되어 뛰논다. 이원석 감독은 "살면서 어느 순간 정체된 때가 오지 않나. 변화 없이 멈춰 있을 때, 누군가 진심으로 위해주는 마음이 변화하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나쁜 일 하면 벌 받는다는 것도 이야기하고 싶었다"라고 담고자 했던 메시지를 전했다.
한편, 동화 같은 이야기 속에 이하늬, 이선균, 공명이 전하는 웃음과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영화 '킬링 로맨스'는 오는 4월 14일 개봉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 조명현 기자 midol1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