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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와 함께 신사업 동력으로 떠올랐던 가상인간 사업이 수익성 활로를 찾지 못하며 바람 앞의 등불 신세로 전락했다.
4일 증권사 관계자에 따르면 AI휴먼을 비롯한 가상인간 사업은 수익 창출 문제 등으로 투자금이 대폭 줄고 있다. 가상인간 서비스가 기대만큼 사용자 만족도가 높지 않고 여러 규제 문제에 부닥쳐서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사회에서 가상인간은 광고 모델, 은행원, 쇼호스트, 관광 안내원, 큐레이터 등의 역할을 하며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았지만, 일부 가상인간 서비스의 경우 기대만큼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며 서비스가 폐지되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가상인간에 관한 관심은 처음보다 계속 줄고 있고 명확한 수익 모델이 마련되지 않은 기업도 있다”며 “가상인간 사업에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투자기관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고인이 된 유명인이나 가족을 가상인간으로 만드는 사업 역시 초기 블루오션이라는 기대를 받았지만, 죽은 사람의 동의 없이 가상인간 제작을 해도 되냐는 법과 윤리 등의 문제로 인해 사업 활로가 크게 만들어지지 못했다. 또 고인이 된 사람을 AI휴먼으로 만들기 위해선 많은 데이터가 필요한데, 충분한 데이터가 없어 구현하지 못하거나 높은 비용이 청구되는 문제 등이 발생 중이다.
정석윤 법무법인 원 인공지능대응팀 변호사는 “디지털 휴먼이나 AI휴먼에 관한 직접적인 법률 규정이 있지 않지만, 그 기술로 실제 존재하는 사람을 재현하는 경우에는 초상권이나 음성 등의 권리를 침해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그 사람의 허락을 받지 않고 그 사람과 동일한 AI휴먼, 디지털 휴먼을 만들어 영상을 배포하는 것은 민사상 불법행위에 해당하고, 보이스피싱 범죄에 악용하는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상인간 기업의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메타버스 아바타를 비롯해 가상인간 관련 사업에 대한 관심이 준 것은 사실”이라면서 “기업 CEO나 유명인을 대신하는 가상인간이 나오면 순간 관심은 끌지만 그 인기가 지속되진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초기 가상인간 사업이 유망 산업으로 떠오르면서 여러 경쟁사가 등장했는데, 좁은 시장에 경쟁자가 늘면서 수익 확보가 어려워진 점도 기업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 김동원 기자 thea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