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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랜 활동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온 원로가수 현미의 갑작스러운 별세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그녀가 별세 하루 전에도 독거노인을 위한 무대를 가진 것으로 밝혀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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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은 그간 사단법인 한국나눔연맹의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한국나눔연맹이 주최하는 효도 콘서트 무대에 올라 소외 노인과 독거노인의 마음을 위로하는 재능기부 활동을 펼쳐왔다.
별세 하루 전인 3일에도 경북 김천 한국효문화관에서 주최한 '실버효도콘서트' 무대에 올라 참석한 소외 노인과 독거노인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넸다고 한국나눔연맹은 전했다. 올해로 데뷔 66주년인 그녀의 마지막 무대가 소외된 이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무료 효도콘서트라 많은 이들에게 더욱 깊은 감명과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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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나눔연맹 관계자는 "3일 콘서트 때에도 변함없이 목소리에 에너지가 넘치고, 건강한 모습이라 마지막 무대가 될 줄 몰랐다"며 "어려운 분들을 위해 자신이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하라 하시던 인정 많은 분이었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1957년 당시 스무살이었던 故 현미는 미8군 무대를 통해 연예 활동을 시작했다. 칼춤 무용수로 무대에 올랐으나, 어느 여가수가 펑크 낸 일정에 대타로 마이크를 잡으며 그의 가수 인생이 시작됐다.
이때부터 현미를 눈여겨본 작곡가 故 이봉조와 3년간 연애한 뒤 결혼했다지만 법적 부부 사이는 아니었다.
1962년 발표한 데뷔 음반에 수록된 '밤안개'로 현미는 큰 인기를 누렸고, 남편 이봉조와 콤비를 이뤄 '보고 싶은 얼굴', '떠날 때는 말없이', '몽땅 내 사랑', '무작정 좋았어요' 등을 히트곡을 연달아 발표했다.
그의 대표곡 '밤안개'는 전설적 재즈 가수 냇 킹 콜(Nat King Cole)의 노래 '잇츠 어 론섬 올드 타운(It's A Lonesome Old Town)'을 현미와 이봉조가 라디오에서 원곡을 듣고 감명받아 우리말 가사를 붙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2007년 데뷔 50주년을 맞아 연 기자회견에서 "80년이든 90년이든 이가 확 빠질 때까지 노래할 것"이라며 "은퇴는 목소리가 안 나오게 되면 할 것이다. 멋지고 떳떳하게 사라지는 게 참모습"이라고 음악에 대한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현미는 이봉조와 사이에서 아들 둘(이영곤·영준)을 슬하에 뒀다. 장남 이영곤은 과거 가수 활동을 하기도 했다. 1980년대 '사랑은 유리 같은 것'으로 유명한 가수 원준희가 현미의 둘째 며느리다. 또 현미는 가수 노사연과 배우 한상진의 이모이기도 하다.
1957년 미8군 무대를 시작으로 연예 활동을 시작하여 '밤안개'를 비롯한 수많은 히트곡과 왕성한 활동으로 사랑받았던 고인이 별이 되기 전 올랐던 마지막 무대는 특히 많은 이의 가슴속에 오래도록 희망으로 기억될 것이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 중앙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될 예정이다.
- 염도영 기자 doyoung0311@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