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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를 일컫는 말로 ‘디지털 트윈’이란 말이 있다. 말 그대로 디지털 쌍둥이를 말하는데, 현실 세계와 유사한 가상의 세계를 뜻한다. 그런데 디지털 트윈이란 용어로 검색해보면 상당히 정교한 건물들의 이미지를 발견할 수 있다. 흔히 이야기하는 메타버스와는 거리감이 있어 보이는 데 무슨 차이가 있는 걸까?
우선 메타버스에서의 디지털 트윈 중 대표적인 것들은 마인크래프트, 로블록스, 제페토 등의 플랫폼에서 구현된 형태가 있다. 마인크래프트에는 에펠탑과 피라미드, 청와대, 인천공항 등을 본뜬 건축물들이 있다. 로블록스에는 현대자동차 그룹의 스마트 시티, 에버랜드, GS25 편의점이 제페토에는 롯데월드에서 한강시민 공원까지 현실과 비슷한 가상의 세계가 존재한다. 이런 세상은 현실과 비슷하기는 하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다.
반면 디지털 트윈은 현실과 거의 일치하는 공간을 뜻한다. 따라서 정확한 현실 세계의 측량과 측정을 필요로 한다. 이에 필요한 기술들은 예를 들어 GPU의 대표 회사인 엔비디아에서 만든 옴니버스 플랫폼은 현실 세계의 모든 것들을 흡사하게 디지털 트윈으로 만들 수 있다. 이를 통해 스마트한 공장, 병원 심지어 도시까지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시뮬레이션 된 공간에서는 태양의 위치부터 중력까지 모든 것을 제어할 수 있기 때문에 현실 세계에서는 테스트하지 못하는 다양한 테스트를 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공장을 만들거나 건물을 지을 경우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게임엔진으로 유명한 유니티 역시 디지털 트윈 분야의 선두 주자다. 현대자동차는 유니티와 손을 잡고 세계 최고 수준의 메타 팩토리를 구축하겠다 선언한 바 있다. 국내 회사 중에서는 네이버에 주목해야 한다. 네이버는 네이버 랩스를 통해 ‘아크버스’ 전략을 공개했다. 아크버스는 인공지능, 로봇, 크라우드, 메타버스를 융합한 형태로 네이버의 제2 사옥 건축에 적용됐다. 이들의 이야기하는 것은 하나다. 보다 현실적인 메타버스를 위한 준비. 막연하게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메타버스에 접속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아닌 현실에 적용해 당장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형태가 바로 디지털 트윈이다.
이미 디지털 트윈은 공공기관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싱가포르는 버츄얼 싱가포르 프로젝트로 도시 전체를 복사했다. 국내에서는 전주시가 디지털 전주라는 이름으로 스마트 도시를 구축한 사례가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형태로 디지털 트윈은 국내, 국외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도심형 항공 모빌리티(UAM)와 자율주행 셔틀이 도시를 운행하게 되는데 있어서도 미리 도시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디지털 트윈 기술의 적용은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단점은 없을까?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적용하는 것은 쉽다. 충분한 예산과 기간, 인력만 있으면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다. 문제는 무엇을 위해 구축하느냐는 ‘목적’이다. 2023년은 디지털 트윈의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충분한 목적성 없이 구축된다면 이용하는 사람 없이 공간만 남은 메타버스의 폐해를 다시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점을 주의하자.
[이임복 교수] 이임복은 세컨드브레인연구소 대표이자 금융연수원 겸임교수다. 다수의 기업, 금융기관, 공공기관에서 IT 트렌드와 스마트워크 등 메타버스 관련 프로젝트 및 자문에 참여하고 있다. 저서로는 ‘책 쓰는 토요일’, ‘메타버스 이미 시작된 미래’, ‘NFT 디지털 자산의 미래’ 등이 있으며 최근 메타버스 전문 뉴스 미디어 '메타리즘'에서 전문가 칼럼을 집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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