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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탐방]해외가 인정한 ‘韓 의료 AI’, 3차원 정밀 진단 시대 열다

기사입력 2023.03.27 18:46
코어라인소프트, 흉부 영상 3D로 분석하는 AI 기술 개발
미국·유럽 주요 병원에 기술 공급… 올해 코스닥 상장 추진
  • 코어라인소프트의 의료 판독 AI 제품이 국내를 넘어 미국, 유럽 등으로 판매되며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코어라인소프트
    ▲ 코어라인소프트의 의료 판독 AI 제품이 국내를 넘어 미국, 유럽 등으로 판매되며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코어라인소프트

    의사 가운을 입은 인공지능(AI)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AI 기술 발전에 따라 질병 진단과 예측, 예방, 신약 개발 등에 AI를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1년 약 110억 달러(약 14조 원)였던 의료 AI 시장 규모는 연평균 37% 성장해 2030년에는 약 1880억 달러(약 234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의료 분야에서 AI가 주로 활용되는 분야는 질병 진단이다. 엑스레이나 MRI 등 의료 영상을 판독해 이상 여부를 찾아내는 비전 AI 기술은 의사의 경험이나 실력, 컨디션에 상관없이 환자의 의심 질환을 정확히 찾아내는 유용한 도구로써 활용되고 있다. 이 같은 질병 진단 AI 기술은 현재 많은 국내 기업들이 개발·납품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기술 수준인 미국, 중국보다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9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2022년도 보건의료·산업기술수준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AI 질병 진단·치료 시스템 기술 수준은 미국, 중국, 유럽에 뒤처진 것으로 조사됐다. 최고기술 보유국의 기술 수준을 100점 만점으로 두고 상대적 기술 수준을 평가했을 때 국내 기술 점수는 75점이었다. 미국(100점), 중국(88.5점) 유럽(83.5점)과 비교해 점수 격차가 컸다. 기술 수준은 1위 미국보다 2.9년 뒤처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기술력만으로 미국과 유럽 시장에 깃발을 꽂은 의료 AI 기업이 있다. 3D 영상 소프트웨어와 AI 기반 폐 결절 검출 솔루션 등을 개발한 ‘코어라인소프트’다. 이 기업은 국내뿐 아니라 독일,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 유럽 병원에 AI 기반 검출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이달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AI 기반 폐 결절 검출 솔루션에 대한 의료기기 인증을 획득하며, 미국 수출길을 열었다. AI 기반 폐 결절 검출 솔루션의 FDA 허가 획득은 코어라인소프트 제품이 세계적으로 5번째이자 국내에선 처음이다.

    코어라인소프트는 최근 상승세를 기반으로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국거래소가 지정한 기술성 전문 평가기관인 기술보증기금과 한국발명진흥회로부터 기술성 평가를 A, A로 통과한 데 이어 지난 17일에는 한국거래소에 코스닥 상장을 위한 예비 심사를 청구했다. 회사가 예비 심사를 청구한 17일 코어라인소프트에 방문해 AI 기반 의료 솔루션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 코어라인소프트는 기존 2차원 의료 판독 AI 기술과 달리 CT 영상을 3차원으로 분석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코어라인소프트
    ▲ 코어라인소프트는 기존 2차원 의료 판독 AI 기술과 달리 CT 영상을 3차원으로 분석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코어라인소프트

    ◇“차원이 다른 기술”, 의료 영상을 3차원으로 분석

    “우리 기술은 질병 진단 AI 중 차원이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진국 코어라인소프트 대표의 말이다. 그의 말대로 코어라인소프트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2차원 기술이 아닌 3차원 기술로 CT 영상을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2차원 기술이 일반적인 엑스레이 영상처럼 한눈에 볼 수 있는 영상을 AI로 분석하는 기술이라면 3차원 기술은 수백 장이 입체로 쌓여 있는 영상을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기술이다. 영상 자체가 입체적으로 되어 있어 혈관 경계 구조나 두께 등 기존 2차원 영상에서 알 수 없었던 진단이 가능하다. 김 대표는 “같은 의료 AI 기술이라고 해도 3차원 분석에 사용되는 AI는 학습하는 데이터 자체가 달라, 진단 범위가 다르다”며 “우리는 3차원에 사용할 수 있는 의료 데이터를 병원과 협업해 꾸준히 모아왔고 3D 분석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차원이 다른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코어라인소프트는 해당 기술을 토대로 우선 폐 진단에 적용했다. 폐암이 국내 사망률 1위 질병이고, 미세먼지 등으로 인해 폐 질병은 갈수록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서다. 실제로 폐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사망률을 크게 줄일 수 있지만, 조기 증상이 없어 발견이 쉽지 않은 질병으로 알려져 있다. 김 대표는 “폐 질환은 특히 조기 발견이 중요한 질병”이라며 “CT 촬영으로 환자의 폐 위험률을 정확히 알아내기 위해 AI 보조 솔루션을 개발했다”고 했다.

  • 김진국 코어라인소프트 대표는 “한 번의 영상 촬영으로 여러 질환을 찾아내는 AI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김동원 기자
    ▲ 김진국 코어라인소프트 대표는 “한 번의 영상 촬영으로 여러 질환을 찾아내는 AI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김동원 기자

    ◇국내 시장 넘어 해외 중요 병원에 제품 공급

    코어라인소프트가 개발한 AI 기반 폐 결절 검출 솔루션은 이미 국내외 병원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대표 AI 진단 제품인 ‘에이뷰 LCS 플러스’는 2017년부터 국가 폐암 검진 판독지원 솔루션으로 단독 공급되고 있다. 국립암센터, 서울대병원 등 국내 90여 개 병원에서 이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협력이 이어지고 있다. 유럽에는 독일,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의 병원과 협력하고 있고 아시아에서도 대만 등의 국가와 협업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독일 유명 헬스케어 그룹인 ‘성 아우구스티누스 그룹’ 산하 병원과 벨기에 대형 병원인 ‘델타 종합병원’ 등과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는 프랑스 최대 사립병원 그룹인 ‘에르쌍(ELSAN)’이 운영하는 종합병원 ‘빠끄병원’에 제품을 판매했다. 이를 통해 에르쌍의 100여 개 이상 계열 병원에 솔루션을 판매할 수 있는 교도부를 만들었다.

    AI 강국인 미국에서의 실적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초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의 하버-UCLA와 ‘에이뷰 CAC’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하버-UCLA는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에 위치한 570병상 규모의 공립 교육 병원이다. 연간 9만 명가량이 이 병원의 메디컬센터에서 검진을 받는다. 코어라인소프트는 이번 공급 계약으로 메디컬센터에서 이뤄지는 환자 검진 중 심장 CT 영상 분석에 자사 에이뷰 CAC가 사용된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미국 FDA로부터 AI 기반 폐 결절 검출 솔루션 제품 ‘에이뷰(AVIEW) Lung Nodule CAD’ 허가 인증을 획득했다. 미 FDA로부터 AI 의료기기를 판매해도 좋다는 허가를 받은 것이다. 김 대표는 미 FDA 인증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밝혔다. 의료는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분야이기 때문에 새로운 의료기기 도입에 보수적일 수밖에 없어 판매하고자 하는 기기가 안정적이라는 인증이 필요한데, 까다롭기로 유명한 FDA로부터 허가 인증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과거 FDA는 유럽에서 널리 사용되는 약이 위험성이 있다고 판매를 중단시킨 적이 있는데, 그 약을 임산부가 복용하는 경우 기형아가 나올 확률이 높다는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며 “그만큼 FDA는 의료 제품을 까다롭게 검증하기로 유명한데, 여기서 인증을 받았다는 것은 미국뿐 아니라 어느 나라에서도 우리 의료기기를 이용해도 안전하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FDA 허가가 나온 후 미국 고객사로부터 좋은 반응이 나오고 있다”며 “향후 제품 판매가 빠르게 증가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코어라인소프트는 흉부질환 판독 AI 기술 외에도 다양한 부위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AI 기술을 개발·공급하고 있다. /코어라인소프트
    ▲ 코어라인소프트는 흉부질환 판독 AI 기술 외에도 다양한 부위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AI 기술을 개발·공급하고 있다. /코어라인소프트

    ◇AI 의료계의 명품, 새로운 진단 시대 꿈꾼다

    코어라인소프트는 자사 기술을 ‘명품’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타 의료 AI 기업들이 수익 문제 등을 이유로 타 분야로 사업 방향을 넓혀가는 것과 달리, 의료 분야에만 초점을 맞춰 기술력을 지속 고도화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명품은 일관성, 기술, 희소성, 역사성, 현대성 등의 조건이 필요한데, 우리는 한결같이 흉부 전문 분야 기술을 고도화해 일관성과 기술력을 갖췄고 관련 기술을 지속 개발해온 만큼 정통 기술과 최신 기술을 결합해 역사성과 현대성 등을 두루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우리의 사업 방향은 고객이 실제로 사용하기 편한 기술을 만드는 것”이라며 “병원에서 사용이 쉽고 실질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기술을 계속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코어라인소프트는 익히 알려진 흉부질환 판독 AI 기술 외에도 뼈, 장기, 혈관 등 인체 각 부위를 자동으로 구분해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AI 신체 장기 완전 자동 윤곽 형성 솔루션 ‘에이뷰 에이씨에스’ 등 다양한 기술을 개발·확보해가고 있다. 이를 토대로 한 번의 영상 촬영으로 환자의 모든 질환을 AI로 검사할 수 있는 미래 의료 시대를 열어가겠다는 포부다. 김 대표는 “현재 고위험 질환 환자의 경우 폐암 검진 때문에 흉부 CT를 촬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의 경우 폐뿐만 아니라 심장이나 골밀도, 근육량 등 다른 부분에도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는 한 번의 촬영으로 여러 질환 지표를 찾아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부분을 고객사에서도 많이 요구하고 있어서 지속 기술을 고도화해 새로운 진단 시대를 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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