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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미국 보스턴에서는 전미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범죄로 손꼽히는 사건이 발생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무려 13명의 여성이 잔혹한 수법으로 살해되었지만, 지금까지 미제로 남아있는 ‘보스턴 연쇄살인 사건’이다. 이 사건은 봉준호 감독이 영화 ‘살인의 추억’(2003년)의 시나리오를 쓰며 참고했던 것으로 알려진 이후 ‘미국판 살인의 추억’이라고 불리며 국내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았었다.
17일 공개된 디즈니+의 오리지널 영화 ‘보스턴 교살자’는 보스턴 연쇄살인 사건을 세상에 처음 알린 기자 ‘로레타’와 그녀의 동료 ‘진’의 시선으로 이 사건을 다시 추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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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보스턴 일대에서는 세 명의 여성이 목 졸려 살해당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레코드 아메리칸’ 신문의 ‘로레타’는 세 건의 살인사건 사이의 연결고리를 발견하지만, 생활부 소속이란 이유로 사건에 대한 기사를 쓰지 못한다. 그 사이 네 번째 살인사건이 또다시 발생하고, 그제야 해당 사건이 연쇄살인 사건일 가능성을 제기하는 로레타의 기사가 신문에 실린다.
로레타의 기사로 모두가 보스턴 연쇄살인 사건에 주목하고, 도시는 공포에 휩싸인다. 로레타는 동료 ‘진’과 함께 본격적인 취재를 시작하지만, 신문 판매를 높이기 위해 로레타와 진의 사진을 함께 게재한 신문으로 인해 정체불명의 교살자로부터 언제 어디서 공격받을지 모를 위협을 받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로레타는 이로 이해 가정불화까지 안게 되는데. 과연 이들은 사건의 진실을 끝까지 밝힐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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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보스턴 연쇄살인 사건 자체보다는 로레타와 진이 사건을 쫓는 과정에 더 집중한다. 연출 및 각본을 맡은 맷 러스킨 감독은 “수사를 담당했던 형사들보다 두 저널리스트에 대한 이야기에 끌렸다”고 고백했는데, 이는 새로운 관점에서 보스턴 연쇄살인 사건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섬세한 고증을 통해 현실감 있게 재현한 1960년대 보스턴의 모습과 생활상은 로레타의 상황이 얼마나 열악했는지를 더욱 실감 나게 보여준다.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상황 속에 좌절을 맞보면서도 취재를 멈추지 않았던 그녀들의 모습을 통해 진짜 기자가 가져야 할 열정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실제 조사에 앞장섰던 두 명의 여성 기자에 초점을 맞춘 만큼 범죄 스릴러로써의 긴장감은 그리 높지 않지만, 사건 취재를 통해 성장해가는 인물들의 서사를 완성도 높게 보여주는 영화는 높은 몰입도를 안겨준다. 여느 범죄 영화와는 다른 재미와 여운을 선사할 영화 ‘보스턴 교살자’. 영화는 디즈니+에서 확인할 수 있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