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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인터뷰에는 시리즈 '더 글로리'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한 네티즌은 '더 글로리' 속 차주영이 보여준 최혜정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정말 칼 춤추는 망나니는 최혜정이었다'라고. 최혜정은 그만큼 강렬하다. 일단, 기본 선상부터 독특하다. 가해자 집단에 있지만, 세탁소집 딸이다. 부유하지 않다. "문동은(송혜교) 아니면, 너였어"라는 연진이(임지연)의 말처럼, 가해자 집단에서 어울려 있지만, 또 한 번도 이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혜정이에게 '칼'이 쥐어진 순간, 그는 이를 단 한 순간도 주저하지 않고 휘두른다. 신들린 웃음과 함께 말이다.
그래서 강렬했다. 차주영과 최혜정의 만남부터 그랬다. 혜정이 역에 차주영이 확정된 것은 가장 마지막이었다. 무려 두 달 가까이 안길호 감독과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남을 가진 끝에 기회를 잡았다. 어느 날 안길호 감독은 차주영에게 '어떻게 지냈어요?'라고 물었고, 차주영은 'X같이 지냈어요'라고 답했다. 차주영은 지난 15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계획하고 한 건 아니고, 그 순간 계산을 한 거죠. 감독님과 만남에서 제가 아닌 혜정이로 들어간 것 같아요. '난 오늘 혜정이를 받아내고 말 거야'라는 생각으로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
차주영의 생각대로 됐다. 혜정이를 받아냈다. 받아내고 나니, 생각보다 어려운 캐릭터였다. 일단, 대놓고 '가슴 성형을 한' 캐릭터였다. 가진 건 자신의 몸뚱이밖에 없는 인물이지만, 그걸로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허영심 가득한 인물. 그런 혜정이를 그려내기 위해 5~6kg 정도 체중을 증량한 차주영은 "단언컨대 혜정이로 예뻐 보이거나, 비주얼적으로 욕심부린 지점은 단 한 지점도 없었어요. 혜정이가 충분히 예쁘게 나올 수 있었지만, 그렇게 보이고 싶지 않았어요"라고 말한다.
"어려운 캐릭터라서 레퍼런스를 찾아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찾아볼 수가 없더라고요. 주변에도 그런 인물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저에게서 끌어내야 했어요. 어찌 보면 너무 어려워서 더 단순하게 접근하려고 했어요. 그래서 평소에도 많이 격양된 상태로 지내려고 했어요. 휴대전화에 욕설로만 된 메모장이 있거든요. 그런 모습으로 작품 내내 있었어요. 집에서는 가족들도 있으니까 욕을 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양해를 구했어요. '이 시간부터 이 시간까지는 욕하는 시간이 있을 텐데, 놀라지 마세요'라고요. (웃음) 단순하게 혜정이의 마음으로 살았던 것 같아요." -
논란도 있었다. 특히, 재준(박성훈)의 집에서 만난 연진(임지연)이가 혜정(차주영)이 단 하나만 입고 있는 셔츠를 보고 "이 셔츠 내가 사준 거야. 알고나 입으라고"라고 말하자, 혜정은 바로 셔츠를 벗어 연진에게 던진다. 그리고 연진은 "지금 봐도 가슴 잘됐어"라고 비아냥 섞인 표정을 짓고 이네 불안한 표정으로 재준의 집을 나선다. 해당 장면에서 가슴 노출 장면까지 필요했는지에 대해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여러 의견이 오갔다. 차주영은 명확한 의견이 있었다.
"드디어 말씀드릴 수 있게 됐어요. 제가 혜정이라고 한다고 할 때부터 그 장면은 정해져 있던 장면이었어요. 꼭 필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했고요. 가슴 성형 수술한 인물이잖아요. 그래서 언급하신 장면은 제 모습에 CG(컴퓨터 그래픽)이 더해져 완성된 장면이었어요. 해당 장면을 위해 CG도, 대역도, 그리고 저도 준비가 되어있었어요."
"가진 게 몸밖에 없는 혜정이는 살면서 친구들을 단 한 순간도 이길 수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셔츠를 벗어젖히는 그 순간만큼은 남부러울 게 없는 거죠. 그 장면을 찍으면서 연진이랑 '혜정이 멋있다'라고 생각하며 찍었어요. 그래서 문제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정확하게 필요한 작업을 했다고 생각했어요." -
재준이에 대한 감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차주영은 혜정이가 재준이에게 가진 감정의 반은 "짝사랑"이고, 나머지 반은 "오기"라고 했다. "배우들은 '오기'라고 생각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반반 같아요. 욕망이 뒤틀려지지만, 기본적인 감정의 베이스에 사랑이 있었다고 생각했어요."
재준이는 혜정이가 목소리를 잃은 후에도 그의 말을 찰떡같이 알아들었다. 네티즌들은 그런 재준이의 모습에 '천생연분'이라는 반응을 이어가기도 했다. 그런 모습은 대본에서부터 정해져 있었다.
"실제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분들을 찾아보려고 했는데요. 케이스가 정말 다양하더라고요. 사실에 기반하되, 더 풍부하게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NG가 나지는 않았어요. 감독님께서는 더 정확하게 알아듣게 소리를 내달라고 하셨는데요. 대본에는 혜정이가 '아...으...' 정도 말하면, 재준이가 알아듣고, 이런 식이었어요." -
결말에 대한 생각도 언급했다. 혜정이를 생각하면 "참혹하다"라고 생각하지만, 그러면서도 "금방 회복해서 살아남을 방법을 찾을 것 같아요. 그 벌로 정신 차려서 조금이나마 좋은 사람으로 살아가길 바라고 있어요. 세치혀의 위험을 이제는 알고 있으니까요"라고 덧붙였다.
"연진이가 무기징역으로 평생을 살아간다고 가정한다면, 연진이가 가장 큰 벌을 받은 것 같아요. 그렇게 세상을 다 가졌던 친구가 자기 힘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로 놓여서 평생을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면, 죽는 것보다 고통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
'스튜어디스 혜정이'가 큰 사랑을 받자, 배우 차주영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그러면서 그가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했고, 5개 국어에 능통한 '엄친딸(엄마 친구 딸의 줄임말로 완벽한 여성이라는 뜻)'이라는 반전 매력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 차주영은 "이것도 바로잡습니다"라며 답변을 시작해 인터뷰 현장을 웃음 짓게 했다.
"저는 단 한 번도 5개 국어에 능통하다고 한 적이 없어요. 신인 때 했던 인터뷰가 일파만파 퍼진 건데요. 그때 '이런, 이런, 언어를 배워봤습니다'라고 한 거예요. 그렇게 못합니다. 워낙 언어 공부에 관심이 많아서 준비한 정도예요. 영어도 잘 사용하지 않으면 잘 못하고요. 심지어 제 생각을 한국어로 전달하기도 어려운 것 같아요. 그 부분은 부풀려진 것 같아요. 제가 고등학교 때 영어도 모르는 채로 유학하러 갔거든요. 살아남기 위해서 배운 영어예요. 당시 제가 학생회장이었다는 말도 있는데요. 학생회장이 아니고, 제가 다녔던 외국 고등학교에서는 학생회에 들어가 직책을 맡은 한국인이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이야기가 학생회장이라고 알려져 버렸어요."
차주영은 미국 유타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 금융권에서 일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배우의 길을 선택하고 그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런 시간이 7년이 지났다. 차주영은 "저의 성향과 배우라는 직업이 아주 딱 들어맞지는 않는 것 같아요"라고 솔직하게 답변을 꺼냈다. -
"저는 혼자 조용히 일을 처리하고, 혼자 살아남기 위해 독립심이 커진 것 같아요. 그런데 '더 글로리'라는 좋은 작품을 만나고, 좋은 동료들을 만나며 함께 작품을 만들어 나가는 마음에 대해 좋은 영향을 받았어요. 배우로서도 자신감이 많이 생겼고요. 답이 정해져 있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은 늘 있었는데요. '정말 틀에 박힌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겠다, 많이 시도해봐도 되겠다, 깨져봐도 되겠다, 무서워하지 말자'라는 생각들을 하게 돼 조금 반갑더라고요."
그런 차주영은 "아직 보여드리지 못한 게 더 많아서요"라고 이어질 도전에 대해 이야기했다. '더 글로리'에서 '스튜어디스 혜정이'로 각인된 그가 보여줄 더 많은 인물에 대해 기대감이 더해지는 이유다.
한편, 차주영이 열연한 시리즈 '더 글로리'는 넷플릭스를 통해 전편 공개됐으며, 그는 오는 25일 첫 방송 예정인 KBS2 주말드라마 '진짜가 나타났다'에서 기업 비서실장 장세진 역으로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 조명현 기자 midol1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