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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보아를 대체할 수 있을까. 이제는 1세대라고 불리는, 2000년 '솔로' 가수로 시작해, 4세대라고 불리는 지금까지 활동을 펼쳐 온, 말 그대로 "청춘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보아의 독보적 존재감이 빛난 시간이었다.
12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는 보아의 데뷔 20주년 기념 단독 콘서트 'BoA 20th Anniversary Live - THE BoA : Musicalty'가 개최됐다. 이번 공연은 2020년 데뷔 20주년을 맞은 보아의 독보적인 음악 히스토리를 한 번에 되돌아볼 수 있었다. 보아는 "올해가 23주년인데, 코로나 때문에 오늘에서야 여러분을 찾아뵙게 되었다"라며 "이번 콘서트 콘셉트는 '다 같이 죽자!'다. 자비없는 콘서트"라며 소개했다.
◆ 휘몰아치는 '허리케인 비너스' -
'다 같이 죽자'라는 말은 괜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팬들은 공연의 시작과 동시에 객석에서 일어났고, 보아는 오프닝 곡 'Breath'를 시작으로 'CAMO', 'Copy & Paste', 'Hurricane Venus', 'Forgive Me', 'Eat You Up', 그리고 'My Name'까지 무려 7곡의 무대를 연달아 선보였다. 말 그대로 "휘몰아치는" 시간이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핸드 마이크를 들고 등장했다는 점이다. 좀 더 현장감 있는 라이브를 선사하고 싶은 보아의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여기에 다채로운 스테이지에 맞추어 시시각각 변하는 화려한 조명, 레이저와 밴드 세션의 풍성한 연주가 어우러졌다. 무엇보다 보아 역시 'Forgive Me' 무대에 일렉 기타를 메고 등장했다. 보아는 "락스타 느낌을 내보고 싶었다"라며 "제가 작고 소중하다. 기타가 저한테 너무 크죠? 들고 다니는데 무겁더라고요. 이번에 새로운 경험을 많이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밴드 세션과 하면 좋을 것 같다"라는 설명에 이어진 'ZIP (짓)' 무대와 보아만의 독보적 춤선이 돋보이는 'Better', 'Woman', 'Kiss My Lips' 무대가 이어졌다. 특히 핸드 마이크를 활용한 무대를 선보인 만큼, 기존에 보여줬던 모습과는 또 다른 강렬함을 완성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 20년 만에 다시 만난 '아틀란티스 소녀' -
가수로서 20년이라는 긴 시간을 쌓아온 만큼, 보아의 노래에는 그의 성장을 고스란히 녹여내고 있다. 데뷔곡을 시작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해왔던 보아는, 이번 공연에서 다시 '아틀란티스 소녀'로 돌아갔다. 특히 토롯코(이동차)를 타고 관객석 가까이에 와 팬들과 눈을 맞추며 노래를 부른 보아는 "여러분을 가까이 봐서 좋았다"라며 "보는 분들도 즐거우시겠지만, 하는 저희도 즐겁다. 여러분들께서 많이 응원해 주시니까 정말 감사하고 여러 기운도 많이 얻게 된다"라고 이와 같은 무대를 꾸민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20주년 공연이었기에 만날 수 있는 무대들도 이어졌다. 보아의 풋풋했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My Sweetie'를 비롯해 '공중정원', 'VALENTI', 'Spark' 등 2000년대에 선보였던 곡들은 물론, 'Gravity', 'After Midnight', '내가 돌아', 'ONE SHOT TWO SHOT' 등 최근에 발매된 곡들까지 다채로운 무대의 향연이 이어진 것. 특히 'ONE SHOT TWO SHOT' 무대에서는 팬들의 응원법도 들을 수 있어 귀를 사로잡았다.
특히 보아는 "한 달 전에 감기가 걸렸는데 떨어지지 않고 있다. 한 달 동안을 거의 리허설을 하다 보니 떨어질 틈이 없었다. 내일 나을 것 같다"라는 이야기를 꺼냈을 정도로 목 상태가 최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무대를 하는 동안은 이런 말을 믿기 어려울 정도로 완벽한 라이브를 선보였고,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넘버원', 그리고 '온리원'…'걸스온탑'이 된 보아 -
밴드 세션과 댄서들의 소개가 이어진 뒤 옷을 갈아입고 등장한 보아는 'L.O.V.E' 무대까지 선보인 뒤 "이제 세 곡밖에 남지 않았다"라며 "진짜 시간이 빨리 가죠?"라고 팬들에게 물었다. 이에 팬들은 "다시 해"를 외쳤고 보아는 첫 오프닝 곡인 'Breath'를 짧게 불러주며 화답해 훈훈함을 더했다. 그러면서도 "다시 하기에는 우리 너무 먼 길을 왔다"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보아가 선택한 곡은 "많은 분들이 굉장히 좋아해 주시고 저도 항상 좋은 컨디션으로 부르고 싶은 노래"인 'Merry-Chri'의 일본어 버전이었다. 보아는 "지금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코맹맹이 소리가 나고 목소리도 떨린다. 최선을 다해 한 음, 한 음 열심히 부를 테니까 혹시나 음 이탈이 생겨도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라는 진심을 담아 소개했고, 곡을 부르는 동안에도 그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여기에 'Only One', 그리고 'No.1' 무대가 이어졌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 보아가 보아임을 증명하는 무대였다. 이렇게 공연을 마쳤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 바로 앙코르 무대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팬들은 보아의 데뷔 앨범 수록곡인 '먼 훗날 우리'를 부르며 이날 20주년 공연의 또다른 주인공이 됐다. 다시 무대에 오른 보아는 'Girls On Top', 그리고 'MOTO'를 선보이며 끝까지 강렬한 에너지를 선사했다.
◆ "나의 청춘이 되어줘서 고마워, 새로운 스무살을 축하해" -
이번 보아의 공연은 지난 11일과 오늘(12일)까지 양일간 진행됐다. 전날 공연에서 팬들은 '20년 받고 20년 더'라는 문구가 담긴 슬로건을 들었다면, 이날 공연에서는 '나의 청춘이 되어줘서 고마워, 새로운 스무 살을 축하해'라는 문구를 들어 뭉클함을 안겼다. "누군가의 청춘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는 것이 정말 뿌듯한 일인 것 같다"라며 보아는 "제가 고맙다. 오늘 뛰놀지 않을 것 같은 분들도 다 같이 뛰어놀아 주셨다. 마지막 날이라서 그런지 더 신나게 논 것 같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시간이 정말 빨리 간 것 같다"라며 "마지막 곡은 제가 콘서트 때 앙코르를 하면 꼭 부르고 싶었던 노래였다. 20주년에 꼭 부르고 싶었던 곡인데, 이제서야 부르게 됐다. 아시는 분들 계시면 함께 불러주세요"라며 'Little Bird'를 시작했다. 2020년 발매된 보아의 데뷔 20주년 기념 앨범, 마지막에 수록된 'Little Bird'는 보아가 직접 작사, 작곡에 참여한 곡으로 꿈을 이루기까지의 여정과 새로운 희망을 한 편의 영화 같은 가사로 표현한 곡이다. 20년을 달려온 보아의, 앞으로의 시간을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곡인 것. 이처럼 뜻깊은 곡으로 공연을 마무리하며, 팬들에게도, 보아도 잊지 못할 청춘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됐다.
이와 함께 보아는 "여러분들께 좋은 소식을 하나 더 알려드릴 수 있게 되었다"라며 "이 공연을 이렇게 2회로만 끝내기 아쉬워서 추가로 부산을 가게 되었다. 4월 1일 부산에서도 여러분을 찾아뵐 예정이니까 많이 와주세요"라고 말했다. 'BoA 20th Anniversary Live - THE BoA : Musicalty' 부산 공연은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공연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팬클럽 커뮤니티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 하나영 기자 hana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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