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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정명석의 50번 녹취, 꼭 넣어야 했다"…'나는신이다' 조성현 PD의 이유

기사입력 2023.03.10.12:05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다. 모자이크나 뿌옇게해서 '어떤 한 사이비 교주가 몹쓸 짓을 했습니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얼마나 끔찍했는지, 그런데도 왜 이들을 메시아로 믿는지, 이런 일들은 왜 반복되고 있는지, 함께 고민하길 바랐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을 배신한 사람들'(이하 '나는 신이다')를 연출한 조성현 PD가 기자간담회에서 밝혔다. '나는 신이다'는 대한민국 현대사 속 자신을 '메시아'로 지칭하는 사이비 종교 교주들의 실체를 폭로하는 다큐멘터리로 공개 2일 만에 국내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1위에 오르는 등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조성현 PD는 사이비 종교에 대한 화두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제 가족 중에도 사이비 종교의 피해자가 있다. 곁에 있는 친구들 중에도 피해자가 있다. 그렇다 보니 저에게 남의 이야기가 아니고, 제 자신의 이야기였다. 그래서 언젠가는 꼭 다뤄야 하는 숙제 같은 주제였다고 생각했다"라고 진심을 다했음을 전했다.

  • '나는 신이다' 포스터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나는 신이다' 포스터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나는 신이다'가 공개된 후, 가장 많은 화제를 모았던 것은 사이비 종교 기독교복음선교회(통칭 JMS)와 관련된 회차였다. 교주 정명석은 여신도에게 상습적으로 성범죄를 저질렀다. 그리고 '나는 신이다' 속에는 피해자 메이플의 인터뷰를 비롯해 여성이 나체로 나오는 욕조와 정명석의 녹취록 등이 고스란히 공개돼 '선정적이다'라는 논란도 있었다.

    넷플릭스 측에서도 우려한 지점이 있었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보여줘야 한다는 것은 조성현 PD의 고집이었다. 그는 문제의식을 인지하면서도 "그런데 이건 예능이 아니고, 누군가 당한 피해 사실이라는 점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넷플릭스에서 저에게 이런 장면을 넣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런데 저는 제작자 입장에서 '50번'이라는 정명석의 이야기를 앞에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넷플릭스가 이를 받아들였다. 의도를 가지고 만든 것임을 말하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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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이어 "정명석의 녹취록을 공개하자, JMS 측에서는 'AI 조작'이라고 신도들에게 교육했다더라. 여성이 나체로 나오는 욕조도 불편함을 호소하시는데, 사실 해당 장면은 방송에서 모자이크 상태로 여러 번 등장했던 장면이기도 하다. 이 장면과 관련해서 JMS 측에서는 '몸 파는 여자들이 돈을 받고 의도적으로 조작해서 만든 영상'이라고 해명했다더라. 시간이 지나고, 내부자가 찍은 걸 알게 된 후에는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찍은 동영상'이라고 교육했다고 한다. 있는 그대로 사실을 보여주지 않으면, 이들은 내부에 있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방어 논리를 구축해갈거라고 생각했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명백하게 보여줘야, 그 안에 있는 사람 중 한 사람이라도 나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아가동산' 회차에서 인터뷰 중 자해하는 어머니의 모습도 고스란히 공개됐다. 조성현 PD는 "그 상황에서 굉장히 놀랐다. 일단 막아야 하는데, 어느 순간 막을지 고민이 됐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인터뷰에 개입해서 막는 것이 맞을지, 아닐지 고민했다. 하지만 그 감정마저 하고 싶은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 후에 정리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또한 "트라우마가 될 수 있는 인터뷰하는 사람을 관리할 때, 사전에 심리 상담 등이 가능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진행했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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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피해자들을 섭외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OTT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기에 MBC 'PD 수첩'과 달리 긴 제작 기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는 "피해자로 등장하는 메이플을 만나서 직접 인터뷰하기까지 40일 정도 걸렸다. 아마 'PD 수첩'으로 제작했다면, 8~10주에 걸쳐 완성해야 했기에 이 피해자는 만날 수 없었을 거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인터뷰 전에 여러 차례 만나서 프로그램의 기획과 의도 등을 충분히 설명했다. 긴 시간을 가지고 신뢰를 얻었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분명한 의도가 있었다. 그렇기에 조성현 PD가 가장 뿌듯한 순간은 "'나는 신이다'를 보고 탈교했다"라는 반응을 마주했을 때였다. 조성현 PD는 "제가 자주 들어가는 인터넷 카페 중 탈 JMS 신도들이 있는 '가나안'이라는 카페가 있다. 그곳에서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탈교했다'라는 반응이 보여서 개인적으로 보람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아직 플랫폼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조성현 PD는 '나는 신이다'의 시즌 2도 제작할 계획이다. 그는 "이 이야기를 집사람이 듣고 '아이를 데리고 집 나가겠다'라고 하더라. 가족들이 크게 힘들어하고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시즌 2를 염두에 두고 있는 이유는 "더 다루고자 하는 이야기가 많다"는 점이었다. 그는 "이미 또 다른 피해자를 만나고, 일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공개할 플랫폼이 어디인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라며 "제가 관심 있는 종교는 있지만, 그 종교에 대해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긴 어려울 것 같다. 스스로 할 일을 드러내지 않고 해나가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한편, 조성현 PD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는 현재 넷플릭스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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