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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임시완, 악역을 맡았을 뿐인데…

기사입력 2023.03.05.00:01
  •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에서 준영 역을 맡은 배우 임시완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에서 준영 역을 맡은 배우 임시완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해당 인터뷰에는 넷플릭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 '비상선언'은 배우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배우들의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그런데 그 속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모은 것은 바로 임시완이었다. 분노의 대상이 정해져 있지 않은, 불특정 다수를 향해있는 악. 이는 기존에 보지 못했던 '악(惡)'의 모습으로 작품에 집중하게 했다.

    '비상선언'에서 임시완의 등장이 짧아서 아쉬웠던 이들에게 넷플릭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는 반가운 소식일지도 모르겠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는 나미(천우희)가 잃어버린 스마트폰을 주운 준영(임시완)이 그의 핸드폰을 통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그의 일상을 모두 무너뜨리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지금도 쥐고 있을지 모를 스마트폰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를 OTT 서비스인 넷플릭스를 통해 스마트폰으로 본다. 임시완 역시 "집에서 일 끝나고 들어가서 밥 먹으면서 넷플릭스 틀어서 예고편부터 봐볼까 하는 느낌으로 봤어요"라고 말했다.

  •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제가 출연하지 않았다고 해도, 이런 예고편이 나오면 틀어봤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좋은 점도 있고, 아쉬운 점도 있는데요. 좋은 건 190여개 국에 동시 개봉돼 해외 관객과도 접근이 용이하다는 점이고요. 아쉬운 점이라면 '비상선언' 때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했던 오프라인 행사에서 느껴지는 그 감성을 못 느낀다는 점이었어요."

    '비상선언' 오프라인 행사 때 임시완은 처음으로 관객에게 "나쁜 놈아" 소리를 들었다. '미생' 때 보여준 청춘의 얼굴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임시완은 "배우로서 겸허히 받아들여야죠. 그렇게라도 인지를 해주시는 게 어딘가요"라고 웃으며 악역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저는 절대 진지해지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준영의 모든 게 다 장난이어야 한다고요. 장난스럽게 다른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것이 진지하게 '내가 널 죽일 거야'하는 것보다 섬뜩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정말 누군가의 인생을 가지고 장난치는 거죠. 그런 목표로 했고요. 딱 두 장면, 진지한 순간이 있었어요. 준영의 진짜 감정이 드러나는 장면인데요. 한 장면은 우지만 형사(김희원)를 나미(천우희) 집 앞에서 만났을 때고요. 다른 한 장면은 가장 마지막에 총을 든 나미를 마주했을 때였어요. 우지만 형사를 만난 건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만남이었잖아요. 우지만 형사는 자신의 컬렉션 중 가장 아낀 컬렉션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그 리미티드 에디션이 들킨 거죠. '아 뺏겼네, 들켰네' 식의 느낌이랄까요."

  •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준영을 연기하면서도 전사를 꾸미지 않았다. 임시완은 "처음부터 끝까지 장난"으로 임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그는 "전사가 없어서 캐릭터를 구축하는데 어렵다고 느끼지 않았어요. 딱히 과거가 궁금하지 않더라고요. 전사를 만들지 않고, 준영이는 아티스트로서 컬렉션을 한다고 생각했어요. 본인이 우월하다고 생각하며, 기술을 통해 상대방의 캐릭터를 수집하고, 이런 자료들이 본인의 예술 활동을 충족시켜준다고 생각했어요. 현재진행형 과정에 집중했어요"라고 말했다.

    악역이었지만, '비상선언'에서 보여준 악의 모습을 가지고 오려고 하지 않았다. 임시완은 "'비상선언', '런온', 그다음에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순으로 촬영했어요. 다행히 중간에 '런온'이라는 완충장치가 되어준 작품이 있었네요. 사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에서는 직전 작품인 '런온'을 가져오려고 했어요. 나미와 카페에서 만나서 공통 관심사로 어필하는 장면 있잖아요. 그런 장면에서 '런온' 속 멜로멜로한 남자주인공을 가지고 오면 효과적이겠다는 생각은 있었어요"라고 과거를 회상했다.

  •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에서 준영 역을 맡은 배우 임시완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에서 준영 역을 맡은 배우 임시완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사실 임시완의 '악역'을 가장 돋보이게 하는 것은 바로 그의 '눈빛'이다. 어딘가 돌아버린 이상한 사람의 눈빛, 그 눈빛은 임시완의 악역을 더욱 섬뜩하게 느껴지게 한다.

    "이번 작품에서는 눈빛이 돌아있고 그러지 않지 않았나요? (웃음) 이번 작품에서는 장난기를 많이 가지고 가려고 한 편이죠. 그래서 광기 어린 눈빛보다 장난기를 가지고 가려고 했죠. 당하는 사람은 섬뜩하지만, 행위를 하는 사람은 재미있는 컬렉션의 과정이잖아요. 그런 걸 예술 행위라고 생각하며 진심으로 즐기는 사람으로 표현하려고 했어요. 또 그걸 엄청 열심히 하잖아요. 수능 공부하듯이."

    임시완은 배우로서 자리를 잡았지만, 알려졌듯 광희, 박형식 등과 함께 아이돌 그룹 '제국의 아이들'로 데뷔했다. "광희가 3초 였는데, 제 파트는 몇 초 인지 궁금해하신 이유가 혹시 노래 실력도 광희와 비슷하다고 생각하신 건 아닌지"라고 염려하는 임시완은 사실 남다른 노력 실력도 자랑한다. 그룹 어반자카파 멤버 조현아의 유튜브 채널 '조현아의 목요일밤'에서 남다른 라이브를 선보이기도 했다.

  •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에서 준영 역을 맡은 배우 임시완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에서 준영 역을 맡은 배우 임시완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은연중에 많은 분들이 제가 가수를 포기했다고 생각하시더라고요. 최근에 팬 미팅이 아닌 콘서트로 무대를 키운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였어요. 제가 약간 청개구리 기질이 있는 것 같아요. 연기를 처음 접할 때는 이왕이면 아이돌 색이 안나면 좋겠고, 지금은 다들 연기자로 생각을 해주시니, '아닌데, 난 가수인데?'라고 어필하고 싶은 기질이 발휘되는 것 같아요. 연기와 가수를 동시에 가져가는 엔터테인먼트로 인식이 잡혀가면 좋겠어요. 그리고 연기자로서는 계속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어요. 끊임없이."

    또 다른 꿈을 꾸기도 한다. 앞서 작품의 제작과 연출을 하기도 한 배우 이정재, 정우성, 마동석 등은 임시완의 훌륭한 롤모델이다.

  •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에서 준영 역을 맡은 배우 임시완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에서 준영 역을 맡은 배우 임시완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배우는 연기만 해야 한다는 생각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탈피해준 선배님들이세요. 정말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들어요. 연기 하나만 잘하기도 힘든데, 그걸 뛰어넘어서 다른 영역에도 도전하고 큰 성과를 내기도 하셨잖아요. 연기만을 고수하지 말고, 여러 영역을 파헤쳐야 한다, 고로 부지런히 살아야 한다는 선지시를 해주신 것 같아요. 편협하게 '다른 영역을 파보겠다'라는 것이 아니예요. 가수 등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도전을 계속해보고 싶어요. 여러 영역에서 도전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 또 돌아서 연기 쪽으로 시너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요."

    그래서 올해 임시완은 배우로서는 영화 '1947 보스턴'의 개봉을 앞두고 있고, 가수로서는 앨범을 낼 계획이다.

    "노래는 올해 욕심을 한 번 내보려고요. 배우로서 차기작은 '1947 보스턴'이 될 것 같아요. 악역은 아닙니다. 제가 선역과 악역의 균형을 맞추기는 해요. 두 비율이 6:4 정도로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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