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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가 무엇인가요?” 필자가 최근 2년 동안 수백 번 넘게 받은 질문이다. “물리적 현실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디지털 현실을 지향하는 미디어입니다.” 필자가 주로 하는 답인데, 긴 문장은 아니지만, 쉽게 이해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필자의 부족한 연구와 식견으로는 이 정도가 최선의 답변이다. 그 뜻을 풀어보겠다.
먼저 미디어가 무엇인지 살펴보자. 인류가 만든 최초의 미디어는 동굴 벽화라고 생각한다. 밖에서 있었던 거친 사냥의 기억을 동굴에 기록해서 시간이 흐른 뒤에도 누군가가 볼 수 있게 했던 행위이다. 시간의 한계를 넘어선 첫 시도라 여긴다.
파피루스가 만들어지면서 인류는 종이에 정보를 기록해서 멀리 보낼 수 있었다. 정보가 닿는 거리, 공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행위이다. 전화가 발명된 후에는 그런 행위를 실시간으로 하게 되었다. 동굴 벽화, 파피루스, 전화, 필자는 이 세 가지 미디어를 통해 인류가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역사를 만들었다고 풀이한다.
메타버스의 기본 구성은 공간과 아바타이다. 현실을 복제하거나 확장한 공간에 사람을 닮은 아바타, 다양한 사물이 얽혀서 상호작용을 이끌어낸다. 우리는 전화를 통해 먼 거리에 있으면서도 옆에서 대화하는 것 같은 사회적 관계를 형성했다. 그러나 물리적 실재감은 늘 아쉬웠고, 물리적 현실 공간과 같은 복잡한 상호작용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끼리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의미를 전달하는 수단이 미디어이다. 메타버스에서 사람들은 시공간을 초월한 경험을 공유한다. 언어를 포함해서 비언어적 수단까지 동원하며 넓고 깊은 의미를 나누는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이렇게 보면 메타버스는 참으로 놀라운 미디어이다.
인류는 미디어를 통해 뭉치고, 성장했다. 메타버스라는 미디어를 통해 인류가 어떻게 더 잘 뭉치고, 눈부시게 성장할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인류는 미디어를 통해 갈등하고, 반목했다. 그러기에 메타버스라는 미디어가 우리에게 꼭 긍정적인 영향만 주리라 기대하지는 않는다.
호르헤 페나와 동료들이 2021년 <소셜미디어 + 소사이어티 저널(Social Media + Society)>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이런 우려가 더 크게 든다. VR 환경에서 참가자들이 어떤 아바타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정치적 그룹에 동조하는 비율이 달라졌다. 개인의 정치적 성향을 메타버스에서 기술적으로 통제하기가 쉬워졌음을 의미한다. 메타버스는 미디어이다. 품고 있는 잠재력과 가능성은 전통 미디어와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그 미디어를 통해 어떤 세상이 다가올까? 그 답, 미래는 우리 모두에게 달려있다.
[김상균 교수] 김상균 교수는 메타버스 분야 학문적 권위자로 연세대학교 대학원 인지과학과 박사학위를 취득한 인지과학자다. 다수의 대학, 기업, 공공기관에서 로보틱스, 산업공학, 인지과학, 교육공학 등 메타버스 관련 프로젝트 및 자문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메타버스 아바타 기업 갤럭시코퍼레이션의 사외이사로 메타버스 전문 미디어 뉴스 '메타리즘'에서 전문가 칼럼을 집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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