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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 기술로 ‘변이형 협심증’ 발생 이유 밝혔다

기사입력 2023.02.27 13:01
  • 서울대병원이 줄기세포 원천기술을 이용해 변이형 협심증의 발생 기전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고 27일 밝혔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김효수·양한모 교수 연구팀은 자가 만능 줄기세포를 혈관 세포로 분화시켜 변이형 협심증 환자의 체내에서 발생하는 혈관 경련·수축 발생 기전을 확인한 체외 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동맥이 경련·수축을 일으키면 심근 혈류가 저하되어 ‘변이형 협심증’이 발생할 수 있다. 주로 새벽이나 아침에 흉통이 생기는 변이형 협심증은 취침 전 혈관확장제를 제대로 투여하지 않으면 새벽 동안 심장 급사의 위험에 빠질 수 있지만, 실제 관상동맥을 채취하는 것이 불가능해 발생기전에 대해선 정확하게 연구된 바 없었다.

    이에 연구팀은 서울대병원 심혈관연구단이 20년간 축적해 온 자가 만능 줄기세포 노하우를 활용해 변이형 협심증의 병태생리 기전 규명에 나섰다. 먼저 변이형 협심증 환자 및 정상인의 말초혈액 속 단핵구를 이용해 역분화 줄기세포를 만든 후, 역분화 줄기세포를 다시 분화시켜 관상동맥 평활근 세포 및 내피세포를 획득했다. 

  • 혈관 평활근세포의 정상 수축기전(위) 및 변이형 협심증 환자의 과도한 수축기전(아래) /이미지 제공=서울대병원
    ▲ 혈관 평활근세포의 정상 수축기전(위) 및 변이형 협심증 환자의 과도한 수축기전(아래) /이미지 제공=서울대병원

    획득한 평활근 세포에 혈관 수축 유도제를 투여한 결과, 정상인 군과 달리 변이형 협심증 환자군의 평활근 세포에서는 강하고 연속적인 수축이 일어났다. 특히 환자군은 세포 내 칼슘 농도가 정상인 군에 비해 2배 이상 높았고, 칼슘 농도 증가 반응이 1회에 그친 정상인 군과 달리 2회 이상의 칼슘 반응을 보였다.

    정상인 군과 환자군의 차이를 분석한 결과, 환자군의 평활근 세포는 정상인과 달리 단백질 붕괴를 막는 수모화(SUMOylation) 과정의 항진으로 인해 칼슘 조절 채널인 서카2(SERCA2a) 단백질이 세포의 소포체 부위에 누적되어 있다는 특징이 있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칼슘 조절을 담당하는 서카2 단백질이 붕괴하지 않고 누적되면서 대량의 칼슘이 세포 내로 유입했고, 이에 따라 발생한 자극이 강하고 연속적인 평활근 세포 수축 반응을 일으켜 결국 변이형 협심증 증세를 유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연구팀은 칼슘 농도를 정량화된 그래프로 표현해 정상인 군과 환자군을 확실히 구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해당 결과는 칼슘 농도가 변이형 협심증을 진단할 수 있는 신뢰성 높은 근거가 될 수 있음을 나타낸다.

  • 정상인군 및 변이형 협심증 환자군의 칼슘에 의한 수축정도 비교(좌) 및 정량화 결과(우) /이미지 제공=서울대병원
    ▲ 정상인군 및 변이형 협심증 환자군의 칼슘에 의한 수축정도 비교(좌) 및 정량화 결과(우) /이미지 제공=서울대병원

    추가로 연구팀은 환자별로 변이형 협심증 치료제의 최적 투여 농도를 확인하기 위해 현존하는 치료제를 다양한 농도로 각 환자 유래 세포에 처리했다. 이로써 환자마다 가장 효과가 좋은 약물 및 농도를 확인해 기존 변이형 협심증 약물 치료의 난제였던 부작용을 최소화할 길을 열었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보건복지부가 지원하는 연구 중심병원 바이오 치료 유닛 프로그램의 하나로 수행된 이번 연구는 생명공학분야 학술지 ‘바이오머티리얼즈 리서치(Biomaterials Research; IF 15.9)’에 게재됐다.

    김효수 교수는 “줄기세포 역분화 및 분화 기술을 이용해 체내 혈관을 체외에서 구현하고, 혈관 이상 현상의 원인을 세계 최초로 규명하는 데 성공해 의미가 크다”며 “현재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암 줄기세포에 의한 재발성 암 정복, 고령 환자의 근감소증 재생치료법, 심부전 환자의 심근 재생치료법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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