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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일상으로 다가왔다. 제조공장 등에 주로 자리하고 있던 로봇들은 백화점, 카페, 식당 등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일상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로봇은 ‘협동로봇’이다.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힘을 합쳐 일을 한다고 해서 ‘협동로봇’이라고 불린다. 제조공장이나 물류창고 등 산업현장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흔히 보인다. 바리스타 로봇, 치킨 조리 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고 있다.
협동로봇은 인구 감소와 근무시간 단축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 문제를 풀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단순·반복 업무나 위험 업무를 사람 대신 수행해 노동력을 높일 수 있다. 그런데 인구 감소로 인한 노동력 부족 문제가 특히 심한 한국에서는 유독 협동로봇을 사용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있다. 전 세계 협동로봇 시장점유율 1위 기업 ‘유니버설로봇’의 이내형 한국지사 대표는 “협동로봇이 사람과 가장 친해질 수 있는 로봇이지만, 한국에서만큼은 그 활용이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유니버설로봇 코리아 사무실에서 방문해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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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동로봇이 공장에서 나와 다양한 분야에 취업하는 분위기다.
“그렇다. 제조공장과 물류창고 등에서 주로 사용되던 협동로봇이 지금은 카페, 식당 등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치킨 튀기는 로봇이나 커피를 내리는 로봇이다. 케이크에 그림을 그려주는 로봇도 있다. 협동로봇은 산업용 로봇에 비해 크기가 작고 무게도 가볍다. 용도 변경도 상당히 쉬운 편이다. 간단한 조립으로 용도에 따라 로봇의 역할을 변경해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제조 현장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도 사용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 일상에서 사용되려면 사용 방법도 쉬워야 할 것 같은데.
“협동로봇의 장점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전문가가 없어도 쉽게 조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 트레이닝 센터에 와서 3시간 정도만 교육받아도 협동로봇을 조작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따로 있다. 전문가가 없다. 산업용 로봇은 전통적으로 사용돼왔고 별도 컨트롤러를 사용하기 때문에 엔지니어가 많다. 그런데 협동로봇은 전문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엔지니어가 한국에선 얼마 되지 않는다.”
- 협동로봇 엔지니어가 부족한 이유는 무엇인가.
“가장 큰 이유는 교육기관 부재다. 협동로봇이 국내에서 유망 산업으로 평가되고 투자하는 기업도 많아지고 있지만, 제대로 된 인증 교육기관이 거의 없고, 교육받을 수 있는 곳도 적다. 그러다 보니 협동로봇 전문가는 부족하고 이 로봇에 대해 명확히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유니버설로봇 코리아는 한국에 6곳의 트레이닝 센터를 설립했다. 본사 규정대로 커리큘럼을 구성하고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협동로봇 매출 확대 이전에 전체 시장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에서다.”
- 교육 성과가 궁금하다.
“폴리텍대학 영천캠퍼스에는 우리 트레이닝 센터가 있다. 여기서 교육을 받은 일부 학생들은 졸업 후 바로 취업이 됐다. 트레이닝 센터에서 직접 로봇을 만질 수 있고 코딩도 할 수 있다 보니 실력과 경험을 인정받은 것이다. 사실 우리가 협동로봇 교육을 지원하지 않는 대학은 국내에 없다. 특성화 고등학교 등에도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이제 곧 1호 협동로봇 인증고등학교인 ‘아산스마트팩토리마이스터고’가 생긴다. 초등학생 대상으로도 협동로봇 교육을 진행 중이다. 서울교대부속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했었는데 학부모와 학생들의 반응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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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니버설로봇은 배우는 이들이 많은 만큼 다양한 곳에 쓰일 것 같다.
“서울 성수동에 있는 카페 ‘봇봇봇’이 대표 사례일 것 같다. 이 카페에는 바리스타 로봇, 칵테일 로봇, 케이크에 그림을 그려주는 로봇 등이 있는데 다 우리 제품이다. 이외에 아이스크림 전문점이나 유통 매장 등에서도 많은 제안이 온다. 우리 로봇은 다양한 분야에 쓰일 수 있지만, 치킨을 튀기는 로봇과 같이 음식 조리 분야에는 공급하지 않고 있다.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조리하는 과정에서 로봇에 기름과 유증기가 튀게 되면 소비자에게 피해가 갈 수 있고, 로봇 관절에 들어가는 오일이 음식에 들어갈 수도 있어서다.”
- 최근 인구 감소로 인한 노동력 저하 때문에 협동로봇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협동로봇에 대한 수요가 커진 주요 이유는 인건비 상승과 인구 감소다. 협동로봇은 이 문제를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로봇은 기본적으로 투자 비용이 비싸다. 여기서 협동로봇은 일반 산업용 로봇보다 투자대비효과(ROI)를 쉽게 달성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우선 크기가 작다 보니 로봇 밑에 바퀴를 달면 여러 업무에 사용할 수 있다. 대기업은 자본이 많아 여러 대의 로봇을 구매해 각 작업마다 사용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그럴 형편이 못 된다. 한 대의 로봇을 구매해 여러 작업에 써야 한다. 이러한 유연성 때문에 ROI 달성이 쉬운 편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적어진 노동력을 대체하고 빠른 수익을 달성하기 위해 협동로봇을 찾고 있는 편이다.”
- AI를 탑재해 고도화된 업무를 하는 로봇 사례가 종종 소개된다. 협동로봇도 가능한가.
“AI로 행동을 하려면 장치가 필요한데, 로봇이 그 장치가 될 수 있다. 지금은 비전 AI 기술이 많이 탑재되는 추세다. 로봇이 과자를 옮기는 업무를 한다고 가정하면, 종류별로 과자를 분류해 위치시키는 작업이 필요한데 그 분류 역할을 비전 AI가 한다. 로봇의 눈과 뇌가 되어주는 것이다. 이처럼 협동로봇은 AI 기술과 결합해 고도화된 업무까지 가능해지고 있다. 최근 대화형 AI가 인기인데, 이러한 기술을 접목하는 연구도 유니버설 로봇 본사와 미국 보스턴에 있는 연구개발(R&D) 센터에서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 아무래도 협동로봇은 중소기업의 탈출구가 될 것 같다. 현재 공급 비율은.
“매출액 5000억 원, 직원 수 1000명을 기준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분류해 얘기하면 7대3 정도다. 전체 판매 대수 중 대기업에 70%, 중소기업에 30% 납품되고 있다. 대기업에서는 한 곳에서 여러 대의 로봇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최근 협동로봇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중소기업에서의 수요도 많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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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 협동로봇은 사용하기 쉬운 편인가.
“솔직히 말하면 아니다. 전문가가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협동로봇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규제가 정해져 있는 것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공장에서의 펜스 설치다. 우리나라 법에는 산업용 로봇을 사용할 때 안전장치로 펜스를 사용하라고 규정되어 있다. 문제는 산업용 로봇이 명확하게 분류돼 있지 않아 협동로봇도 펜스를 쳐야 한다는 것이다. 협동로봇은 관절마다 센서가 달려있어 사람과 조금이라도 접촉되면 바로 멈추도록 설계됐다. 산업용 로봇과 달리 근로자가 크게 다칠 위험이 없다. 오히려 협동로봇은 사람의 비서 역할을 하며 같이 작업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펜스가 방해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협동로봇 시장이 크게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 이 부분은 모든 로봇 산업에 문제 사항으로 지적되고 있어 곧 해결되리라 본다.”
- 국내에도 협동로봇을 잘하는 기업이 많다. 세계 1위 유니버설로봇의 경쟁력은.
“내구성이다. 로봇은 잔고장이 나면 안 된다. 고장이 나면 그만큼 생산성 저하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유니버설로봇은 검증된 부품을 사용하고 있고 A/S도 빠르다. 다른 업체에서는 부품 국산화를 이뤘다고 하는데, 사실 이는 시기상조라고 본다. 부품 면에서는 독일이나 일본 제품이 아무래도 앞선다. 우리는 이러한 부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고장이 많이 나지 않는다. 조사해보니 한국에서는 10년 전에 설치한 구형 로봇이 아직도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다. 로봇 설계에서도 다르다. 우리 본사는 덴마크에 있는데 레고 본사와 가깝다. 이 얘기를 왜 하냐면 레고를 하나씩 조립하듯 우리 로봇도 부품을 하나하나 떼어내서 교체할 수 있다. 또 볼트 구멍도 일반인도 풀고 조일 수 있다. 부품 교체가 쉬운 것이다. 따라서 고장 시 신속한 대처가 가능하다.”
- 올해 주요 계획은 무엇인가.
“협동로봇을 알리는 것이다. 한국에 협동로봇의 장단점을 알리고 전문가, 일반인 교육 등을 더 강화할 예정이다. 다른 협동로봇 기업과 경쟁해 수익을 내는 것도 좋겠지만, 우선 기술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전체 시장을 키우는 것이 맞다고 본다. 그래야 협동로봇 전문가도 많이 생기고 불필요한 규제들도 변화해 로봇과 친해질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다. 그 역할은 전 세계 1위 업체가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므로 책임감을 갖고 좋은 시장을 만들어가겠다.”
- 김동원 기자 thea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