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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태오 "현빈과 짱구 조합으로 탄생한 '연애대전' 남강호"

기사입력 2023.02.23.00:01
  • '연애대전'에서 '남강호' 역을 맡은 배우 유태오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연애대전'에서 '남강호' 역을 맡은 배우 유태오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유태오는 들떠 있었다. 그와 인터뷰를 한 13일은 그의 첫 로코 주연작 '연애대전'이 일본 넷플릭스에서 1위를 한 날이었다. 그런데 "너무 감사하죠"라는 소감 그 이상의 분석이 유태오에게 있었다. "작품을 보는 제 취향이 뒤처지지 않았나라는 두려움은 모든 배우가 가질 수밖에 없잖아요. 확신을 얻게 되는 것은 관객의 반응뿐인 것 같아요. 그런데 반응이 좋으니까 너무 감사한 거죠." 남다른 소감으로 인터뷰가 시작됐다.

    '연애대전'은 여자를 믿지 못하는 톱스타 남강호가 남자를 믿지 못하는 변호사 여미란(김옥빈)과 계약 연애를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시리즈다. 남강호는 독특한 캐릭터다. '멜로의 신'이라고 불리며 각종 시상식에서 수상의 영예까지 받는 인물인데, 실상은 과거의 한 사건으로 트라우마를 가지고 여배우와 함께 호흡해야 하는 멜로 장면 촬영을 극도로 힘들어한다. 힘들기에 한 번에 오케이를 받으려고 하고, 이를 위해 여러 번 그의 매니지먼트 대표 도원준(김지훈)과 리허설을 한 뒤, 완벽한 연기를 선보이는 것이 그의 비결. 수천 번의 고민, 수백 번의 연습 끝에 완성된 캐릭터 '남강호'와 유태오가 어딘가 닮아있는 이유다.

  • '연애대전'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연애대전'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연애대전'은 유태오의 첫 로맨틱 코미디 장르 도전이다. 심지어 그는 주연으로 극을 이끌어가야 했다. 유태오는 "드라마면 드라마, 액션이면 액션, 호러면 호러, 모든 장르들은 사람들이 보게 될 장면을 준비할 때 그 장르에 알차게 맞는 감정을 준비하거든요. 그런데 로맨틱 코미디만은 그 과정에 결과가 있어야 해요. 어떤 행동을 할 때, 관객들이 어떤 태도로 보게 될지를 한 번 더 생각해서 연기를 해야 하더라고요. 웃겨야 하니까요"라고 처음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임한 소감을 전했다.

    많은 준비를 했다. 유태오는 개인적으로 애덤 샌들러의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하지만, '연애대전'과는 맞지 않았다. '연애대전'을 쓴 최수영 작가는 그에게  '시크릿 가든' 속 현빈을 추천했다. 유태오는 '시크릿 가든'을 다시 보며 고민했다. 원형적인 롤모델 위에 어떤 것을 더해 자신의 것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했던 유태오는 "길라임(하지원)을 바라보던 김주원(현빈)의 모습, 한땀한땀을 말할 때의 어투 등이 아직도 떠올라요"라며 깊이 몰입했던 과거를 떠올렸다.

    '남강호'의 롤모델이 되어준 것은 또 한 명있었다. 바로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 '짱구'다. 유태오는 "남강호가 1, 2화에서 하는 말들이 오해로 혐오스럽게 들릴 수 있잖아요. 그걸 밉지 않게 할 요소가 필요한데, 제 본능에서 '짱구'가 떠오르는 거예요. 짱구는 성적인 농담을 하면서도 밉지 않고 귀엽잖아요. 짱구가 성인이 되면서 트라우마를 갖게 되고, 남강호가 됐다는 상상을 했어요. 그 바탕으로 남강호를 만들었어요. 현빈의 연기 스타일에 짱구가 더해져서요"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 '연애대전'에서 '남강호' 역을 맡은 배우 유태오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연애대전'에서 '남강호' 역을 맡은 배우 유태오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일단 톱스타 남강호는 잘생겼다. 김정권 감독이 그를 캐스팅한 이유도 바로 '잘생김'이었다. 유태오는 이에 "저는 아직 제 모습이 쑥스러워요. 노력하면서 봐야 하고, 애쓰면서 고쳐야 해요"라고 답을 이어간다.

    "외모나 피부는 CG(컴퓨터 그래픽) 팀이 잘 해주셨어요. 촬영 전에 몸 관리에 들어갔어요. 다른 걸 특별히 한 건 없지만, 물 많이 마시고, 다이어트 잘하고. 저는 모니터에 제가 어떻게 비치는지 신경 안 써요. 모니터링을 안 하는 배우예요. 성실하지 않아서가 아니고, 뭔가 부족하면 '감독님과 촬영 감독님이 말씀해주시겠지'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에요. 제가 저를 보게 되면 제가 미리 판단하고 연기를 하게 될까봐 이를 경계해요."

    "제가 청소년기에는 운동선수였고, 부상당한 후 20대 때 미국으로 넘어갔어요. 그런데 식습관은 그대로였고, 살이 100kg 가까이 쪘어요. 그런 살을 빼고 처음으로 잘생겼다는 말을 20대 후반, 30대 초반에 들었어요. 외모에 대한 평가는 한 귀로 흘려듣게 됐어요. 단지, 연출자, 기획자, 제작자 등의 입장에서 이런 마스크를 가진 배우가 이런 캐릭터와 잘 맞을 수 있겠다고 이야기해주는 것이 더 명확하죠."

  • '연애대전'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연애대전'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멜로 연기를 도원준과 연습하는 장면에서 유태오와 김지훈은 뜻밖의 '소파 입맞춤' 장면을 완성하기도 했다. 이에 유태오는 "한 15번은 시킨 것 같아요. 정확한 건 모르지만, 많이 시킨 걸로 기억에 남았어요. 조명도 달라졌고, 샷 사이즈도 달라지면서 계속 반복했어요. 그래도 전혀 힘들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왔구나, 왔네, 하자!'라고 이야기하며 몇 번씩 찍었어요. 재미있게 찍은 것 같아요"라며 웃음지었다.

    함께 멜로 호흡을 맞춘 김옥빈은 유태오의 첫 번째 영화 '여배우들'에서 호흡을 맞춘 이후 약 15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한 작품에서 남녀 주인공으로 만나게 됐다. 유태오는 "그때 우리가 처음 만났고, 그 작품이 내 데뷔작이었는데, 주인공으로 만나게 돼 반갑다고 쿨하게 이야기했어요. 저 혼자 속으로는 '그래도 열심히 뛰어왔구나'라는 생각은 좀 했죠"라며 미소 짓는다.

    '연애대전' 촬영 현장은 김옥빈이 "내 필모그래피 중 즐거웠던 현장 TOP3"라고 표현할 정도로 즐거웠다. 그 속에는 유태오의 몫도 있었다. 유태오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촬영 현장인 만큼 현장 분위기를 업 시키기 위해 장난을 많이 쳤다. 그 속에서 최윤만 촬영 감독님에게 몰래 선물한 의자 에피소드는 훈훈함을 더했다.

  • '연애대전'에서 '남강호' 역을 맡은 배우 유태오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연애대전'에서 '남강호' 역을 맡은 배우 유태오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촬영 감독님께서 제 장난을 너무 잘 받아주시고, 심지어 경쟁심을 느끼시는 것 같았어요. 제가 질투는 없지만, 승부욕은 있거든요. 제가 감독님 담배를 숨겨두고, 찾으시면 '오래 뵙고 싶어서 그래요'라고 장난 치기도 하고 그랬어요. 하루는 감독님 촬영 의자가 너무 낡아서 하루 숨겨놨는데요. 찾으시다가 빨리 갖다 달라고 다그치셔서, 제가 캠핑 체어를 하나 깜짝 선물해 드렸어요. 그런데 일부러 뒤에는 이름을 틀리게 적었어요. 제가 현장에서 그런 식으로 장난을 많이 쳤어요. (웃음)"

    유태오는 앞서 아내이자 아티스트 니키 리와의 러브 스토리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아직도 가장 좋은 친구이자 동료다. 유태오는 "시나리오, 책, 드라마, 시리즈, 인디영화, 상업영화 등 진짜 이야기를 많이 해요. 밤새워 이야기할 수 있어요. 이 작품을 한국 영화로 만들면 어떨까, 이 작품을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하면 어떨까, 이 작품은 왜 6부작일까. 이런 철학적인 이야기들을 너무 좋아해요"라며 눈을 반짝였다.

    유태오는 베를린 국제영화제에도 참석했다. 그가 출연한 셀린 송 감독의 '패스트 라이브스'가 공식 초청되면서다. 유태오는 이를 이야기하면서도 남다른 마음을 전했다. "개인적으로 23년 전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를 그 장소에서 봤는데요. 23년 후 제가 출연한 작품이 베를린에서 경쟁작으로 상영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죠. 그리고 그런 명예로운 영화 역사의 자리에 저희 부모님을 모실 수 있다는 게 기분 좋죠."

  • '연애대전'에서 '남강호' 역을 맡은 배우 유태오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연애대전'에서 '남강호' 역을 맡은 배우 유태오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영화로도, 시리즈 '연애대전'으로도 전 세계 관객과 마주하게 된 유태오다. 그는 끊임없이 노력해서 올라온 이 자리에 선 자신을 마냥 칭찬하지만은 않는다. "저에게 성취감을 안 줘요"라며 여전히 배고픈 그다. 그러면서도 끊이지 않는 원동력에 대해 이야기했다.

    "저는 호기심이 많아요. 순수한 호기심이 제일 큰 원동력이에요. 두 번째는 재미있어야 해요. 그리고 세 번째는 저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발전하는 걸 좋아해요. 그리고 그 결과를 보여주는 거죠. 거기에서 오는 성취감은 타인이 아닌 내가 나를 극복한 성취감이니까요. 이번 작품에서도 정말 열심히 했어요. 그래도 여전히 노력할 부분이 보여서 아쉽지만요. 작품에 관한 건 만족감이 높아요. 김지훈, 김옥빈 씨와 케미까지 잘 맞아서 너무 고마운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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