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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진단 시 받는 정신적 고통 수준이 높을수록 재발 및 사망 위험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대장암센터 김희철·신정경 대장항문외과 교수, 암교육센터 조주희 교수, 임상역학연구센터 강단비 교수 연구팀은 최근 대장암 진단 때 환자의 정신적 고통인 ‘디스트레스(Distress)’가 높으면 재발 및 사망 위험이 커진다고 발표했다.
디스트레스란 암과 그 치료로 인해 환자와 가족들이 겪는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영적 고통을 통칭하는 말이다. 암 진단 시 우울, 불안과 함께 매우 흔하게 나타난다. 암 환자의 약 40%가 심각한 디스트레스를 경험한다고 알려졌다. 국제정신종양학회는 디스트레스를 혈압, 맥박, 호흡, 체온, 통증에 이어 6번째 신체 활력 징후로 정의하고, 모든 암 환자에서 진단, 재발, 완화치료 시작 때마다 디스트레스를 측정, 관리하라고 권고할 정도로 중요하게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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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에서 2014년 7월부터 2021년 7월 사이 원발성 대장암을 진단받고, 근치적 수술까지 받은 환자 1,362명을 대상으로 ‘진단 시 디스트레스와 재발 및 사망률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미국종합암네트워크(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에서 개발한 디스트레스 온도계와 체크 리스트를 이용해 환자들의 자기평가(Patient Reported Outcome, PRO)로 디스트레스 점수를 매겼다.
연구팀이 디스트레스 점수에 따라 4점 미만이면 낮은 그룹, 4점부터 7점까지 높은 그룹, 8점 이상부터 매우 높은 그룹으로 나누고, 대장암의 무진행 생존율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연구 대상자들의 평균 디스트레스 점수는 5.1점으로, 미국종합암네트워크가 주의가 필요하다고 한 4점을 훌쩍 넘어섰다.
전체 환자의 61%가 디스트레스 수준이 ‘높음’에 해당됐고, 15%는 ‘매우 높음’으로 기록됐다. 환자 10명 중 7명(4점 이상 76%)은 암을 진단받을 때부터 디스트레스 관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암 진단이 사람이 살아가면서 겪을 수 있는 ‘가장 당혹스럽고 힘든 경험’ 중 하나라는 사실을 재확인한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병의 재발이나 사망 건수를 종합했을 때 진단 시 디스트레스 유해성은 더욱 분명했다. 1,000인년당 디스트레스 낮음 그룹은 재발 및 사망이 50건, 높음 그룹은 67.3건, 매우 높음 그룹은 81.3건으로 확인됐다. 진단 시 디스트레스 정도에 따라 병의 재발이나 사망 위험도 덩달아 커진 셈인데, 낮음 그룹을 기준 삼아 상대적 위험도를 통계적으로 계산했을 때 높음 그룹은 28%, 매우 높음 그룹은 84% 더 높았다.
특히 대장암 4기처럼 병세가 깊은 경우에는 진단 시 디스트레스로 인한 위험도의 증가세도 더욱 가팔랐다. 병의 재발이나 사망 위험이 진단 시 디스트레스가 낮음 그룹 보다 높음 그룹은 26%, 매우 높음 그룹의 경우 153%로 대폭 상승했다.
이밖에 병으로 인한 두려움, 슬픔, 걱정과 같은 감정적 요소 이외에도 보험, 돈, 일, 육아 등 암 치료 후 뒤따라올 사회경제적 문제들이 환자의 부담 요소로 꼽혔으며, 디스트레스가 높을수록 이러한 고통도 더욱 가중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수술 분야 국제 학술지인 ‘미국외과학회지(Annals of Surgery, IF = 13.787)’ 최근호에 게재됐다.
김희철 교수는 “암 치료 성적은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처음 암을 진단 받은 환자들은 암에 대한 두려움을 경험하고 이것이 주는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크다”며, “암 진단시의 정서적인 문제뿐 아니라, 직장문제, 자녀문제 등 여러가지 실생활 관련 문제들에 사로잡혀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치료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병의 진단과 함께 환자들의 치료 환경이 얼마나 준비 되었는지 환자가 느끼는 디스트레스를 평가하고, 이를 치료 전에 해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