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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성 감독이 디즈니 플러스와 손잡고 첫 드라마 도전에 나섰다. 그간 몰입감 높은 범죄 스릴러 장르로 탄탄한 관객층을 보유하고 있는 그가 이번엔 글로벌 시청자 매료에 나선 것. 강윤성 감독이 직접 기획, 각본을 쓴 '카지노'는 그의 궁금증에서부터 시작됐다. 한 한국인이 타국 필리핀에서 카지노의 왕이 되는 이야기. 그리고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 선함과 악함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하는 인간 군상을 그리며 호평을 이끌었다.
'카지노'는 돈도 백도 없이 필리핀에서 카지노의 전설이 된 남자 '차무식'이 살인사건에 휘말리면서 인생의 벼랑 끝 목숨 건 최후의 베팅을 시작하게 되는 강렬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카지노' 시즌1을 마치고 시즌2 공개를 앞두고 있는 강윤성 감독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드라마 도전에 나선 소감을 묻는 말에 강 감독은 겸손한 자세로 "처음에는 공개에 대한 부담감이 없을 줄 알았는데 공개 일이 다가올수록 영화 개봉보다 훨씬 떨리더라. 정말 살 떨리는 마음으로 첫 화를 봤다"고 말했다.
"드라마를 처음 해봐서 반응이 어떤지 알기가 쉽지 않았다. 영화는 관객 수치가 바로바로 나오니까 반응을 알기 쉬운데, 특히 OTT 시리즈는 그런 수치가 없어서 포털 사이트나 유튜브 반응을 찾아봤다. 초반에는 악평도 있었던 것 같은데 후반으로 갈수록 좋은 평이 많아서 다행이다." -
'카지노'는 차무식(최민식)의 어린 시절부터 중년의 모습까지, 그간 벌어진 일련의 전사를 꼼꼼히 설명한다. 강윤성 감독은 "우리 작품은 한 인물을 쭉 따라가지 않으면 후반부에서 힘을 못 받겠다 싶었다"며 이런 서사적 구성을 고집한 이유를 전했다.
"이 이야기를 처음 구상하면서 카지노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해프닝만 다루면 너무 말초신경만 자극하는 이야기가 될 것 같았다. 앞 부분에 어린 시절 이야기를 넣은 것도 차무식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카지노라는 특이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여러 해프닝, 그 속에서 인간의 욕망과 탐욕이 묘사되면 좋겠다는 취지였다."
'카지노'에는 돈에 목마른 다양한 인간 군상이 등장한다. 강윤성 감독은 그런 인물들을 '불나방'이라 표현했다. 뜨겁게 달궈진 랜턴에 닿으면 타죽을 것을 알면서도 달려드는 불나방들. 카지노에서 인생역전을 노리는 인물들 역시 불나방과 다름없었다. 강윤성 감독은 우연한 기회에 만난 한 인물을 시작으로 '카지노'의 서사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우리 이야기는 카지노의 랜턴에 달려드는 불나방들의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쓰게 된 것도 실제 필리핀에서 카지노를 운영하는 분을 만나서 그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시작됐다. 저도 전혀 모르는 세상이라 너무 궁금했다. 무식의 일대기에 그분의 경험이 녹았을 수도 있고, 일정 부분은 픽션도 있다. "주된 인물은 정킷방을 운영하는 그 분, 그리고 승훈 역할의 코리안데스크의 실제 모델분이었다. 두 캐릭터는 두 분의 취재를 통해 만들었고, 나머지 인물들은 상상으로 많이 만들었다." -
최근 많은 영화 감독들이 드라마에 도전하고 있지만, 강윤성 감독은 처음부터 '드라마에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카지노'를 쓴 건 아니라고 했다. 취재를 하다 보니 내용이 방대했고, 이 내용을 알차게 담는다 해도 2~3시간 남짓의 영화로는 힘들었다. 이야기를 쓰던 차에 드라마화를 결정했고, 디즈니플러스와 함께 드라마 감독으로 데뷔할 기회를 얻었다.
"처음부터 드라마를 써야겠다 생각하고 시작한 건 아니었다. 막상 취재를 하다 보니 이야기가 너무 길었고, 영화로 하자니 '다 담을 길이 없겠다' 싶어서 아예 길게 이야기를 풀자는 마음으로 작업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드라마로 가는 게 낫겠다 싶었고, 처음에는 17부로 썼다가, 17부는 드라마 포맷에 안 맞는다고 하셔서 16부로 줄였다."
"영화는 축약하고 압축하는 과정이 힘들다. 이야기도 유니크해야하고, 그런 걸 찾는 과정에 시간을 많이 보내게 되는데, 드라마는 인물을 길게 묘사할 수 있다는 점이 아주 좋았다. '카지노'에서는 제가 이름을 만든 캐릭터만 170명 정도가 나온다. 글을 쓰다가 캐릭터 이름을 잊어버려서 다시 찾아보고 하기도 했다. 시리즈물을 처음 해보면서 되게 매력을 느꼈고, 다음번에도 시리즈물에 도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특히 '카지노'는 최민식의 25년 만 드라마 컴백으로 화제를 모았다. 강윤성 감독은 최민식과 함께 드라마를 하게 된 계기를 묻자 "함께 영화를 하다 엎어졌는데 선배님이 제 손을 잡아주셨다"고 말했다. 헤어짐이 아쉬웠던 두 사람은 다시 한번 의기투합해 '카지노'를 만들어냈다.
"최민식 선배님과는 작업 중이던 영화가 있었다. 한국 워너브라더스에서 '인턴'이라는 영화를 리메이크하려고 준비 중이었다. 최민식 선배님, 신민아 배우랑 같이 준비를 하다가 코로나 때문에 한국 쪽 제작 부서가 철수되면서 엎어졌다. 판권이라도 가져오려고 했는데 워너 측에서 동의하지 않아 더 이상 진행할 수가 없었다."
"그때 최민식 선배님이 '우리 이렇게 헤어질 수 없잖아' 하셨다. 저한테 '써 놓은 거 뭐 있어' 물으셨다. 그때 '카지노'를 건네 드렸고, 이틀 만에 하자고 답을 주셨다. 왜 하기로 하셨는지 그런 말씀은 따로 없으셨다." -
'카지노'는 필리핀 카지노계 왕으로 불리는 '차무식'과 그를 잡으려는 코리안데스크 '오승훈'의 대립 서사가 큰 틀을 채운다. 시즌1에서는 두 사람이 마주하는 신이 그리 많진 않지만, 강윤성 감독은 최민식과 손석구야말로 처음부터 두 캐릭터에 제격인 배우였다고 강조했다.
"사실 최민식 선배님은 처음부터 '카지노'에 가장 잘 맞는 캐릭터셨다. 당시엔 '인턴'에 몰입된 상태라 선배님께 '카지노 합시다' 하자고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절망하고 있었는데 선배님이 먼저 손을 내밀어 주셨다. 저도 '마침 잘 됐다' 하면서 같이 했다. 사실 촬영 일정이 굉장히 힘들었는데 선배님 덕에 힘을 낼 수 있었다."
"손석구 배우는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는 재능을 타고났다. 이야기를 보는 힘이 아주 좋다. 초반에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도 '오승훈'이라는 캐릭터를 잡는데 손석구 배우의 힘이 되게 컸다. 배우가 실제로 영화 연출을 하기도 해서, 오승훈 대사를 직접 써오곤 했다. 무엇보다 영어를 너무 잘해서 영어 분량은 자기 입에 맞게 고쳐서 해줬다." -
시즌1 말미 차무식을 둘러싼 사건들이 심화된 채 마무리된 바, 강윤성 감독은 시즌2에 대한 귀띔도 덧붙였다. 시즌2를 넘어 향후 시즌에 대한 가능성을 묻는 말에는 "제가 결정할 일은 아니라 반응을 좀 봐야 할 것 같다"며 시청을 당부했다.
"시즌2에서는 또 새로운 많은 배우분들이 나오신다. 가장 큰 힘은 최민식 선배님이라고 생각한다. 선배님과 드라마를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배우들에겐 되게 큰 영광이자 도전이다. 역할이 작든 크든, 모든 배우들이 굉장히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응해주셨다. 가능한 선상에서는 제가 다 편지를 써서 제안을 드렸다. 원래도 편지로 어필을 많이 하는 편이다."
"새 시즌에서는 필리핀 배우들도 더 본격적으로 출연을 한다. 이야기가 더 깊어진다. 시즌1이 카지노의 생리를 묘사했다면 2에서는 카지노라는 공간보다 차무식에게 도전하고, 그에게 휘몰아치는 사건 같은 이야기로 전개가 된다. 차무식의 도전 쪽을 중점으로 봐주시면 좋겠다."
- 이우정 기자 lwjjane864@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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