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상반기까지 이어졌던 고유가와 석유 제품 수출 물량의 증가 등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4분기에는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 손실 등의 여파로 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여전히 석유 사업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이다. 특히 성장 동력으로 여겨지는 배터리 사업은 최악의 부진을 겪었다. 영업손실이 1조원에 육박했다. 전기차 판매 확대 추세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 다른 배터리업체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조 단위 영업이익을 챙긴 반면 SK온은 오히려 적자 폭을 키웠다. 매출이 4조원 넘게 증가할 때 영업손실은 3000억원 확대되면서 수익성이 심각하게 악화된 모습을 보였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매출 78조569억원, 영업이익은 3조9989억원을 기록했다고 지난 7일 밝혔다. 2021년 대비 매출 66.6%, 영업이익 126.5% 증가했다. 배터리 사업과 달리 전체 실적은 수익성이 대폭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주력 사업인 석유 사업이 실적을 이끌었다. 지난해 석유 사업 부문 매출은 52조5817억원으로 2021년 대비 77.7% 늘었다. 영업이익은 2021년 대비 191.9% 성장한 3조3911억원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 유가하락에 따른 재고손실과 정제마진 축소로 인한 영업적자에도 연간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며, "상반기까지 이어진 유가 상승과 석유 제품 수요 증가에 따른 정제마진 개선, 특히 석유 제품 수출 물량의 대폭 증가로 연간 실적은 2021년 대비 대폭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국가 주요 수출 품목에서 석유 제품은 2021년 대비 3단계 뛴 2위에 올랐다.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석유 제품 수출 물량은 1억4000만배럴로, 2021년 대비 37.7% 증가했다.
석유 사업을 포함한 SK이노베이션의 화학, 윤활유, 배터리, 배터리 소재 사업의 지난해 수출 실적(해외법인 매출액 포함)은 전체 매출의 72%를 차지하고 있다.
석유 사업 외에 사업별 연간 실적을 보면 화학 사업은 매출 11조269억원, 영업이익 1271억원을, 윤활유 사업은 매출 4조9815억원, 영업이익 1조712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석유 개발 사업은 석유 사업처럼 호황을 누렸다. 매출이 2021년 대비 73.1% 증가한 1조5264억원, 영업이익은 2021년 대비 95.2% 늘어난 6415억원을 기록했다.
배터리 사업(SK온)은 매출이 7조6177억원으로 2021년 대비 150.6% 증가했다. 해외 신규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에 들어가면서 제품 판매가 늘어나 매출 실적을 끌어올렸다. 매출은 2.5배 넘게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에 실패했다. 오히려 영업손실 규모를 2021년 6831억원에서 지난해 9912억원으로 확대했다.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은 매출 25조5986억원, 영업이익 1조2137억원을 기록했다. 삼성SDI 배터리 사업부는 매출 17조5663억원, 영업이익 1조2538억원을 거뒀다.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이다. 경쟁사 대비 SK온만 '나홀로' 적자 폭을 확대한 것이다.
SK온은 한국과 미국, 헝가리 등 국내외에서 배터리 생산공장 8개를 가동하면서 연간 88.7GWh의 생산 능력을 갖췄다. 현재 건설 중인 5개 공장이 완공되는 2025년 이후 생산 규모는 220GWh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SK온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 확대와 배터리 수요 증대에 따른 협상력을 바탕으로 수익성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재 사업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하락했다. 매출은 3438억원에서 2351억원으로 줄었다. 영업이익은 2021년 810억원에서 지난해 영업손실 480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전기차 인기 증가 특수를 누린 다른 배터리업체와 달리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관련 사업이 전반적으로 크게 부진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전망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경기침체 우려와 중국의 리오프닝 기대감 등이 혼재되면서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정학적 이슈에 따른 구조적 공급부족 영향으로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사업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관련해 세부 시행규칙이 발표되면 올해부터 오는 2025년까지 최대 약 4조원 규모 수혜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외 배터리 신규공장은 생산량 증대를 통해 매출액이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양섭 SK이노베이션 재무부문장은 "올해 변동성이 높은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재무구조 아래 운영 최적화를 통해 수익을 지속해서 창출하겠다"며, "전기 중심 사회로의 전환(Electrification)을 위한 청정 에너지 생산과 순환경제 중심의 친환경 포트폴리오 개발·투자도 차질없이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성열휘 기자 sung12@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