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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 담낭암 발병 및 전이 과정 세계 최초 규명

기사입력 2023.02.08 10:17
  • 정상 담낭 세포에서 담낭암이 발병하고 전이되는 과정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규명됐다.

    분당서울대병원은 본원 혈액종양내과 김지원 교수팀(강민수 교수, 병리과 나희영 교수, 삼성서울병원 병리과 안수민 교수)이 정상 담낭 상피 세포가 전암성 병변을 거쳐 원발 담낭암, 전이성 담낭암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세계 최초로 발표했다고 8일 밝혔다.

    담낭(쓸개)은 지방의 소화를 돕는 쓸개즙을 농축/저장하는 주머니로, 여기서 생기는 암세포의 덩어리가 담낭암이다. 담낭암의 전 세계 평균 발병률은 암 중에서 20위로 낮은 편이지만, 한국(8위)을 포함한 태국, 중국, 칠레 등 일부 국가에서는 높은 발병률을 보이고 있다. 또한, 담낭암은 상당수가 진행된 후에 발견되기에 완치가 쉽지 않다.

    최근 암 관련 유전자에 발생한 돌연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표적항암제 치료가 주목받고 있지만, 담낭암은 발병 및 전이 기전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진 적이 없어 적용이 쉽지 않았다.

    이에 김지원 교수팀은 담낭암의 발병 및 전이 과정을 규명하기 위해 전이성 담낭암으로 사망한 환자 2명을 신속 부검해 다수의 정상조직, 전암성 병변, 원발 암 및 전이암 병변을 확보해 연구를 시작하고, 담낭암 환자 9명을 추가로 분석했다.

    그 결과, 암 전 단계인 전암성 병변에서부터 세포들의 돌연변이 분포가 매우 다양함이 확인됐다.

  • 담낭에 다양한 클론들이 섞여 있다가, 주황색 클론이 이긴 암세포는 간으로, 파란색 클론이 이긴 암세포는 폐로, 초록색 클론이 이긴 암세포는 복막으로 간다. /이미지 제공=분당서울대병원
    ▲ 담낭에 다양한 클론들이 섞여 있다가, 주황색 클론이 이긴 암세포는 간으로, 파란색 클론이 이긴 암세포는 폐로, 초록색 클론이 이긴 암세포는 복막으로 간다. /이미지 제공=분당서울대병원

    하나의 전암성 병변은 병변을 이루는 세포들의 돌연변이 분포에 따라 여러 개의 세포 군집(클론)으로 구성되는데, 클론끼리 서로 경쟁하면서 이긴 클론이 선택되는, 즉 ‘다윈의 진화론’에서 ‘적자생존의 원칙’ 또는 ‘선택적 싹쓸이’라 불리는 진화 과정을 거치면서 원발 암으로 변하게 된다.

    이렇게 진화된 원발 암을 구성하는 클론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새로운 돌연변이를 획득하면서 새로운 여러 개의 클론으로 진화하며, 이후 경쟁을 통해 이긴 클론이 선택되고 그중 일부가 다른 장기에 전이된다. 이 과정에서 암세포 1개 또는 클론 1개가 다른 장기로 전이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암세포 또는 클론이 동시에 전이됐으며, 전이된 암세포나 클론 역시 돌연변이 획득(다양한 클론으로 진화) 경쟁 단계를 거치게 된다.

    연구팀은 이렇게 복잡한 과정이 담낭암 환자의 신체 내부에서 지속해 발생하기에 담낭암의 치료가 어려운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담낭암을 치료할 때 가능한 종양 클론의 시공간적 변화를 추적함으로써, 최적의 표적항암제를 사용하는 것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의생명과학분야 국제학술지인 ‘이라이프(eLIFE)’에 게재되었다.

    본 연구의 1 저자인 분당서울대병원 강민수 교수는 “담낭암의 대표적인 유전자 돌연변이는 전암성 단계에서부터 존재하지만, 돌연변이 중 상당수는 암세포 일부에서만 관찰된다”며, “유전자 돌연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표적항암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암 유전체 데이터에서 단순히 돌연변이 존재 여부만 확인하지 말고 돌연변이를 가진 종양 클론의 시간과 공간적 변화를 추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신저자 김지원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담낭암의 발병 및 전이 기전을 보다 깊은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게 되었지만, 본 연구의 결과를 실제 환자에게서의 치료 효과로 연결하려면 각각의 유전자 돌연변이를 무력화할 수 있는 다양한 신약 개발이 필수적인 상황이다”라며, “연구를 시작할 수 있도록 ‘시신 기증’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주신 환자 두 분과 유가족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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