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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리즘 이시한 칼럼] 메타 커머스는 어떤 모습으로 올 것인가? : 메타커머스의 3단계와 차별화된 요소

  • 메타리즘
기사입력 2023.01.31 10:39
  • 메타리즘 이시한 칼럼
    ▲ 메타리즘 이시한 칼럼

    시작에는 항상 ‘안 된다는 사람들’이 있다

    #1.

    “아무리 그래도 옷을 어떻게 입어 보지도 않고, 인터넷만 보고 살 수 있겠어. 불편하기만 하고, 그리고 막상 화면으로 보는 것하고 색감도 다르고... 의류 쇼핑몰 같은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

    #2.

    “모바일 쇼핑은 화면도 너무 작고 제대로 보이지도 않고 뭔가 쇼핑하려면 너무 귀찮은데, 인터넷에서 사지, 누가 모바일로 쇼핑을 한다고 그래.”

    #1은 이커머스라는 단어 자체가 낯선, 인터넷 초창기에 의류 쇼핑몰을 차리려고 하던 사람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들었던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2021년 온라인 패션 플랫폼인 '무신사'의 매출액이 2조 3,000억 원을 기록했다. 전체 패션몰 매출이 아닌 한 업체의 매출입니다.

    #2는 2010년대쯤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시작하자, 모바일 커머스라는 게 생기기 시작했을 때 흔히들 하는 이야기였어요. 그런데 2022년 8월 한 달 동안에 우리나라 모바일 커머스의 총거래액은 13조 2천억 원 정도였죠. 한 해 전체를 통계 내면 100조는 당연히 넘는다는 얘기입니다.

    이제 사람들은 메타커머스를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또 누군가는 이렇게 얘기하고 있어요. “그거 불편하기만 하고, 누가 메타버스에서 물건을 산대?” 시대가 변해도 사람들은 변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론칭하는 순간 글로벌 사업인 메타커머스

    메타커머스는 메타버스와 커머스를 합친 용어인데, 가상공간에서 물건을 사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상거래 방식입니다. 시장조사기관 인더스트리아크는 메타커머스 관련 시장 규모를 2026년이면 32억 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습니다. 4조 원 정도 수준인데, 전 세계에서 4조 원이라면 그렇게 큰 규모는 아니죠. 그도 그럴 것이 메타커머스가 활성화되기 위한 전제조건은 메타버스의 대중화이기 때문입니다. 

    메타버스가 지금의 인스타그램이나 네이버처럼 매일매일 가볍게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된다면, 그 안에서 일어나는 상거래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을 것인데, 현재까지 기술 발전 흐름이나 메타버스 보급 속도로 본다면 2025~26년 정도는 아직 보급 초창기에 가깝습니다. 2024~26년 사이에 알파 혹은 베타 테스트를 론칭한다고 예고된 대중 친화적인 플랫폼들이 많기 때문에, 진정한 메타커머스의 시대는 이 이후가 되어야 본격적으로 성장하지 않을까 전망됩니다. 하지만 그때가 되어서 기업들이 시장에 참전하면 늦겠죠. 그 전에 메타커머스로서의 브랜드를 갖추고, 경험을 쌓아야 메타커머스 시장을 주도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메타버스의 개념 자체가 공간을 초월하는 것이기 때문에, 메타커머스 역시 지역에 구애받지 않는 글로벌입니다. 따라서 메타커머스에서 두각을 나타낸다는 말은 곧, 사업 범위와 규모가 글로벌하게 전개된다는 말과 같습니다. 그러니 기업들로서는 메타커머스를 준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메타커머스의 3단계

    현재 메타커머스는 1단계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만들어진 글로벌 플랫폼에다가 자신의 브랜드 체험관을 만드는 방식이 가장 흔합니다. 대표적으로 제페토에 스타벅스 체험관 월드를 만든다든가, 테마 월드 중 하나인 한강공원에 편의점 CU를 설치하는 식이죠. 로블록스에서는 나이키가 크게 나이키 체험관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런 방식들은 상거래라기보다는 마케팅에 가까워서 메타버스 마케팅의 기법으로 따로 다뤄야 하겠지만, 해당 기업들 입장에서는 단순히 마케팅만 하려고 이런 수고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브랜드 체험관에서 미션을 수행하면 쿠폰을 준다든가 하는 식으로 현실과 연계해 마케팅을 하기도 하지만, 이 브랜드 체험관들의 가장 큰 용도는 브랜드들의 아이덴티티에 메타버스라는 이미지를 덧입히는 것입니다. 

    로블록스에서 나이키 체험관을 운영하던 나이키가 나이버스라는 메타버스를 운영한다든가, 나이키 NFT 운동화를 판다고 나서면 유저들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시도를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예를 들어 금강제화라는 브랜드가 갑자기 금강버스를 만들면 초창기에 유저들을 끌어들이는 것이 만만치 많은 일이 될 것입니다. 기업들의 브랜드관 운영은 Z세대 유저들에게 친근감을 주면서, 기업들 역시 메타버스에서 소비자 행동의 경험치를 쌓고 있는 일석이조의 투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타커머스의 2단계는 메타버스 안에서 상품을 구입하고, 그 안에서 소비하는 것입니다. 가장 먼저 팔리는 것은 옷, 장식품, 주얼리 같은 아바타 관련 굿즈들이죠. 글로벌 인지도가 있는 브랜드의 디지털 굿즈들이 팔립니다. 제페토에서는 구찌 가방은 7~8천 원 정도, 구찌 티셔츠는 1~2천 원 정도 합니다. 지금은 이 정도이지만, 점점 더 많은 브랜드들이 메타버스에서 자신들의 굿즈를 론칭하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 아바타가 스타벅스 머그컵을 들고 있을 것이며, 이케아 가구로 가득 찬 자신의 집에서 잠들게 될 것입니다.

    사실 이렇게 디지털 코드가 거래되는 것을 커머스라고 하기에는 애매할 수도 있습니다. 콘텐츠 거래라고도 볼 수 있는데, 디지털 굿즈와 커머스가 거래되는 양상은 메타버스 내의 굿즈와 현실의 상품이 동시에 팔리는 형태로 볼 수 있습니다. 일본의 의류브랜드인 토요시마가 전개하는 겟 보스, 보스 바이(GET BOTH, BOTH BUY)는 아바타와 현실의 옷을 같이 제작해서 파는 프로젝트입니다. 토요시마가 제공하는 의류 패턴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상과 현실 세계의 옷을 동시에 제작·판매하기 때문에, 아바타와 현실의 사람이 같은 옷을 입게 됩니다.

    메타커머스의 3단계는 지금의 인터넷 쇼핑몰 역할이 그대로 메타버스 쇼핑몰로 이전되는 것입니다. 메타버스 내에서 상품을 사면, 현실의 나에게 배송이 오는 것이죠. 메타커머스의 장점이 글로벌이니만치, 글로벌 배송망이 잘 갖춰져 있을수록 메타커머스는 쇼핑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메타커머스의 차별 요소

    메타커머스가 지금의 인터넷 쇼핑몰과 2D냐 3D냐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메타커머스의 분명한 차별점은 아바타의 존재입니다. 정확히는 아바타 너머에 있는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형성하는 인간관계의 존재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의 인터넷 쇼핑몰은 ‘사람’이 없고, 오직 상품과 유저밖에 없어요. 그러니 상품 정보만 보게 되는데, 자기 상품은 다 최고라고 말하니, 구매 결정에서 유저가 참고할 정보는 가격밖에 없게 되는 것입니다. 업체 입장에서는 저가 경쟁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죠.

    물건의 구매에 사람이 개입되면, 쇼핑 경험이 달라집니다. 상품을 살 때 점원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적당한 상품을 추천받는 것들이 가능한 것이 메타커머스입니다. 넷플릭스에서 방영되는 드라마 중 '블록버스터 살리기'라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블록버스터는 거대 프랜차이즈 비디오 대여점이었는데, 넷플릭스 같은 OTT가 생기면서 결국 사라진 브랜드죠. 드라마는 지구상 마지막 블록버스터 지점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여기서 강조하는 것이 영화를 고르면서 영화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직원에게 추천도 받는 쇼핑 경험입니다. 자신이 본 영화를 바탕으로 비슷한 장르만 기계적으로 추천해주는 넷플릭스의 알고리즘과 달리, 블록버스터에 오면 그 고객의 성격과 인간관계, 가정생활까지 어느 정도 아는 직원이 추천해주는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것이 오프라인 쇼핑 경험의 중요한 포인트인데, 메타버스는 디지털이지만 바로 이런 오프라인 쇼핑 경험을 살릴 수가 있는 공간이죠. 그래서 메타커머스는 공간초월이라는 디지털의 장점과 사람 사이의 관계라는 오프라인 커머스의 장점을 둘 다 살린, 새로운 커머스라고 여겨지는 것입니다. 

    메타커머스 = 콘텐츠+커머스

    메타커머스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적 바탕은 이미 구현가능합니다. 글로벌 배송 시스템이 완벽하게 갖춰지고, 실시간 통·번역 시스템이 장착되면 더 좋겠지만, 메타커머스의 성패는 이런 기술적 요건에 달려있는 것이 아닙니다. 인터넷 쇼핑몰이 아닌 굳이 메타커머스에서 상품을 구매해야 할 이유가 필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중요한 것은 상품이 아닌 콘텐츠예요. 글로벌 표준이 자리 잡은 요즘에는 상품의 퀄리티는 거의 엇비슷해지고 있기 때문에, 상품 자체로 매력을 끌어내기보다는 그 상품을 추천하고 큐레이션 하는 방식으로 커머스로 유도해야 합니다. 메타버스에서는 그런 유인을 관계적, 게임적으로 풀어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다가올 메타커머스를 준비하는 개인과 기업의 입장에서는 메타커머스를 그냥 커머스라기보다는 콘텐츠+커머스의 복합 비즈니스라고 보시고 접근하시는 것이 보다 성공에 가까운 길이 될 것입니다. 

    [이시한 교수] 이시한 교수는 연세대학교 박사 수료 후 성신여자대학교 겸임 교수로 활동 중인 ‘지식 탐험가’다. 다수의 기업 및 공공기관에서 메타버스 관련 프로젝트 및 자문에 참여하고 있다. 저서로는 ‘메타버스의 시대’, ‘NFT의 시대’, ‘이시한의 열두 달 북클럽’ 등이 있으며 최근 메타버스 전문 미디어 플랫폼 ‘메타플래닛’, ‘메타리즘’에서 전문가 칼럼을 집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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