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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투자 성과 불확실한 AI, ‘실현 가능성’ 증명해야”

기사입력 2023.01.19 16:59
‘아드리안 스몰스키’ 깃랩 아태지역 엔지니어링 매니저
“기술개발 속도만큼 올바른 방향 정립 중요”
  • 아드리안 스몰스키 깃랩 아태지역 엔지니어링 매니저. /김동원 기자
    ▲ 아드리안 스몰스키 깃랩 아태지역 엔지니어링 매니저. /김동원 기자

    인공지능(AI) 산업이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초거대AI, 생성AI, 대화형AI 등 새로운 기술이 1~2년 주기로 빠르게 등장하고 있다.

    AI가 빠른 속도로 개발될 수 있는 배경에는 ‘도구’ 영향이 크다. AI 개발은 ‘문제 정의-데이터 수집·분석-AI·머신러닝(ML) 모델 개발-서비스 배포 운영’의 사이클로 이뤄진다. 이 사이클을 빠르게 반복하며 개발과 운영 간 차이를 줄이며 모델 성능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AI 개발의 핵심이다. 이 과정을 가능하게 해주는 도구는 바로 ‘데브옵스 플랫폼’이다. 소프트웨어 개발부터 배포, 실시간 모니터링 등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지원한다. 그만큼 소프트웨어, AI 개발이 빠르고 관리도 쉽다. 데브옵스는 소프트웨어 개발과 운영을 통합하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데브옵스 플랫폼 공급사는 AI 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66개국에 데브옵스 플랫폼을 공급하고 있는 ‘깃랩’의 아드리안 스몰스키 아태지역 엔지니어링 매니저는 “AI 개발은 데브옵스를 사용해 속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방향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18일 한국 시장 조사차 방한한 그를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깃랩 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났다.

    - 전 세계적으로 AI 개발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맞다. AI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개발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많은 기업이 디지털 전환을 하면서 필요해진 서비스가 많아짐에 따라 속도가 경쟁력인 시대가 됐다. 여기에는 데브옵스 영향도 컸다. 실제로 많은 기업이 데브옵스 플랫폼을 도입하면서 서비스 출시 속도를 높였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그런데 AI는 속도뿐 아니라 방향도 중요하다고 본다. 아직 투자 대비 명확한 성과가 나오지 않은 분야인 만큼, 방향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 방향이라고 하면 수익이 나올 수 있는 분야를 뜻하는 건가.

    “명확하게 말하면 ‘실현 가능성’이다. AI를 개발하고 적용해서 무엇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자동차를 만든다고 가정하면, 빨간 SUV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을 때 중간마다 투자자나 상급자가 그 과정을 검토할 수 있다. 그런데 AI와 같은 소프트웨어는 그 과정을 보여주기 어렵다. AI의 경우 아직 명확한 ‘투자 대비 효과(ROI)’가 나온 상황이 아니라 더 그럴 수 있다. 따라서 그 실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 1~2년간 경제가 어렵다고 전망되는 상황에서 AI ‘실현 가능성’은 특히 중요할 것 같다.

    “그렇다. 대기업이든 스타트업이든 AI 개발과 적용에는 많은 투자가 들어간다. AI 조직은 투자 이상의 성과를 빠른 기간에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다. 따라서 중간마다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경영자나 투자사 등에 명확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 데브옵스 플랫폼은 개발 속도뿐 아니라 이러한 실현 가능성 문제도 풀어줄 수 있다.”

    - 데브옵스 플랫폼에서 별도로 지원하는 기능이 있나.

    “한국에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밸류 스트림 매니지먼트(Value Stream Management)’라는 기능이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기술개발 과정을 알기 쉽도록 보여주는 기능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하나의 파이프라인이 있다면 단계별로 개발이 어디까지 되었는지를 한눈에 보여준다. 데브옵스 플랫폼이 모든 단계별 작업을 하나로 통합 관리하기 때문에 이러한 기능이 가능하다. 경영자나 투자사는 이 기능을 활용해 현재 기술개발 단계와 방향을 쉽게 알 수 있고, 개발자는 별도 리포트 작성 없이 현 상태와 기대 효과 등을 보고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 한국 시장 조사차 방한했다. 앞서 얘기한 ‘실현 가능성’을 잘하는 기업은 어디라고 보는가.

    “카카오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이란 메신저로 여러 가치를 만들었다. 쇼핑, 금융, 모빌리티 사업 등을 연계했고, 나아가 새로운 머신러닝 기술을 추가하려고 하고 있다. 이는 카카오가 카카오톡의 가치를 유지하면서 고객들의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 ‘실현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앞으로 기업은 계속 자사 서비스의 확장을 고민할 것이다. 많은 사용자가 사용하는 서비스를 이익이 안 된다고 멈출 순 없고, 여기서 새로운 가치를 찾아야 한다. 이 점을 봤을 때 카카오톡 사례가 인상 깊었다.”

    - 한국의 데브옵스 시장은 어떤가.

    “한국은 이미 데브옵스에 익숙하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유연한 구조를 갖고 있다. 아직 레거시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본과는 큰 차이가 있다. 오래전부터 데브옵스를 비롯해 ML옵스 등의 기능을 빠르게 도입했고, 이미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데브옵스 도입과 활용 부문은 미국, 유럽 시장과 비슷하다고 평가된다.”

    - 아직도 ‘데브옵스 도입이 쉽지 않다’는 얘기는 적잖게 나온다.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에는 언제나 장애가 따른다. 데브옵스도 마찬가지다. 기존 기업 문화를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선 사람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아무리 뛰어난 플랫폼을 도입한다고 한들 이를 사용하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봤을 때 한국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본다. 이번에 방문했을 때 한국 기업들은 데브옵스에 대한 교육과 인력 투자가 많다는 인상을 받았다.”

    - 깃랩은 데브옵스 플랫폼으로 AI 개발도 지원하고 있나.

    “우리는 AI 개발, ML옵스 등을 ‘데이터사이언스’라는 하나의 그룹으로 지정해 기능을 지원하고 있다. 깃랩에는 데이터사이언스팀이 별도로 있다. 최근 모든 개발 도구와 시스템에 AI가 접목되고 있기 때문에 이 팀에서는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지금은 코딩 작업이 많이 필요하지 않은 ‘로우코드’ 도구와 ML옵스 지원 도구 등을 지원한다. AI와 머신러닝 개발에 있어 각 전문가가 협업할 수 있는 도구에 집중해왔었다. 하지만 데이터사이언스팀은 최근 데브옵스를 뛰어넘는 서비스를 연구하고 있고, 이를 위해 더 다양한 AI 지원 도구를 접목하고 있다.”

    - 경쟁사라고 평가되는 ‘깃허브’의 최대 투자사인 ‘마이크로소프트’의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지향하는 바는 예측이다. AI라는 자체 기술을 보유하고 이를 산업에 적용했을 때 얼마나 더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가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 깃랩은 사업 방향이 다르다. 우리는 플랫폼에 집중하고 있다. AI 자체 기술력을 갖고 있지 않지만, AI를 쉽게 개발할 수 있고 적용하기 위한 도구를 제공한다. ML옵스 등 필요한 개발 도구를 계속 지원해나갈 계획이다.”

    -앞으로 한국 시장에서의 전략은 무엇인가.

    “우리는 66개국에 똑같은 전략을 취하고 있고, 한국도 역시 마찬가지다. 그 전략은 ‘투명성’이다. 모든 것을 공개한다. 우리는 온라인상에 ‘깃랩 핸드북’이란 이름으로 우리의 기술과 필요한 부분을 모두 공개하고 있다. 한국의 한 대학교에서는 이 핸드북으로 강의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모든 정보를 공개하는 이유는 스타트업 등 신생기업이 우리를 교훈 삼아서 더 발전하고 문제를 돌파했으면 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더 많은 기술을 투명하게 공개해 동반 성장하는 기업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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