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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중심에는 故 강수연이 있었다'…김현주X류경수X연상호감독 '정이'

기사입력 2023.01.12.13:12
  • 사진 : 조선일보일본어판 이대덕 사진기자, pr.chosunjns@gmail.com
    ▲ 사진 : 조선일보일본어판 이대덕 사진기자, pr.chosunjns@gmail.com

    "'정이'의 시작에는 배우 강수연이 있었다."

    관객에게 영화 '부산행', 시리즈 '지옥' 등으로 사랑을 받아온 연상호 감독이 영화 '정이'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밝혔다. '정이'는 지난해 5월 별세한 故 강수연의 유작이 된 작품이기도 하다. 과연 강수연은 관객에게 어떤 모습을 마지막으로 남겨두었을까.

    12일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넷플릭스 영화 '정이'의 제작보고회가 진행돼 배우 김현주, 류경수를 비롯해 연상호 감독이 참석했다. '정이'는 기후변화로 폐허가 된 지구를 벗어나 이주한 쉘터에서 발생한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전설적인 용병 ‘정이’(김현주)의 뇌를 복제, 최고의 전투 A.I.를 개발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SF 영화.

    연상호 감독은 영화 '정이'에 대해 "하나의 아이콘으로 소비되던 '윤정이'라는 인물에 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윤정이(김현주)는 연합군 측 최정예 리더 출신으로, 수많은 작전에 참전해 승리로 이끈 전설의 용병이자, 딸 수현의 엄마였다. 하지만, 마지막 작전에서 실패로 인해 식물인간이 되었고, 그가 가진 전략, 기술, 그리고 의지까지 그대로 담은 전투 A.I 개발을 위한 뇌 복제 대상이 된다.

  • 사진 : 조선일보일본어판 이대덕 사진기자, pr.chosunjns@gmail.com
    ▲ 사진 : 조선일보일본어판 이대덕 사진기자, pr.chosunjns@gmail.com

    연상호 감독은 '정이'의 이야기를 SF 장르라는 한국의 情(정)이라는 감성과 과는 가장 반대되는 그릇에 담았다. 그는 "윤정이라는 인물은 여러 이데올로기 속에 대상화된 존재로 살아온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영웅으로 한 아이의 엄마로. 그런데 '정이'라는 인물이 자기를 둘러싼 모든 이데올로기나 아이콘으로서 상황에서 완벽하게 해방되는 이야기를 상상하며 영화를 기획했다. 그 과정에 SF적 상상력으로 구현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김현주는 최고의 전투 A.I. 개발을 위한 뇌 복제 대상 ‘정이’ 역을 맡았다. 그는 전작에서 보여준 적 없던 과감한 액션과 함께 A.I 연기를 선보인다. 김현주는 "중간에 멈추고, 갑자기 시작되는 연기를 상상해본 적도 없었다. 그런 부분에서 고민이 많았다"라며 "A.I 연기는 부자연스러운데 자연스러워야 해서 현장에서 감독님과 액션 하나하나 세세하게 이야기하며 만들어갔다"라고 남다른 노력을 전했다. 그가 선보일 액션의 최고 노력을 곁들였다는 사실과 함께다.

  • 사진 : 조선일보일본어판 이대덕 사진기자, pr.chosunjns@gmail.com
    ▲ 사진 : 조선일보일본어판 이대덕 사진기자, pr.chosunjns@gmail.com

    류경수는 전투 A.I. 개발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연구소장 ‘상훈' 역을 맡았다. 그는 상훈의 MBTI를 'ENFP'라고 설정해 둘 정도로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지옥'의 유지 사제와는 정반대인 인물 같다. 유지 사제는 냉철한 면모가 있고 속내를 잘 안 보이는 면이 있다면, 상훈은 장난스럽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하다. 자기 기분을 잘 못 숨긴다. 그런 여러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캐릭터"라고 그가 보여줄 새로운 모습을 예고했다.

    강수연은 뇌 복제 및 A.I.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소 팀장이자 정이(김현주)의 딸 ‘서현’ 역을 맡았다. 영화화를 염두에 두지 않고 먼저 '정이'의 시나리오를 썼던 연상호 감독은 "'정이'의 시작이 강수연"이라고 밝혔다. '서현 역을 어떤 배우가 하면 좋을까'라는 질문에 '강수연'을 떠올리게 되며, '정이'가 영화화되는 데 가속도를 내게 된 것.

  • 사진 : 강수연 추모 홈페이지 캡처
    ▲ 사진 : 강수연 추모 홈페이지 캡처

    강수연은 '정이'의 시작이었고, 중심이었다. 김현주, 류경수는 강수연과의 첫 만남과 현장에서 함께 했던 기억을 꺼내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연상호 감독은 처음 강수연에게 '정이'를 장문의 문자로 제안하고, 읽씹(문자를 읽었지만 답이 없었다의 속어) 당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프로그래머까지 통해서 어렵게 연락이 닿았다. 30분 정도 이어진 첫 통화에서 연상호 감독은 겨드랑이까지 땀으로 젖을 정도로 긴장했다. 그리고 '정이'가 시작됐다.

    "한번 해보자고 하셨다. 그때부터 모든 '정이'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사실 걱정이 많았다. 현장에서 까다로우실까 염려했다. 촬영하면서 느낀 것은 '정말 현장을 좋아하신다'와 '정말 후배 배우들을 아끼신다'라는 점이었다. 강수연 선배님이 모임을 많이 주선하셨다. 촬영하면서 몇 번의 모임을 가졌다. 편한 공간에서 다같이 모인 적이 있었는데 그때 기억이 많이 난다. 학생 때 영화를 좋아했던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하는 느낌이었다. '정이'를 하면서 그런 기억이 참 중요하다 싶었다."

  • 사진 : 조선일보일본어판 이대덕 사진기자, pr.chosunjns@gmail.com
    ▲ 사진 : 조선일보일본어판 이대덕 사진기자, pr.chosunjns@gmail.com

    연상호 감독은 '정이'에 대해 강수연에게 "한국적인 SF영화"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연상호 감독은 "'정이'는 윤정이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가족을 위해, 전쟁에 나갈 수밖에 없는 인물이고, 그러다 사고를 당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서현(강수연)은 그런 어머니에게 늘 죄책감을 가진 인물이다. 딸의 입장에서 엄마를 영광스러운 자리에 올리기 위한 목적을 가졌다. 저도 누군가의 자식이자, 누군가의 아버지로 '나의 부모를 다시 리셋할 기회가 주어지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담고 싶었다. 그것이 한국적인 SF라고 한 지점이 있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한국 영화 배우의 맏언니이자 아이콘으로 평생을 살았던 강수연의 연기로 이야기한다. 강수연은 영화 '씨받이'(1986)로 한국 배우 최초로 '제44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해 월드 스타의 포문을 열었고, 모스크바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세계 영화제 수상의 새 역사를 쓰기도 했다. 과연 '정이'는 관객에게 어떤 이야기로 닿을까. 이는 오는 1월 20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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