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55년만에 소송 건 ‘로미오와 줄리엣’… 아동성범죄에 시효・기회는 없다

기사입력 2023.01.10 10:46
  • 1968년 개봉했던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의 주연 배우 올리비아 핫세와 레너드 위팅이 제작사 파라마운트를 상대로 5억 달러(약 6000억 원) 규모 소송을 제기해 화제다. 주 내용은 미성년자 성적 학대와 사기 혐의다.

  •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 영화 포스터
    ▲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 영화 포스터

    문제가 된 장면은 ‘로미오와 줄리엣’ 후반부에 나오는 배드신이다. 핫세와 위팅은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 1심법원에 제출한 소장을 통해 해당 장면이 배우들 모르게 나체로 촬영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감독이 피부 색깔의 속옷을 입혀 배드신 촬영을 진행한다고 공지했으나, 촬영 당일 말을 바꿔 나체로 촬영할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후 감독은 배우들에게 카메라 위치를 조정해 맨몸이 드러나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영화에는 핫세의 가슴과 위팅의 엉덩이가 그대로 노출됐다. 당시 두 사람의 나이는 15세, 16세였다.

    해당 소송은 미국 캘리포니아가 2020년 주법을 변경해 아동 성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한시적으로 없애면서 제기됐다. 해당 조치 덕분에 어린 시절 성범죄 피해를 겪었던 피해자들이 마감일이었던 지난해 12월 31일까지 약 3년간 관련 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다.

    앞서 미국 뉴욕주도 2019년 ‘아동 피해자 보호법’을 통과시켜 아동 성범죄 피해자가 공소시효 만료 후에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18세 이상 성인 피해자를 대상으로도 공소시효가 만료된 성범죄 피해에 대해 1년간 한시적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특별법이 발표됐다. 시행 첫날에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여 년 전 패션잡지 엘르의 칼럼니스트였던 E. 진 캐럴을 성폭행한 혐의로 피소돼 화제를 모았다. 한편 국내에서는 13세 미만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공소시효 자체가 적용되지 않는 특례를 적용해 언제든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모든 범죄자가 저지른 범죄에 대해 사회적 지탄을 받지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는 특히 무관용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국적 불문 다수를 이룬다. 범죄에 따라 상황을 참작해 기회와 온정을 부여해야 하는 경우도 분명 존재하지만, 아동성범죄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참작이 불가능하며 범죄에 대한 시효도, 기회도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아동성범죄자의 재범을 방지하고 불안에 떠는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는 아동성범죄 법정형을 상향하고 사회로부터의 격리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중국・이란은 아동성범죄자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할 수 있으며, 영국・캐나다는 화학적 거세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또 미국은 ‘제시카법’에 따라 아동성범죄자 출소 이후에도 거주지 제한을 두고 있다.

    2014년 아이돌 그룹 엑소를 탈퇴한 크리스(본명 우이판)는 지난해 성폭행 혐의로 체포돼 중국 연예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폭로자에 의하면 피해 여성 중에는 미성년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스 측은 이 같은 사실을 완강히 부인해왔으나, 지난해 11월 중국의 법원 재판부는 1심을 통해 크리스에게 성폭행 혐의로 11년 6개월, 집단음란죄로 1년 10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1심이 확정될 경우 크리스는 중국에서 약 13년의 형기를 마쳐야 하며, 복역을 마친 후 즉시 캐나다로 추방된다. 캐나다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에게 화학적 거세를 실시하고 있어 크리스가 추방 이후 같은 처분을 받게 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 한동훈 법무부 장관 시무식 현장(법무부 공식 유튜브 채널(법TV) - '2023 법무부 시무식에서 법무부장관이 강조한 것?' 캡쳐 화면)
    ▲ 한동훈 법무부 장관 시무식 현장(법무부 공식 유튜브 채널(법TV) - '2023 법무부 시무식에서 법무부장관이 강조한 것?' 캡쳐 화면)

    한편 국내에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이른바 미국의 ‘제시카 법(Jessica Lunsford Act)’ 도입을 거듭 언급해 귀추가 주목된다. 제시카 법은 고위험 아동 성범죄자의 주거지를 제한하는 법으로,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일어난 아동 성폭행 사건 피해자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졌다. 플로리다주는 제시카법에 따라 아동성범죄자 출소 후 평생 전자장치를 부착하고, 학교 등 시설로부터 2000피트 이내 거주를 제한하고 있다.

    해당 법안은 지난해 아동성폭행범 조두순과 김근식 등의 이사, 출소로 인한 거주 문제가 불거지며 수면 위로 떠올랐다. 현재 김근식은 추가 범행이 적발되어 재수감되었으며, 조두순은 거주할 집을 찾지 못해 이미 임대차 계약이 끝난 안산 집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지난 10월 “우리나라에는 미국과 달리 아동 성범죄자의 주거지를 제한하는 법률이 없다”라며, “미국 등에서와 같이 아동 성범죄자에 대해 사실상 종신형에 가까운 중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거의 드물어 우리나라의 제도적・현실적 환경을 고려한 ‘고위험 성범죄자 재범방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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