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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초에서 2022년 상반기까지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너도나도 메타버스에서 회의를 주관하고, 신입생 환영회와 졸업생 송별회를 열고, 각종 모임을 만드는 등 다양한 모임은 물론 향후에 진행하는 신규 사업에 ‘메타버스’는 무조건 포함되어야 하는 단어였다.
지금은 어떤가?
수많은 메타버스 공간이 만들어졌지만, 실제 이용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많은 비용을 들여 만든 메타버스 공간들은 조용히 방치되어 사라지고 있다. 왜일까?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 이슈가 한풀 꺾이며 비대면에서 대면으로 모임이 옮겨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까지 만들었던 메타버스는 모두 사라지게 되는 걸까? 그건 아니다. 이미 우리는 비대면으로도 얼마든지 모임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대면과 비대면이 혼합된 형태를 당분간 보고 경험하게 될 것이다.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줄고 사람들이 접속하지 않은 건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이 두 가지 이유를 뒤집으면 메타버스를 구축할 때 가장 신경 써야 할 점이 된다. 하나씩 정리해보자.
첫째 접속해야만 하는 이유가 없다.
코로나 때 줌(ZOOM) 화상회의 서비스가 인기를 얻었던 이유는 쉽고, 간편하게 접근할 수 있으며 비용이 저렴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서비스는 많다. 진짜 이유는 접속이 ‘강제적’이었다는데 있다. 아이들이 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줌’에 접속해야만 했다. 직장인들이 오후에 회의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줌’에 접속해야 했고, 저녁에 각종 강연을 듣기 위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줌’을 썼던 이유는 대부분의 모임들이 ‘줌’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2021년 하반기부터 인기를 얻은 게더타운(gather.town) 메타버스 역시 마찬가지다. 모 대기업의 신입사원 환영회가 열린 것을 시작으로 기업은 물론 정부기관 역시 경쟁적으로 모임을 열며 수많은 사람들이 메타버스에 접속해 자신의 아바타로 돌아다니며 다른 이들과 대화를 했다. 익숙하지 않아 불편하거나 어렵더라도 어쩔 수 없었다. 게더타운에서 회의와 행사가 진행되니 강제적으로 접속해야만 했다.
다시 대면의 시대가 회복되며 굳이 메타버스에서 만나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만드는 메타버스에 일반인들이 접속하는 이유는 이벤트 때문이다. 이벤트가 끝나면 굳이 이용해야 할 필요가 없다. 특정 관광지를 메타버스로 멋지게 만들어 놓았다면 코로나 확진자가 많았던 때에는 가고 싶지만 갈 수 없는 ‘향수’를 달래줄 수 있었지만, 지금은 굳이 그곳이 아니라 다른 곳을 직접 가면 된다.
두 번째 이유는 더 크다. 메타버스에서 ‘할 게 없다.’
자체적으로 메타버스를 구축했거나 제페토나 로블록스, 게더타운(이외에 젭, 세컨블록등 다양한 메타버스가 있다.)의 플랫폼을 이용해 구축한 공간들이 많다. 이런 공간들에 사람들이 접속하는 이유는 역시 다양한 이벤트에 참가하기 위함이다. 집에서 혹은 어디서든 스마트폰으로 접속만 하면 보상을 준다니 안 할 이유가 없다. 혹은 남들 다 경험해봤다는 메타버스에 대한 호기심과 연구 차원에서 접속하게 된다.
접속 후 5분만 지나면 할 게 없다. 로블록스는 어린 친구들이 즐기는 대표적인 메타버스라 어른들이 즐길만한 게임이 적다. 다른 메타버스들도 마찬가지다. 이벤트나 교육이 끝난 후에 접속하면 처음 만나는 건 낯선 공간과 낯선 사람들뿐이다. 경찰서에는 경찰관이 없고, 은행에는 행원이 없다. 도서관에서는 책을 빌릴 수 없고, 상점에서는 옷을 살 수 없다.
이 이유들을 뒤집어 생각해보자. 메타버스에서 접속해서 할 수 있는 일들을 늘리면 어떨까. 고객이 방문하는 공간을 만들었다면 고객을 만날 직원들도 배치해 원활한 상담이 이루어질 수 있게 해야 한다. 메타버스 공간을 재미있게 만들고 싶다면 현재 순위권에 있는 게임들이 가지고 있는 게임요소들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공간만 있는 방치된 메타버스를 만들고 싶지 않다면 조금 더 깊이 생각하고 고민해보자.
[이임복 교수] 이임복은 세컨드브레인연구소 대표이자 금융연수원 겸임교수다. 다수의 기업, 금융기관, 공공기관에서 IT 트렌드와 스마트워크 등 메타버스 관련 프로젝트 및 자문에 참여하고 있다. 저서로는 ‘책 쓰는 토요일’, ‘메타버스 이미 시작된 미래’, ‘NFT 디지털 자산의 미래’ 등이 있으며 최근 메타버스 전문 미디어 플랫폼 ‘메타플래닛’, ‘메타리즘’에서 전문가 칼럼을 집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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