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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 과잉의 시대’라고 불리는 현대에 ‘비만’은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큰 적으로 여겨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사평가원’)이 발표한 통계 분석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7~2021년) 국내 비만 환자는 꾸준히 늘어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비만 환자 수는 3만 170명으로, 2017년 대비 101.6%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비만’ 환자의 증가 추세 못지않게 ‘영양 결핍’ 환자도 급증했다. 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영양결핍 환자 수는 33만 5,441명으로 2017년 14만 9,791명 대비 123.9%(연평균 22.3%) 증가했다.
이렇듯 지금 우리 사회에는 ‘비만’과 ‘영양 결핍’이 동시에 심화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특히, 10대의 최근 5년간 비만율은 263%(연평균 38.1%), 영양결핍은 181%(연평균 29.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모든 연령대 중 가장 가파른 증가세로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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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의 가장 큰 원인으로 급변한 식습관을 손꼽는다. 외식과 간편식, 포장·배달 음식 섭취가 증가하며, 우리 식단은 점점 더 육식 위주로 편중되고 있다. 이들 음식은 대부분 열량이 높지만, 식이섬유와 비타민, 미네랄 등 우리 몸의 에너지 전환에 꼭 필요한 미량 영양소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또한, 야외 활동 감소와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는 풍조, 다이어트 등도 특정 영양소의 결핍을 부추기며, 영양 불균형으로 인한 일명 ‘배부른 영양실조’을 유발하고 있다.
실제 질병관리청이 진행한 2020년 국민건강영양조사 통계에서는 국민 5명 중 1명이 영양 불균형 상태로 확인되었는데, 식품 및 영양소 섭취 행태는 2021년 통계에서도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영양 불균형 문제는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배부른 영양실조’를 막기 위해 생리 활성물질이 풍부한 다양한 과일과 채소 섭취를 늘리고, 영양제 등을 통해 부족한 영양소를 채우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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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가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영양결핍 환자에게 부족한 상위 10항목 중 6가지가 비타민으로 확인됐다. 세부적으로는 비타민 D 결핍이 10명 중 7명이 해당할 정도로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나타났으며, 비타민 A와 비타민 B군(티아민 등)도 주요 결핍 영양소에 포함됐다.
비타민은 ‘미량영양소’인 만큼 많은 양이 필요하진 않지만, 부족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칼슘과 뼈 대사를 조절하는 호르몬인 비타민 D는 부족할 경우 심혈관 질환, 종양, 자가면역질환 등 다양한 면역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골밀도와 직접적인 상관이 있어 소아·청소년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용인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송경철 교수팀은 비타민 D와 청소년의 골밀도 및 지질 수치 사이의 상관관계를 밝힌 연구 결과를 지난해 발표한 바 있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아·청소년의 평균 비타민 D(25-hydroxyvitamin D) 수치는 16.28ng/ml로 미국의 25.6ng/ml보다 낮았으며, 비타민 D 결핍률은 79.3%로 미국(약 50%)보다 훨씬 높았다. 이에 송 교수는 부족한 비타민 D 수치를 높이기 위해 “하루 30분가량 충분히 햇볕을 쬐는 것”을 권장하고, 추가로 “연어, 참치, 계란, 우유 등의 음식이나 보충제를 먹을 것”을 추천했다.
전문가들은 비타민을 음식으로 모두 보충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필요할 경우 영양제 형태로 먹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지용성 비타민은 과다하게 먹으면 해가 있으므로 권장량에 맞춰 섭취해야 한다. 또한, 미량 영양소는 일일이 챙겨 먹기 어렵기 때문에 이를 채울 수 있는 멀티비타민 섭취를 권장했다.
멀티비타민 브랜드 센트룸 관계자는 “미국 하버드 공중 보건대학(Harvard School of Public Health)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영양 보충 제품으로 멀티비타민을 제시하고 있으며, 종합비타민에 포함된 비타민 D 혹은 비타민 D 단일 보충제는 대장암의 위험을 낮추고 다양한 만성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라며, “균형 잡힌 영양소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멀티비타민을 기본으로 섭취하되, 각자의 건강 니즈를 채울 수 있는 영양소를 추가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