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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미이케 타카시 감독 "'커넥트' 통해 감독으로서 점프한 기분…운명 느껴"

기사입력 2022.12.12.17:31
  •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제공
    ▲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제공
    인기 웹툰 '커넥트'가 일본 감독의 손에서 재탄생했다. 입봉 이래로 100편이 넘는 작품을 연출, 게다가 장르까지 불문하고 자신만의 장르를 써나간 미이케 타카시 감독을 통해서다. '커넥트' 연출을 맡은 미이케 타카시 감독은 과거 애니메이션 실사 영화를 연출했던 경험을 십분 살렸다. 원작의 장기밀매, 초재생능력 소재를 리얼하면서도 기괴하게 살려냈고, CG까지 가미해 독특한 무드의 한류 드라마를 탄생시켰다.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커넥트'는 죽지 않는 몸을 가진 주인공 '동수'가 한 쪽 눈을 빼앗긴 뒤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초재생능력을 지닌 동수는 자신의 눈을 이식받은 이가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장면을 보게 되고, 그를 저지하기 위해 필사의 추격을 시작한다. 외로운 삶을 살다 눈을 빼앗긴 '동수' 역에는 배우 정해인이, 동수의 눈을 갖게 된 연쇄살인마 '진섭' 역에는 고경표가 나섰다. 여기에 김혜준이 동수의 조력자로 활약하는 미스터리한 소녀 '이랑'으로 분해 스릴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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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DB
    미이케 타카시 감독에게 '커넥트'는 여러 도전이었다. 생애 처음으로 맡은 한국 작품이자 OTT 작품이기 때문. 감독은 이런 이례적인 상황이 "아직도 얼떨떨하다"며 겸손해하면서도, 도전적인 작품에 대한 열정과 설렘을 가득 드러냈다.

    "제가 OTT로 작품을 보여드리는 게 처음이다. 한국에서도 굉장히 이례적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시는 것 같다. 스튜디오드래곤과 디즈니플러스가 함께 한다는 것도 그렇고, 지금 다양한 프로모션들을 하고 있는데 익숙지 않아서 지금은 감상이라기보다는 당황스러운 게 솔직한 심정이다."

    "한국의 원작 웹툰을 처음 읽었을 때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그동안 알아 왔던 일본의 망가(만화)와 굉장히 비슷하지만, 그 표현 방법이 전혀 달랐다. 음악에도 여러 장르가 있듯이 만화도 여러 장르가 있겠지만, 한국의 웹툰은 표현이 정말 심플하다. 장기를 적출하는 장면에서도 나이프가 보이고, 화면이 검게 되고 '쓱'이라는 표현이 들어가고, 그렇게 넘어간다. 배경이 굉장히 심플해서 그 안에서 상상력을 자극한다. 미지의 세계를 처음 접한 것 같은 충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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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DB
    한국 현장은 처음인데다, 배우며 스태프들까지 모두 한국인이었다. 감독으로서 현장을 지휘하고 디렉팅하는 과정에서 언어적 장벽을 느끼진 않았을까 궁금했다. 이에 대해 미이케 타카시 감독은 수차례에 걸친 대본 번역 과정으로 완벽함을 더했고, 배우들의 경험을 믿고 갔다고 말했다. 그 덕에 원활한 작업이 될 수 있었다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번 작업을 하면서 언어의 장벽이 없다고 느껴진 게 저도 굉장히 신기한 부분이었다. 코로나19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준비를 원격으로 회의를 했다. 굉장히 한정된 현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대본이라는 공통된 매개가 있었고, 배우들도 워낙 프로였다. 각본을 보면 어떻게 어프로치를 해야 하는지 하는 부분은 공통된 언어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혼란스러울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해외 작업을 할 때보다 이번 한국 작업이 가장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제가 한국어를 모르다 보니 조 감독님에게 부탁을 드린 게 있었다. 번역 일을 정말로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께 일차적으로 시나리오 번역을 맡겼고, 일본어를 네이티브처럼 할 수 있고 조감독 경험이 있는 한국 분에게 이차적으로 검수를 받았다. 또 제작팀 중에 일본어가 가능한 분이 계셔서 세 번째로 (대본이) 드라마적인 센스와 맞는지 확인했고, 네 번째는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했다. 이미 배우들이 해왔던 연기 커리어가 있기 때문에 자기들의 경험을 입혀서 신을 만들어 낸다. 거기까지 갔을 때는 이미 신뢰 관계가 구축됐기 때문에 전혀 의심하지 않고 그 흐름에 맞춰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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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제공
    앞서 열린 '커넥트' 기자간담회에서 미이케 타카시 감독은 정해인의 연기력이며 리더십 덕에 현장이 수월해질 수 있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 격이자 단숨에 자신을 매료한 고경표에 대해서도 칭찬을 쏟아냈다.

    "제가 정해인 씨를 가장 먼저 알게 된 건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다. 국민 동생처럼 굉장히 러블리하게 나오지 않나. 그냥 그런 사람이라고 인식했었는데, 스튜디오드래곤에서 'D.P.'를 보내주셨는데 그걸 보고 '정해인이 굉장히 연기를 잘하는 사람이구나'라는 걸 느꼈다. 또 팬을 굉장히 소중히 대하는 마음이 있다는 걸 알았고, (직접 만나보니) 배우로서도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열정이 있었더라. 굉장히 머리가 좋고 의욕적인 사람이다."

    "고경표는 악마다. 굉장히 끌리는 매력이 많은 사람이다. 매력적이라서 잘못을 해도 쉽게 용서를 할 수 있는 그런 캐릭터다. 첫 미팅에서 고경표가 지각했었다. 저희는 그의 슬림한 모습이 담긴 사진을 받고 기다렸는데, 막상 보니 살이 쪄 있었고 '다이어트 실패했어요' 하고 웃더라. 자기 자신을 하나도 숨기려 하지 않았다. 정말 재밌는 사람이구나 싶어서 개인적으로 팬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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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제공
    미이케 타카시 감독은 '커넥트'를 통해 한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청자에게 새로운 역량을 보여줬다. 수십 년 경력에 이미 일본 현지에서는 손에 꼽는 감독인 그는 새로운 시장을 경험하며 다시 한번 열정을 다졌다.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이 이럴 때 가장 재밌는 것 같다. 과거의 작품들이 나의 의도와 다르게 영화제에 채택되거나, CD로 나와서 세계를 돌아다니지 않나. 그런 것을 통해 저를 파악하는 분들이 많으실 거다. 그런 과거의 저와 지금의 제가 '커넥트'가 돼서 새로운 뭔가가 태어났다는 점이 감독으로서는 굉장히 재밌는 일이다."

    "기존에는 (제가) 조금씩 움직여왔다고 생각한다면, 이번 작품을 통해서는 스스로 굉장히 크게 점프한 것 같다. 방향이 (좋은 쪽인지 아닌 쪽인지) 어느 쪽인지는 모르겠다. 제가 제 영화로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을 받은 적은 있지만 스케줄 때문에 한 번도 참석을 못 했었는데 이번에 OTT 시리즈로 처음 부산국제영화제를 오게 됐다. 굉장히 운명적이라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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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제공
    '최초로 한국 드라마를 연출한 일본인 감독'이라는 수식어를 얻게 된 그는 현지 분위기를 직접 전하기도 했다. 한 마디로 "난리가 난 상황"이라고 설명한 그는 격변하는 콘텐츠 시장 속 새 도전의 최전선에 나선 것에 대해 "나도 내 미래를 모르겠다"며 너털웃음을 지어 보였다.

    "한 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일본의 영화 업계에서는 지금의 현상을 굉장히 신기해하고 있다. '미이케 감독이 스튜디오드래곤과 작업을 한다고? 그럼 '사랑의 불시착2'를 찍는 건가?'하는 반응이 있었다. 그런데 디즈니플러스로 공개된다고 하니 모두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하고 있다. 나도 내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일본의 영화업계는 지금 굉장히 시끄럽다. 그게 '커넥트'를 통해서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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