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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리즘 이시한 칼럼] 건축, 건설 비즈니스에 메타버스가 적용되는 방법은?

  • 메타리즘
기사입력 2022.12.06 11:33
: 대립되는 개념이 아닌 보완 개념으로서의 건축, 건설에서의 메타버스 적용
  • 메타리즘 이시한 칼럼
    ▲ 메타리즘 이시한 칼럼

    실제 건축물들이 지어지는 비즈니스와 메타버스가 공존이 가능할까요?

    건축이나 건설 같이 실제 건축물들이 지어지는 비즈니스와 메타버스는 얼핏 상극으로 보입니다. 메타버스가 실물공간을 대체한다는 개념이다 보니 공존할 수 없는 비즈니스처럼 느껴지는 것이죠. 하지만 여행 비즈니스와 메타버스의 관계처럼 이 조합은 얼마든지 상보적일 수 있고, 역할 분담만 잘한다면 원가를 절약하면서 소비자 만족감을 극대화시켜 줄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이 되죠. 구체적으로 어떻게 메타버스와 접목이 되며, 앞으로 어떤 식으로 발전해 갈지 생각해 보죠.

    메타버스 안에 구현되는 건축물의 3D 모델

    건축과 학생들이 밤을 새워가며 과제로 집 모양을 만들던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설계도만 가지고는 실제 집 모양이 어떻게 나오는지 건축주 입장에서는 전혀 감도 안 잡히거든요. 그래서 설계도 안의 집을 3D 형태로 구현해주어서 문외한이어도 집의 모양을 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집 모형이죠. 큰 건물을 지을 때도 이런 모형들이 나옵니다. 그런데 그 모양에 수정이 들어가면, 수정한 부분까지 반영해서 다시 만드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건축주가 수정하라고 하면 밤을 새워서 하긴 할 테지만요.)메타버스는 바로 이러한 모델링 작업을 너무나 손쉽게 가능하게 해줍니다. 메타버스로 접속해서 설계대로 구현된 3D 모델을 보면서 회의를 할 수도 있죠. 수정사항이 있으면 바로 그 자리에서 수정사항을 반영하여 모델을 새로 띄어보면서 바로바로 협의를 할 수도 있습니다. 여러 나라의 협업이 필요한 건축물이나 공장 같은 것을 지을 때는 이미 이런 메타버스 내의 회의 시스템을 활용해서 설계를 수정하고, 협의를 하면서 작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런 3D 모델링을 메타버스로 구현해서 일반 대중들에게 선 공개하면서, 새로 만들어지는 건축물의 신뢰를 구축하는 것도 하나의 활용입니다. 한국공항공사는 2025년 준공 예정인 울릉공항을 건축 정보모델링(BIM) 기술을 기반으로 실제 공항과 같은 구조와 비율로 더욱 실감 나게 구현한 울릉공항 메타버스를 오픈했습니다. 대중들이 미리 울릉공항에 들어가 보아 울릉공항에 대한 홍보 효과를 높이는 기능을 할 뿐만 아니라, 이 울릉공항 메타버스의 자료들은 실제로 공항 설계 검토와 교육자료로도 활용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분양관을 메타버스에서

    3D 모델로 구현되는 메타버스를 조금 더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으로는 분양관이나 견본주택을 만들어 대중들에게 공개하는 것도 있습니다. 아파트나 오피스텔같이 대규모로 분양되는 건물은 사전에 신청자들에게 견본주택을 보여주면서 구매를 유도하게 되는데요, 견본주택이 있는 곳까지 가려면 물리적인 시간과 비용이 들게 되죠. 공간적으로 너무 멀리 떨어진 곳이라면 방문 자체가 불가능하고요. 이런 분양관을 메타버스 상에 구현하면 거리와 시간에 자유로워지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의 방문을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자신의 아바타가 다른 사람에 신경 쓰지 않으면서 집 안 구석구석을 여유롭게 볼 수 있으며, 또한 견본주택에서는 불가능한 외부 단지와 조경까지도 체험해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평형별로 전부 구현해놓음으로써, 한두 평형의 견본만 가지고 다른 평형까지도 짐작해야 했던 폐단을 없앴죠.

    롯데건설은 종합 프롭테크 기업 직방과 함께 ‘울산 롯데캐슬 블루마리나 메타버스 모델하우스’ 서비스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메타버스 안에 구현된 분양관은 디지털이기 때문에 응용에 따라 여러 가지 다양한 기능을 가질 수가 있어요. 예를 들어 자신이 살 집의 인테리어를 버튼 하나로 미리 해볼 수도 있습니다. 이런 기술은 이미 나와 있어요. KT 융합기술원이 개발한 실시간 주택시각화 솔루션 ‘디버추얼(D.Virtual)’을 사이버 견본주택에 도입하면 주택 내장재와 마감재, 가구 옵션 등을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가상공간에서 실시간 시뮬레이션해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 활성화되지는 않았지만, 건설사와 전자회사, 가구 회사들과 MOU를 체결하게 되면 자신의 집에 들어갈 가구나 전자제품들도 메타버스 분양관에서 같이 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직접 사이즈를 재거나 색깔이 맞나 신경 쓰기보다는 메타버스 내에서 여러 가구나 전자제품들을 집어넣어서 인테리어 해보면서 사이즈나 색깔을 맞출 수 있게 됩니다. 마음에 들면 구매예약 버튼으로 아예 자신이 고른 가구와 전자제품들이 싹 세팅이 되어 있게 할 수도 있겠죠. 

  • 공정에서의 AR 적용

    소비자에게 결과물을 도출해 제공하는 최종단에서의 건축물 메타버스 적용은 매우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그런데 이뿐만 아니라 건축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도 메타버스는 매우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공사가 진행되는 건물은 설계도상에서의 건물과 다를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 공사를 하다 보면 막상 공사를 수행하시는 분들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 설계도대로 건물이 올라가는지 아닌지 당장은 확인할 길이 없거든요. 그럴 때 AR 기술을 활용해서, 건축물에 3D로 정보들이 덧입혀 보여지는 것입니다. 배관이나 가스관이 지나갈 자리가 확보되었는지, 계단의 경사는 똑바로 맞았는지 같은, 구체적인 공사의 중간과정이 AR 글라스를 통하여 실시간으로 파악될 수 있습니다. DL이앤씨는 기계, 전기, 배관(MEP) 설비의 설계 물량과 시공 후 실제 내역을 3차원 영상으로 구현하고 빅데이터로 산출하는 시스템을 개발했어요. 해당 기술을 이용하면 공사 간 간섭이 되는 부분을 미리 파악하고 위험 요소를 제거할 수 있을 것이라 하죠.

    그리고 안전 교육에서도 메타버스는 매우 효율적인데요, 삼성물산은 VR을 적용한 장비 안전 가상훈련 프로그램인 ‘스마티’를 도입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양중·하역·고소작업·타설 등 공종과 장비에 따라 실제 현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사고 시뮬레이션을 준비, 실제 사고가 발생했던 작업 상황과 유사한 환경을 직접 체험해보면서 안전사고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실제 상황을 억지로 만들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론으로만 교육하자니 한계가 있는 공사장 안전교육을 메타버스에서 함으로써 보다 안전한 작업장을 만들 수가 있게 된 것입니다. 

    온·오프공간의 커뮤니티 기능 믹스

    한국처럼 아파트 같은 집합 건물이 활성화된 곳이라면 해당 단지 아파트의 메타버스와 실제 아파트의 모임들이 상호 교류하면서 커뮤니티 기능을 형성하는 복합 커뮤니티 체계를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지금도 아파트는 반상회, 부녀회 등 자신이 사는 곳을 기반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잖아요. 그런 기능을 디지털 트윈으로 아파트 단지에 구현해 놓고 커뮤니티 기능을 활성화 시키면 보다 활발한 커뮤니티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최근 들어 아파트가 그냥 사는 곳이 아니라, 교육이나 조식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진화해 가면서, 보다 서비스 좋은 공동주거 공간으로서의 자리 잡고 있습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보다 나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된 메타버스 내의 아파트에서 뭉친다면, 온·오프 혼합의 보다 활발한 커뮤니티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겁니다. 다만 이런 기능은 현실적으로 아파트 시행사나 시공사들이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입주민들이 모이면 여러 불만을 쏟아낼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인데요, 이런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 기본 옵션이 된다면 시행사나 시공사로서도 이런 메타버스를 구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건물의 액팅 시뮬레이션

    건물은 살아있는 생물과 같습니다.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을 하는 것도 중요하거든요. 그런데 설계도 위에만 있을 때는 그런 부분은 전혀 알 수가 없죠. 그래서 도시나 동네를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하고, 그 위에 건물을 앉혀 놓음으로써 실제 건물이 들어섰을 때 동선이나 교통 같은 것을 시뮬레이션해 볼 수 있다면 여러모로 참고가 될 것입니다.

    도시 전체를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해서 도시의 움직임을 시뮬레이션하는 프로그램들이 지금 시도되고 실험되고 있습니다. 이런 데이터들이 나오면 여기에 AI 기술을 활용해서 해당 건물이나 주택 같은 것을 예정된 공간에 앉혀보고, 세부적인 건물의 액팅 시뮬레이션까지 해 볼 수 있는 길이 마련될 것입니다. 메타버스에서 디지털트윈으로 건물의 액팅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것이죠. 그런 데이터들을 바탕으로 건물이 만들어지기 전에 사전 수정이 될 수 있다면 정말 주변환경과도 잘 어울리고, 효율적인 건물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건축이나 건설에 적용되는 메타버스의 기능

    건축, 건설에서의 메타버스 적용은 살펴본 바와 같이 서로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라 완전히 보완이 되는 개념입니다. 실제 건축물로 구현된 다음에야 실수를 깨닫고 수정하게 되면 들어가는 비용은 어마어마합니다. 시뮬레이션과 최적화를 통해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고, 가장 효과적인 모습과 기능의 건물을 완성해 가도록 돕는 것이 건축이나 건설에 적용되는 메타버스의 기능이 될 것입니다. 

    [이시한 교수] 이시한 교수는 연세대학교 박사 수료 후 성신여자대학교 겸임 교수로 활동 중인 ‘지식 탐험가’다. 다수의 기업 및 공공기관에서 메타버스 관련 프로젝트 및 자문에 참여하고 있다. 저서로는 ‘메타버스의 시대’, ‘NFT의 시대’, ‘이시한의 열두 달 북클럽’ 등이 있으며 최근 메타버스 전문 미디어 플랫폼 ‘메타플래닛’, ‘메타리즘’에서 전문가 칼럼을 집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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