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스바겐코리아가 올해 9월 출시한 ID.4를 시승했다. 폭스바겐은 전기차 시장의 중요성을 고려해 유럽 외 수출국 중 처음으로 국내에 ID.4를 선보였다.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세그먼트인 콤팩트 SUV에 속하는 ID.4는 전용 플랫폼 MEB 기반으로 탄생한 폭스바겐 최초의 전기 SUV다.
ID.4는 폭스바겐코리아의 접근 가능한 프리미엄 전략을 이끌 전기차이기도 하다. 이 모델을 시작으로 ID.패밀리를 순차적으로 도입해 한국 전기차 시장를 공략할 계획이다.
경쟁 모델은 테슬라 '모델 Y'를 비롯해 현대차 '아이오닉 5', 기아 'EV6' 등을 꼽을 수 있다. ID.4 차체 크기는 전장 4585mm, 전폭 1850mm, 전고 1620mm, 휠베이스 2765mm로 이는 EV6와 비교하면 전장, 전폭에서 각각 95mm, 30mm 작고, 휠베이스 또한 135mm 짧다. 다만 전고는 70mm 높은 전통적 SUV 실루엣을 나타낸다.
-
외관은 폭스바겐 SUV 디자인 정체성과 미래적인 요소를 완벽하게 융합했다. 또한, 전통적인 SUV의 남성적이고 탄탄한 라인은 잃지 않으면서도 0.28Cd의 낮은 공기 저항계수를 통해 뛰어난 에어로 다이내믹스를 실현했다. 차체 실루엣은 매끄러우면서도 탄탄한 느낌을 자아내고, 여기에 큰 휠을 장착해 강력하고 스포티한 느낌 또한 강조했다. 파워풀한 숄더 라인은 차체를 더욱 탄력 있게 만들었다.
전면부에 적용된 인텔리전트 라이팅 시스템인 'IQ.라이트-LED 매트릭스 헤드램프'는 좌우 헤드램프 사이를 이어주는 '프론트 LED 라이트 스트립', 후면부의 '3D LED 테일라이트' 등과 함께 더욱 스타일리시하면서도 미래적인 느낌을 선사한다. 여기에 전기 구동계로 움직이는 만큼 상부 라디에이터 그릴을 완전히 삭제한 부분도 눈에 띈다.
-
실내는 현대적이면서도 편안한 느낌의 라운지를 연상시킨다. 간결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 강렬한 라이팅 효과, 지속가능한 소재 적용 등 브랜드 최초의 전기 SUV에 걸맞게 모든 면에서 새로운 특징을 보여준다. 가장 먼저 블랙 컬러의 아트벨루어 소재와 플로렌스 브라운 컬러의 애니멀 프리 시트의 조합은 더욱 세련된 느낌을 선사한다. 앞좌석에 적용된 에르고 액티브 전동 시트는 메모리, 컨비니언스 엔트리, 마사지, 열선, 조절식 허벅지 지지대, 전동식 럼버 서포트 등을 제공해 운전자의 편안한 주행을 돕는다.
5.3인치 디지털 계기판은 주행 속도, 주행가능 거리 및 배터리 충전 현황, 운전자 보조시스템 등 운전자가 주행 시 필요로 하는 주행 및 차량 정보를 제공한다. 12인치 멀티 컬러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가 적용된 디스커버 맥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ICAS)은 직관적인 유저 인터페이스는 물론 더욱 빠른 터치 응답률과 정밀해진 제스쳐 컨트롤을 제공한다. 내장 내비게이션을 탑재하지 않은 대신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한다. 유선 방식으로 모바일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과 호환하도록 했다. 무선 충전 및 유선 앱커넥트 기능도 탑재됐다.
전면 유리 하단부에 장착된 ID.라이트는 승차 및 하차, 도어 잠금 및 해제, 충전 상황, 전화 수신, 프론트 어시스트에 의한 긴급 정지 상황 등 다양한 차량 상태를 LED 라이트 효과로 표시해 운전자에게 보다 직관적인 드라이빙 환경을 제공한다. 30가지 컬러의 앰비언트 라이트도 적용됐다.
-
도어는 운전자 및 승객들이 편하게 탑승할 수 있으며 높은 시트 포지션에서 보다 편안하게 착석 및 이동이 가능하다. 짧은 오버행과 상대적으로 긴 휠베이스로 인해 상급 SUV만큼의 넓고 편안한 실내 공간을 제공한다. 전체 루프 길이만큼 광활하게 뻗어 있는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는 확 트인 개방감을 전달한다. 트렁크 용량은 543L로, 뒷좌석 시트를 접을 시 1575L까지 늘어난다. 여기에 짐을 고정시킬 수 있는 러기지 네트, 네트 칸막이, 트렁크 하단 높이 조절이 가능한 러기지 플로어를 활용해 효율적으로 짐을 실을 수 있다.
-
ID.4는 전기차의 기본 소양이라고 할 수 있는 넉넉한 배터리 용량과 주행 거리를 제공한다. 82kWh의 고전압 배터리를 탑재해 완전충전시 최대 주행가능 거리는 복합 405km, 도심 426km, 고속 379km다. 충전 시스템의 경우 최대 충전 용량 135kW의 급속 충전 및 11kW의 완속 충전 시스템을 모두 지원하며, 최대 급속 충전 속도로 충전 시 약 36분 만에 배터리 용량의 5~80%까지 충전 가능하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부드러운 주행 감각이다. 내연기관차라고 착각할 수 있을 만큼 비슷한 주행 질감을 보여준다. 전기차 단점으로 꼽히는 울컥거림 없이 회생 제동하며, 실내외에서 느껴지는 진동과 방음 성능도 우수한 편이다.
ID.4는 효율적이고 직관적으로 작동하는 두 가지 주행 모드를 제공한다. 취향에 따라 계기판 우측 컬럼식 기어 셀렉터를 통해 D(드라이브)나 B(브레이크) 모드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시승 시 D 모드를 선택했는데 회생 제동이 매끄럽게 이뤄져 전기차 특유의 이질감이 들지 않았다. D 모드는 대다수 주행 상황에서 전기모터가 자유롭게 작동한다.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놓을 경우 코스팅(타력 주행)으로 효율을 극대화한다. 다시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브레이크 에너지 회생 제동 기능을 활성화하는 방식이다.
내리막길에서는 B 모드를 사용했다. 더 적극적이고 지속적으로 브레이크 에너지 회생 제동을 가한다. 정지 상태를 제외한 모든 주행 상황에서 전기 모터가 제너레이터 역할을 해 배터리로 전원을 다시 공급한다. 완만한 제동은 회생 제동만으로 해낸다. 완전 정지 상태에 도달하거나 더 강력한 제동력이 필요한 경우에만 유압식 브레이크를 쓴다.
-
가속은 경쾌하다. ID.4는 강력하고 효율적인 PSM 기반 구동 시스템을 탑재했다. 이 시스템은 리어 액슬 바로 앞에 위치해 바퀴에 동력을 공급한다. 작은 크기에 가벼워 효율성을 강조했다. 최고출력은 150kW(204마력), 최대토크는 31.6kg.m(310Nm)으로 다른 전기차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는 아니나, 전기차 특성상 페달을 밟는 순간 큰 힘을 바로 쓸 수 있어 부족함은 전혀 느낄 수 없다.
ID.4는 독일차답게 탄탄한 하체를 바탕으로 한 정직한 핸들링 감각을 보여준다. 서스펜션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멀티 링크 방식을 채택해 방지턱 등 요철을 편안히 넘는다. 급격한 코너를 고속으로 진입해도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는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 시간은 8.5초, 최고속도는 시속 160km다.
최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IQ.드라이브'도 기본 탑재됐다. 특히 ID.4에는 주행 중 운전자가 일정 시간 반응이 없을 시 주행을 멈추고 위급상황을 알리는 '이머전시 어시스트'가 새롭게 추가됐다. 운전자가 일정 시간 동안 차량을 제어하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면, 차량이 운전자에게 스티어링 휠 조작 필요 알림 및 경고음과 경고 메시지를 띄운다. 그 후에도 운전자의 반응이 감지되지 않는다면, 차량은 차선 내 스스로 정지해 비상등 및 주차 브레이크를 작동시키고 경적을 울린다. 이와 함께 차량 도어를 스스로 오픈하고 실내등을 점등해 위급상황을 주변에 알리는데 도움을 준다.
이외에도 전 주행 속도 구간에서 앞차와의 거리를 고려해 속도와 차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트래블 어시스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레인 어시스트, 사이드 어시스트와 후방 트래픽 경고시스템, 프로액티브 탑승자 보호 시스템, 전방추돌경고 프론트 어시스트 및 긴급제동 시스템 등이 적용됐다.
국내에 판매하는 ID.4는 최상위 트림 프로에 해당하며 판매 가격은 5490만원이다. 국비 보조금 651만원에 지방자치단체별 보조금을 합하면 400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 일반·동력계 부품에 대해 주행거리 무제한 3년 보증, 배터리는 8년/16만km 보증을 제공하는 점도 매력적이다.
- 성열휘 기자 sung12@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