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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장' 이후, 저희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국제시장'이 돌아가신 제 아버지의 이야기라고 하면, '영웅'은 안중근 의사와 그의 어머니에 대한 헌사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영화 '국제시장', '해운대' 등의 작품으로 천만 명이 넘는 관객에게 신뢰를 얻은 윤제균 감독이 약 8년 만에 영화 '영웅'으로 돌아왔다. 영화 '영웅'은 뮤지컬 '영웅'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약 10년 전 윤제균 감독은 뮤지컬 '영웅'을 본 후, 눈물을 흘리며 스스로 한 약속을 영화 '영웅'으로 지켰다. 그 뜨거운 마음이 '영웅'에 담겼다.
21일 CGV 서울 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영화 '영웅' 제작보고회가 진행돼 배우 정성화, 김고은, 조재윤, 배정남, 이현우, 박진주 그리고 윤제균 감독이 참석했다. '영웅'은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정성화)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잊을 수 없는 마지막 1년을 그린 영화. -
윤제균 감독은 '영웅'의 시작을 밝혔다. 그는 "영화 '댄싱퀸' 때 정성화를 처음 만났고, 당시 그가 뮤지컬 '영웅' 공연 중이었다. 꼭 보러오면 좋겠다고 해서 공연을 보러 갔다. 정말 많이 울었다. 안중근 의사가 '멋있다'라는 생각보다, 그에게 죄송했다. 안중근 의사뿐만 아니라 독립운동가분들 모두 지켜드리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리고 아팠다. 언젠가 이 작품을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거의 10년이 넘은 것 같다"라고 출발선을 회상했다.
'영웅'의 영화화를 생각한 순간, 윤제균 감독이 스스로 약속한 것은 "라이브" 였다. 뮤지컬 '영웅'의 초연부터 14년 동안 안중근 역을 소화한 정성화는 어찌 보면 당연한 선택이었다. 정성화는 "감독님께서 '성화야, 너가 안중근을 해야겠다'라고 하셨다"라는 캐스팅 당시의 뭉클한 마음을 떠올렸다. 당시 80kg에 육박하던 정성화는 '안중근' 역을 제안 받고 체중 감량에 돌입했다. 목표는 윤제균 감독이 말한 '관객이 안중근이라고 믿을 만큼' 이었다. 무려 14kg을 감량한 정성화는 앞서 공개된 '영웅' 포스터에서 안중근과 놀라운 싱크로율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
윤제균 감독은 다음 캐스팅에도 공을 들였다. 그는 조사를 시작했고, 윤제균 감독의 말에 따르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노래 잘하는 여배우 김고은, 박진주"를 캐스팅했다. 김고은은 독립군의 정보원 '설희' 역을 맡았다. 그는 "고등학교 때까지 뮤지컬 노래를 굉장히 많이 불렀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라이브로 뮤지컬을 소화하는 것은 큰 고충이 있었다. 김고은은 "집 방구석에서 많이 울기도 했다. 총 3곡을 부르는데, 그 곡 모두가 격정적인 감정으로 오열하는 상태에서 부르는 곡이다. 현장에서 노래보다 연기에 집중했다. 작은 디테일까지 집중해서 할 만큼 노래를 잘하지도 않고, 실력이 없어 과감히 연기를 선택했다"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최근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편안한 모습으로 웃음을 유발하고 있는 박진주는 독립군을 보살피는 동지 '마진주' 역을 맡았다. 윤제균 감독은 박진주를 염두에 두고 '마진주' 캐릭터를 만들었고, 제안했다. 박진주는 "처음으로 캐스팅 말씀에 울었다. 너무 놀라고 감사했다. 감독님께서 처음부터 '진주'라고 이름을 쓰고 시나리오를 써주셨다고 말씀하셨다"라며 감동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
조재윤은 안중근의 오랜 동지 '우덕순' 역을 맡았다. '한산'에서 일본 장수를 맡았던 그는 '영웅'에서 독립군이 됐다. 그는 "'한산'에서 일본 장수는 무게감이라는 중심을 가져갔다면, 독립군 '우덕순'은 누구나랑 어울렸다. 4개 국어를 정말 짧게 한다. 감독님께서 저에게 그 캐릭터를 말씀해주셨을 때 행복했다"라며 남다른 행복함을 전했다.
배정남은 독립군 최고 명사수 '조도선' 역을 맡았다. 그는 "총기 전문가와 연습도 많이 했다. 영화 '베를린'을 찍으며 총기를 다뤄본 적이 있지만, 완전 다른 총기였다. 그래서 더 진지하게 다가갔다. 총이 구식이라 자세나 모든 것이 달라졌다. 명사수라서 폼 하나는 제대로 나와야 해서, 앉아서, 엎드려서, 서서 모든 자세를 연습했다. 만족한다"라며 변신을 예고했다. -
이현우는 독립군 막내 '유동하' 역을 맡았다. 군대에서 '영웅'의 제안받았던 그는 남다른 애정을 갖게 됐다. 그는 "전역을 앞두고 상병 달았을 때였던 것 같다. 일과가 끝나고 회사에서 부대로 연락이 왔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뜨거운 마음이 같다고는 못하겠지만, 국방의 의무를 하면서 평소 생각지 못한 마음이 있었는데, 독립군 막내의 마음이 이런 느낌일 수 있을까 살짝 비쳐졌다. 그런 경험이 저에게 처음이고 많이 도움이 됐다"라고 남다른 몰입감으로 작품에 임했음을 전했다.
이날 공개된 캐릭터 예고편에서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 역의 나문희는 남다른 울림을 선사했다. 정의를 향해가는 아들을 응원하면서도 '한 번만 안아보고 싶다'라는 어머니의 마음은 관객 모두를 눈물짓게 할 우리 '엄마'의 모습이었다. 윤제균 감독은 "나문희 선생님도 노래하시는데, 진심으로 전해지는 노래와 대사가 얼마나 파급력이 큰지 느껴졌다. 우리나라 최고로 노래를 잘하시는 분들도 나문희 선생님 찍으실 때와 찍으신 걸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노래를 잘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만큼 마음을 전달하는가'가 노래의 핵심이라는 이야기를 한 기억이 난다. 그만큼 진심을 노래해 주셨다"라고 뭉클한 울림을 예고했다. -
윤제균 감독은 뮤지컬 '영웅'과 영화 '영웅'의 차별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한국에서 연기하다 노래가 나왔을 때 느끼는 어색함, 이질감에 대한 우려는 저 역시도 많이 있다. '어떻게 하면 이질감을 없앨까'라고 고민했다. 보시면, 노래가 나온다고 이질감을 느끼는 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을 거다"라고 자신했다.
한편, 대한민국이 가장 사랑하는 영웅 중 한 명인 안중근 의사가 뮤지컬에 이어 영화로도 태어났다. '대한독립만세'라는 여섯 글자에 담긴 수많은 독립운동가 목숨의 무게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에게 이미 와 닿기에 충분한 무게감이다. 이는 영화 '영웅'은 오는 12월 개봉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 조명현 기자 midol1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