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사회적 약자 위한 ‘공정 분배원칙’ 과학적으로 풀었다

기사입력 2022.10.10 16:03
UNIST, ‘볼츠만 분포‘ 물리학 법칙 적용한 새로운 공정분배원칙 발표
  • 케이크를 나누는 물리학자, 경제학자, 어린이의 모습. /UNIST
    ▲ 케이크를 나누는 물리학자, 경제학자, 어린이의 모습. /UN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이 경제학에서 계속 논란이 있었던 공정분배원칙을 물리학으로 풀었다고 10일 밝혔다. 이 원칙은 분배자의 ‘만족’이 아닌  자원의 ‘자연스러운 분포’에 초점을 맞춰 자본주의 체제의 대표 문제점인 ‘부의 양극화 현상’를 완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을 생산하고 이를 분배해 소비하는 활동인 경제에서 분배에 관한 정확한 개념은 성립되지 못했다. 각기 다른 상황의 모든 이해당사자를 만족시키면서 한정된 자원을 자연스럽고 공정하게 분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경제학자 등은 공정한 분배 문제를 대표하는 케이크 자르기 문제를 풀기 위해 ‘내가 자르고, 네가 고르기(Cut-and-choose)’와 같은 다양한 분할 방법을 제안했다. 하지만 기존의 방법은 매우 복잡한 계산이 필요하고 인간 행동에 대한 비현실적인 가정 때문에 실제 문제에 적용하기 힘든 한계점이 있었다.

    UNIST는 이 분배원칙을 과학적으로 풀었다. 김채운, 김재업, 김철민 UNIST 물리학과 교수팀은 박지원 울산대 경제학과 박사와 고안한 ‘볼츠만 공정분배원칙’이다. 이 워칙은 이름처럼 통계물리학의 ‘볼츠만 분포’를 기반으로 한다. 

    볼츠만 분포는 물리계가 온도가 다른 두 물체가 접촉한 후 충분한 시간이 지나면 두 물체 온도가 같아지는 ‘열적 평형상태’에 있을 때 여기에 속한 원자나 분자가 높은 확률로 존재하는 자연스러운 에너지 상태 분포를 뜻한다. 예를 들어 방안에 보일러를 가동하면 모든 방안이 일정한 온도가 되는데 여기에 속한 공기 분자의 속력 분포는 볼츠만 분포에 기반하고 있다.

    김채운 교수는 “한정된 자원의 분배 상황에서 서로 다른 상황에 놓인 이해당사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며 “참여자의 주관적 ‘만족’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합리적인 ‘분배의 원칙’이 나오기 어렵지만, 관점을 바꾸어 ‘자원의 자연스러운 분포’가 공정의 기준이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경제학의 분배 개념에 물리학을 적용한 까닭을 밝혔다.

    연구팀은 볼츠만 분포가 내포하는 ‘자연스러운 분배’의 개념을 경제학에 도입하면 공정분배원칙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를 위해 볼츠만 분포에서 사용되는 물리학적인 개념인 ‘입자’, ‘에너지 상태’, ‘에너지값’을 공정분배에서 고려돼야 하는 경제학적인 개념으로 치환했다. 입자는 ‘한정된 자원’으로 에너지 상태는 ‘참여자’로 에너지 값은 ‘참여자의 자원 생산에 대한 기여도’로 뒀다.

    박지원 박사는 “참여자의 기여도나 취향 같은 현실적인 요인들을 반영해 자원을 배분하는 볼츠만 공정분배원칙은 ‘사회적 온도’의 개념을 내포하는 상수에 의해 분포의 퍼짐 정도가 결정된다”며 “이 상수 값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공리주의 철학과도 결합해 최적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채운 교수는 “볼츠만 공정분배원칙에 내포된 ‘사회적 온도’의 값이 크면 참여자에게 폭넓게 자원이 배분되는 따뜻한 공동체가 반대라면 소수의 참여자가 자원을 독식하는 냉혹하고 차가운 사회가 된다”라며 “우리 사회가 보다 따뜻한 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한 정책 수립 등에 기준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 고안된 볼츠만 공정분배원칙은 각기 다른 상황에 처한 다수의 참여자에게 한정된 자원을 배분해야 하는 다양한 복잡한 문제에 적용할 수 있도록 일반화돼 고안됐다. 연구팀은 이 원칙이 자본주의 체제에 주요한 문제점인 ‘극단적인 부의 양극화 현상’을 완화하거나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한 ‘기후변화 문제 대응 분담’ 해결에도 시사점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됐다.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