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스마트 농업 활성화, 국가적 장기계획 수립해야”

기사입력 2022.09.24 11:45
[AWC 2022 in Busan_인터뷰] 이경환 전남대 융합바이오시스템기계공학과 교수
  • 이경환 전남대 융합바이오시스템기계공학과 교수/전남대학교
    ▲ 이경환 전남대 융합바이오시스템기계공학과 교수/전남대학교

    인공지능(AI)이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합니다. 인공지능의 가능성에 인류의 미래가 걸려 있다고 이야기해도 허언은 아닐 것입니다. 디지틀조선일보는 인공지능 전문매체 더에이아이(THE AI)와 공동으로 29일부터 이틀간 부산 벡스코에서 ‘인공지능의 미래를 위한 대혁신’이란 주제로 개최되는 ‘AWC 2022 in Busan, AI: THE Good AI Can Do’ 행사에 앞서 현장 참여 연사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는 릴레이 인터뷰 기사를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 편집자 주

    새로운 첨단 기술을 산업에 적용하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다. 실제 현장에서 기술을 사용하는 이용자들의 니즈를 맞추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인공지능(AI)기반의 ‘스마트 농업’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우수한 기술이라도 농민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쓸모가 없다.

    이경환 전남대 융합바이오시스템기계공학과 교수는 이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국내 농업 현장을 직접 발로 뛰는 ‘현장형 연구자’다. 그런 이 교수가 강조하는 것은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다. 국내 농촌에 스마트농업 기술이 안정적으로 보급하기 위해선 국내 스마트 농업 기술 도입 속도가 늦다고 조급해하지 말고, 장기적 계획을 세우고 천천히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마트 농업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다양한 연구 분야가 있을 것 같다.

    “미래 농업은 식량 생산뿐 아니라 의료, 바이오, 에너지, 환경, 문화산업 등의 자원을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하지만 국내 농업 환경은 기술 부족으로 그 생산성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연구실은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농민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목표로 한다. 주요 연구 분야로는 AI기반 ‘지능형 바이오시스템’과 ‘마이크로·나노센서’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지능형 바이오시스템 분야에선 ‘농업용 자율주행 차량’, ‘생체모방 바이오시스템’ 등을 연구하며, 마이크로·나노센서 분야에서는 ‘농수산식품 유해물질 검출 바이오센서’와 ‘동식물 질병 진단 나노센서’를 개발 중이다.”

    -최근에 과수원용 로봇을 개발했다고 들었다.

    “자율주행이 가능한 ‘과일 분류 로봇’이다. 로봇에 설치된 2대의 카메라 영상을 통해 AI가 ‘정상과’와 ‘질병과’를 분류한다. 이렇게 하면 넓은 과수원을 농민들이 일일이 돌아다니지 않고도 과일의 선별을 쉽게 할 수 있다. 또 수집된 데이터를 지도화해서 각 과수별 맞춤형 돌봄도 가능하다. 이 로봇은 지난 9월 1일 개최된 ‘농촌진흥청 60주년 기념 농업용 로봇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AI를 어떻게 활용한 것인가?

    “과수원마다 구조가 달라 카메라로 인지할 수 있는 영역의 범위가 생각보다 넓지 않다는 문제가 있었다. 때문에 카메라가 여러 번 스캔하다보니 인지 속도에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또 대상 과수의 과일뿐만 아니라 주변 다른 과수의 과일도 인지될 수 있다. 이런 분야에서 AI가 판단을 해 줄 수 있다.

    데이터 수집 과정에 오류가 종종 발생해 개발 과정에서도 적잖이 고생을 했다. 지금은 실제 과수원에 상용화하기 위한 보강 연구를 진행 중이다. 또 전체 과수원을 3차원 모델화해 과일 수확, 재배를 최적화할 수 있는 AI 모델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

    -국내 첫 무인화 농업 단지를 조성 중이라고 들었다.

    “2020년부터 전남 나주시와 추진 중인 ‘무인 자동화 농업생산 시범단지 조성사업’이다. 여기서 시범단지 조성사업단장을 맡았다. 시범단지의 기본 구상은 농경지의 다양한 센서로부터 정보 수집·분석해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그다음엔 자동화 장치와 자율주행 농기계로 최적의 농작업을 수행한다. 이때 AI는 기상, 토양, 작물 센서로 수집한 정보에 기반해 최적의 농작업 시기를 판단하는 역할을 맡는다. 예를 들어 배수량 조절과 비료·농약 등 농자재 투입량 및 시기 결정하는 것이다. 작물의 생육상태 판단 및 수확량 예측 등에도 다양하게 활용할 계획이다. 시범단지에는 총 4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으며, 오는 2023년 완공될 예정이다.”

    - 비슷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 쉽지 않은 일일 텐데. 

    “스마트 농업은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시작 단계다. 조급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다만 선진국들에 비해 뒤처진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스마트 농업의 가장 기본 플랫폼인 자율주행 농기계 기술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약 5년쯤 뒤처졌다. 현재 그나마 보급할 수 있는 기술은 ‘물 공급 자동화 시스템’ 정도다. 이 또한 밭과 과수 작물에 국한된다. 드론을 이용한 작물 관찰 기술은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농업 현장에 보급하기에는 아직 기술 성숙도가 충분치 않았다. 각각의 스마트 농업 기술을 종합한 ‘통합형 스마트 농업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또 이를 관리할 수 있는 통합 관리 시스템도 개발돼야 한다.”

    -초기 투자 비용 때문에 도입을 꺼리는 농민도 많다.

    현재 국내 농업 환경에 스마트 농업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초기 투자비용과 지속적인 유지 보수 비용이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고 스마트 농업의 현장 보급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관련 인프라 구축이 필수다. 예를 들어 전체 농경지에 대한 ‘3차원 정밀지도’와 ‘GPS’의 정밀 측위 보정시스템이 있으면 자율주행 농기계에 포함된 고가의 센서를 최소화 할 수 있다. 또 자율주행 농기계의 농경지 간의 이동을 용이하게 해 비용은 줄이면서 효율성은 높일 수 있다. 

    -농민들이 협조가 잘 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데이터 확보 부문이 특히 그렇다. 농업 데이터가 무상이라는 생각보다는 합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자원으로 생각해야 한다. 때문에 스마트 농업 기업은 농가에서 생성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호 간에 ‘윈-윈(win-win)’할 수 있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반드시 금전적인 보상일 필요는 없다. 데이터에 기반해 농가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 농가의 경영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 등 다양한 전략을 제시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농가-기업간의 데이터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 질 수 있을거라 본다.”

    -스마트 농업이 농촌의 양극화 현상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든다.

    “농가 인구의 급감과 고령화로 농업 형태가 크게 변할 것으로 생각된다. 향후 국내 농업은 농업회사 법인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규모화와 첨단 기술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법인에 소속된 농가와 그렇지 못한 농가의 양극화 현상은 더욱 뚜렷해질 것이다. 이들 농가 간의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상호간의 특성과 상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법인 농가에서는 일반 농가를 지원할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또 일반 농가는 법인 농가와 협력해 공동 유통 및 판매할 수 있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대표적 사례로 들 수 있는 것이 통신요금 지원이다. 스마트 농업에는 막대한 통신비용이 든다. 현재의 일반 통신 요금 체계로는 농가에서 부담할 수 없다. 때문에 정부가 지원하는 스마트 농업 통신비 요금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본다.”

    -국내 스마트팜 도입 활성화를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할까.

    “스마트 농업의 도입이란 결국 기존 농업의 관행을 깨고 새로운 농업시스템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농업의 생태계를 바꾸는 작업인 셈이다. 따라서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급하게 서두르기보다는 장기적인 로드맵을 만들어 점진적으로 진행해야 할 것이다. 우선 스마트 농업의 요소 기술이 많이 성숙하지 않았고 원천 기술의 확보 수준도 높지 않다. 따라서 우선 스마트 농업의 원천 요소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다음으로 국내 농업 환경에 적합한 스마트 농업 보급 전략을 세워야 한다. 농경지 규모별, 작물별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스마트 농업 모델을 만들고, 이를 시범단지에서 충분히 시험하여 농가에서의 실패를 최소화해야 한다. 이러한 선행 조건이 잘 갖춰지면 국내 농가 보급 및 수출도 자연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