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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리즘 김상윤 칼럼] NFT는 투자 대상일까? 소유욕의 충족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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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2.08.23 15:05
  • 메타리즘 김상윤 칼럼
    ▲ 메타리즘 김상윤 칼럼

    얼마 전 한 강연에서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NFT에 투자해보려고 하는데, 무슨 NFT를 사야할까요?”

    나는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내가 생각하는 NFT의 주요 용도는 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게 기술의 시장화 초기에 나타나는 기대감 폭발이 NFT를 투자, 투기 대상으로 만들어 놓았다. 주요 언론에서는 주기적으로 가격 급등을 보도했으며, 너도나도 이 흐름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는 심리와 함께 코로나 19 유동성 확대에 따른 투자 여력이 단기간에 과열을 만들었다. 1630년대 전 세계 튤립 가격이 급등하다가 순식간에 폭락했던 ‘튤립 버블’에 비유할 수 있다. 21년 20조원을 넘겼던 전 세계 NFT 거래액이 22년 상반기 수천억 원 정도를 기록하고 있는 것도 '21년이 버블의 정점'이었다는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내가 당황한 두 번째 이유는 질문하신 분에게 단 하나의 NFT를 추천드리기에는 그 종류가 ‘무한대’에 가깝기 때문이다. NFT는 가상세계에서 현실세계의 ‘재화’와 유사한 역할을 한다. 현실세계의 내 집에 마음에 드는 그림 액자, 화분, 유리 그릇, 기념품 뱃지, 전자 제품을 구입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우리는 ‘용도가 있을 때’, 또는 그냥 ‘소유하고 싶을 때’ 이들을 구입한다. 구입할 때부터 ‘더 높은 값에 되팔려는’ 투자의 목적으로 구입하는 사람은 드물다. NFT도 마찬가지다. NFT는 가상세계에서 활용 또는 소유하고자 하는 ‘디지털 재화’에 대한 소유권 인증서이다. 가상세계에서 용도가 있는, 소유하고 싶은 ‘내 것’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 

    지금까지 거래된 NFT중 가격 상위 10위권의 대부분은 2D 그래픽 형태의 사람 얼굴 모양의 PFP (Profile Picture; 프로필 사진) NFT들이다. 그 중 크립토펑크(Cryptopunks), BAYC(Bored Ape Yacht Club) 시리즈가 가장 유명하다. 대략 수억 원에서 수백억 원 정도에 거래가 되었다. PFP NFT 보유자들은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내 아바타의 얼굴로 활용하거나, NFT 보유자들 간의 커뮤니티 멤버십 인증 수단으로 활용한다. 작년 말 뉴욕에서는 크립토펑크와 BAYC NFT 보유자만 참가할 수 있는 오프라인 파티가 열리기도 했다. 다만, PFP NFT는 어떤 시리즈를 막론하고 현재 수백억 원까지 가격이 올라갈 만큼의 경제적 가치를 갖고 있다고 보긴 힘들다. 트렌디(?)한 흐름에 동참하고 싶은 전 세계 셀럽들의 참여가 가격 급등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최근 BAYC는 NFT 보유자들에게 지식재산권을 넘겨, 2차 저작물을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열긴 했지만, 현재의 높은 가격을 설명할 정도의 파급력은 없다.

  • 사진설명: 국내 초등학생 창작가 아뜨티프(Arthief)의 NFT. 사진출처: 아뜨티프(Arthief).
    ▲ 사진설명: 국내 초등학생 창작가 아뜨티프(Arthief)의 NFT. 사진출처: 아뜨티프(Arthief).

    다만, 현실세계에서도 예술 작품, 수집품, 골동품 등 투자와 수집 목적의 재화가 있듯이, 디지털 예술 분야는 NFT를 만나 새로운 시장을 열 수 있다. 지금까지 지구상에서 가장 비싸게 거래된 NFT는 뉴욕의 크리스티 경매에서 낙찰된 비플(Beeple)이라는 디지털 예술 작가의 'Everydays : The First 5000 days (매일 : 5000일)'라는 작품이다. 매일 한 개씩 그린 디지털 그림 5000개를 엮어, 하나의 작품으로 내놓았는데 약 800억원에 낙찰되었다. NFT가 팔린 것이다. 이는 크리스티 경매 역사상 3번째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NFT가 아니고서는, 낙찰 받은 사람이 이 작품의 소유자라고 우리 모두가 인정하기 힘들 것이다. 

    국내 한 초등학생은 일기장에 몇 년동안 매일 그린 그림을 오픈시(OpenSea)라는 NFT 거래 플랫폼에 올렸는데, 미국의 한 수집가는 이를 1200만원 어치나 구입했다. 책장 속 일기장에 묻힐 뻔한 초등학생 예술가의 디지털 창작물이 NFT로 인해 경제적 가치를 얻은 것이다. 최근 기업들은 가상세계 마케팅 수단으로 NFT의 활용도를 높여가고 있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은 고유한 디자인이나 로고를 NFT로 만들어 고객들의 충성도를 높이는데 활용하고 있으며, 현실세계의 제품과 콜라보 형태로 NFT를 활용하는 기업도 있다.

    이처럼 NFT는 가상세계의 다양한 창작물에 대한 소유권을 부여하고, 그 속에서 경제적 가치, 사회적 가치, 문화적 가치를 만들어 내게 될 것이다. 이것이 투자 대상이 될지, 소유욕에 대한 충족이 될지는 우리의 판단과 활용에 달려 있다. 

    [김상윤 교수] 김상윤 중앙대 교수는 메타버스와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기술로 인한 우리 사회의 변화와 미래 모습을 제시하는 '디지털 융합 멘토'다. 다수의 기업 및 공공 기관에서 메타버스, AI,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관련 프로젝트와 자문에 참여하고 있다. 저서로는 '메타 리치의 시대', 미래 시나리오 2022' 등이 있으며 최근 메타버스 전문 미디어 플랫폼 '메타플래닛', '메타리즘'에서 전문가 칼럼을 집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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