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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농업’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1차 산업에서 가공, 체험관광 등 2, 3차 산업과 융복합 과정을 거치면서 높은 부가가치를 가진 미래 신산업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관련 기술의 개발이 필수적이며, 그 기술을 개발하고 가치를 높이는 일을 맡은 곳은 다름 아닌 기업입니다. 더에이아이(THE AI)와 디지틀조선일보는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되는 ‘AWC 2022 in Gwangju’ 행사에 앞서 국내 대표적인 첨단 농업기술 기업 전문가 5인을 릴레이 인터뷰합니다. 국내 첨단 농업기술의 현주소를 짚어보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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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미국 개척민들이 금광을 찾아 떠났던 ‘골드 러시(Gold rush)’가 현대사회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바로 ‘인공지능(AI)’ 시장이다.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수많은 기업들이 AI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 중이다.
농업 데이터 전문기업 ‘랩씨드’도 ‘AI 골드 러시’에 뛰어든 기업이다. 랩씨드는 농업기술 전문기업 ‘이지팜’에서 분사해 올해 1월 설립됐다. AI, 메타버스, NFT 등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농업에 접목 시키고 있다. 황동주 랩씨드 대표는 “농업은 보수적이고 오래된 산업이지만 그만큼 새로운 기회가 많은 기회의 땅”이라고 말했다.
-‘랩씨드’가 데이터 농업 전문회사로 주목받고 있는데
구글, 카카오 등 IT기업들을 보면서 ‘다음 대기업은 어느 분야에서 나올까’ 고민했다. 이때 머릿속에 떠오른 산업은 ‘농업’이었다. 농업은 가장 큰 시장규모를 가진 산업이다. 동시에 기술 발달은 가장 뒤처지기도 했다. 그래서 향후 디지털 농업 솔루션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 생각했다. 모바일, 웹 분야에 이은 다음 대기업도 농업 관련 기업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런 생각들이 모여 농업 데이터 전문 플랫폼 기업 랩씨드 설립을 추진하게 됐다.
-‘농업 데이터’ 전문기업의 사업방식은 어떤 점이 다른가
농업인들이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독자 생산·판매가 가능한 ‘기업형 농장’들은 데이터의 가치를 잘 안다. 이 고객들에겐 데이터를 잘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다. ‘스마트 영농일지’ 서비스도 제공한다. 스마트팜처럼 자동으로 영농일지를 기록해주는 서비스다. 랩씨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 ‘샵블리’도 운영 중이다. 샵블리에는 작물의 생산이력, 작업 기록, 유통 이력 등이 공개된다. 이는 소비자들에겐 상품에 대한 신뢰를, 농업인들에겐 프리미엄 농산물 브랜드 이미지를 만드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그렇다면 농업 데이터 확보가 관건일 듯 싶다
데이터 수집에 협조에 동의한 농가에 환경센서와 카메라 설치했다. 이를 통해 ‘환경정보 데이터’ 및 ‘농작업 영상기록’ 데이터를 얻었다. 환경정보 데이터는 온도, 습도, 일사, 토양 염도 등이다. 환경센서로 정량데이터 형태로 수집된다.
농작업 영상기록은 농장 내 사람의 움직임을 기록하는 것이다. AI가 영상 내 개체를 인식해 작업을 분류·기록한다. 이 작업으로 특정한 시기, 품목, 지역, 작업 방법 등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다. 수집된 농업 데이터들은 AI의 분석, 예측에 활용하고 있다. 또한 작물 생장 예측, 작업별 효율도 분석, 작업 자세 분석 등 다양한 서비스들도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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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수집 동의를 얻는 점도 문제였을 듯 싶은데
농가의 데이터수집 동의를 받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대다수 고령 농민들이 농업데이터 수집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기 때문이다. 첨단 농업기술보다 경험을 더 신뢰하는 경향이 높았다. 이 문제 해결에는 농협, 농업협동조합, 영농조합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이 조직들의 도움으로 디지털 기술 도입을 원하는 농가들을 소개 받을 수 있었다.
-스마트팜용 로봇을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
모바일 운영이 가능한 농업용 로봇 개발을 추진 중이다. 자율적으로 정해진 시간마다 재배환경을 주행, 지역별 환경측정 및 영상 데이터를 모으는 역할이다. 개발에는 로봇 운영 소프트웨어 ‘ROS2’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수많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조합해 하나의 ‘로봇시스템’으로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이다. AI의 접목도 추진 중이다. 작물 구조에 대한 이해, 환경인지, 재배환경 지도 획득 등을 교육시키고 있다.
-향후 사업 목표가 ‘메타-커머스’라고 하는데
메타커머스란 ‘메타버스’와 ‘e커머스’를 하나로 합친 단어다. 아직까지 식품의 온라인 구매율은 약 25%밖에 되지 않는다. 직접 상품을 보고 구매를 할 수 없는 단점 때문이다. 특히 농작물의 경우 같은 상품이라도 운송, 보관 상태에 따라 품질이 천차만별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메타버스라고 생각했다. 소비자들이 직접 시장을 가지 않고 메타버스 장터에서 상품을 고르는 것이다. 상품의 품질은 AI로 점검할 수 있다. 이렇게 오프라인 매장과 메타버스 공간을 연동한 ‘메타-커버스’를 만드는 것이 랩씨드의 목표다.
-농업용 ‘NFT’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직은 기획 단계로 추후 아이디어를 더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현재 기획하고 있는 사업은 ‘농산물 소유권’이다. 각 농장들이 농작물 계약재배권을 NFT로 거래하는 것이다. 이를 활용하면 농가에게 선 지급·선 정산을 할 수 있다. 또한 농작물 시장은 가장 가격 변동성이 크다. NFT가 적용되면 농작물도 선도거래와 선물거래, 대체투자를 할 수 있다. 농산물 시장도 일반 주식 시장처럼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 여러 가지 사업으로 확장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농업이 AI기업에겐 큰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박설민 기자 ainew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