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여성과 일 下] 한국 사회가 만드는 ‘경단녀’… “일·가정 조화 이루기 위한 기반 확산이 중요”

기사입력 2022.08.16 14:29
고용노동부, “여성의 인력 활용 중요성 더 높아질 것” 강조
경력단절 방지와 신속한 노동시장 복귀를 위해 정부·민간 함께 노력해야
  •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0.81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4년에는 0.70명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저출산 문제의 1등 원인으로 손꼽히는 것이 ‘경력단절여성’(이하 ‘경단녀’)이다. 경단녀는 결혼·임신·출산·육아·자녀교육 등의 사유로 직장을 그만둔 15~54세 여성을 뜻한다.

    2021년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양성평등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전통적 성 역할의 고정관념이 완화하고, 양성평등 인식은 대폭 개선됐다. 이에 따라 여성의 사회 진출 욕구도 증가했지만, 가정 내 돌봄 부담은 아직도 여성에게 가중되어 있으며, 직장과 출산·육아를 병행하기란 여전히 어렵다.

    다행인 것은 여성의 경력단절 예방과 노동시장 복귀가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며, 중장기적 해결책 마련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향후 우리나라는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가속화되는 상황이 전개될 예정”이라며 특별히 여성 인력 활용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음을 밝힌 바 있고, 현 정부는 여성의 일자리 회복과 고용률 높이기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

    13년만에 바뀐 ‘경단법’ 전면 개정... 경력단절 예방 강화에 초점

    지난 6월, 경력단절여성을 위한 법이 ‘여성의 경제활동 촉진과 경력단절예방법(이하 여성경제활동법)’이라는 이름으로 전면 개정 및 시행됐다. 이는 2008년 6월 ‘경력단절여성등의 경제활동촉진법’이 제정된 이후 약 13년 만의 개정으로, 변화된 시대에 따라 여성 경력 단절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

  • 이미지 제공 = 여성새로일하기센터
    ▲ 이미지 제공 = 여성새로일하기센터

    개정된 여성경제활동법의 정책 대상과 범위를 보면 기존의 ‘경력단절여성등의 경제활동 촉진’에서 ‘여성의 경제활동 촉진과 경력단절 예방’으로 대폭 확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로써 경력단절여성의 재취업 등을 지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에 있는 기존 여성의 이탈을 막는 예방까지 집중하게 되었다. 이미 일정 기간 경력이 단절된 후, 노동시장에 재진입하게 되는 여성의 일자리는 저임금, 시간제, 비정규직화 등 이전의 직장 근로조건보다 상대적으로 질이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경력단절의 주요 원인으로 기존의 혼인‧임신‧출산‧육아 등을 비롯해 ‘근로조건’이 추가되기도 했다. 성별임금격차, 근로환경, 사업체 현황 등 노동시장의 구조도 여성의 경력단절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동시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사업주의 책무를 강조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 일·가정 양립 확산 위한 모성보호제도 확대 지속 추진 강조

    고용노동부는 일·가정 양립 확산 등을 위해 육아휴직을 비롯한 모성보호제도 확대를 지속 추진하고 있다.

  • 이미지 제공 = 고용노동부
    ▲ 이미지 제공 = 고용노동부

    특히 지난해 11월부터는 남녀고용평등법 및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임신 근로자가 육아휴직을 사용해 혼잡한 시간대를 피해 출퇴근 시간을 조정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올해부터 생후 12개월 내 자녀에 대해 부모 모두 3개월 육아휴직 시 각각 최대 월 300만 원(통상임금의 100%)을 지원하는 ‘3+3 부모육아휴직제’를 신설하고 육아휴직급여 소득대체율을 인상하는 등 육아휴직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아울러 고용노동부는 여성들의 원활한 노동시장 복귀를 지원하기 위해 ‘지역·산업 맞춤형 일자리 창출 지원사업’, ‘국민취업지원제도’ 등을 실시하고 있다. 고용센터 및 새일센터 등을 통해 직업상담, 직업훈련 및 취업알선 등도 지원 중이다.

    황보국 통합고용정책국장은 “올해부터 ‘3+3 부모육아휴직제’가 시행되고, 육아휴직급여 소득대체율이 인상되는 등 육아휴직 근로자를 위한 지원이 대폭 확대됐다”라며, “근로자들이 육아휴직 제도를 더 많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 안내하여 육아 부담으로 인한 경력단절을 예방하고, 일과 가정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기반을 확산해 나가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폐지 로드맵’ 지시받은 여성가족부, ‘아이돌보미 국가자격제’ 도입 등 일‧가정 양립 지원 방안 마련 약속

    최근 여성가족부는 새 정부 업무보고 사전브리핑을 통해 일‧가정 양립 촉진을 위한 개선방안을 밝혔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제고하기 위해 미래 노동시장에 대응한 여성인력 양성 방안을 마련할 것을 약속했으며, 기존 공공 중심의 아이돌봄서비스를 민간영역까지 확대해 맞벌이가구의 양육부담을 낮추기로 했다.

    현재 약 3만 명 수준의 공공 아이돌보미를 민간을 포함해 약 17만 명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오는 2024년부터 아이돌보미 국가자격제도를 도입한다. 또한 돌봄 서비스 편의성을 위해 인공지능(AI) 자동연결 시스템 등을 포함한 통합 플랫폼을 구축한다.

  • 지난 7월 여성가족부 업무보고 현장 (사진 제공=대통령실)
    ▲ 지난 7월 여성가족부 업무보고 현장 (사진 제공=대통령실)

    다만 윤 대통령은 당선 전 공약 사항으로 ‘여성가족부 폐지’를 약속했던 바 있고, 최근 업무보고를 통해 다시 한번 “여성가족부 폐지 로드맵을 조속히 마련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점에서 여성가족부 산하 사업 전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간 여성가족부에서 해왔던 사업을 어느 부처가 어떤 방향으로 끌어가게 될지에 대해서는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출산휴가, 돌봄지원 등… 해외·민간에서도 여성 경력단절 해소방안 확장 분위기

    해외 많은 국가에서도 경단녀 해소는 중요한 국정 과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국제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럽 여러 국가들이 여성의 경력 단절 해소를 위해 출산·육아·근로조건과 관련한 정책의 내용과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독일 연방정부는 방과 후 교육을 제공하는 종일학교와 관련해 2025년까지 1-4학년 초등학생의 돌봄 교육을 위한 특별기금 40억 유로(약 5조 4,300억 원)를 편성했고, 스페인은 지난해 7월 배우자 출산휴가 기간을 24주로 확대하겠다는 정부 계획을 발표했다.

    최근에는 유럽연합(EU) 회원국과 유럽의회가 상장기업 이사회 구성원의 40%를 여성에 할당하는 방안에 합의하기도 했다. 합의에 따르면 상장기업 비상임 이사의 40%를 여성에 할당하거나, 상임·비상임 이사를 합쳐 33%를 여성에 할당해야 한다. 아울러 성별이 다른 후보자 두 명의 자격이 같을 경우, 기업은 반드시 여성(과소 대표되는 성별)에게 우선순위를 부여해야 한다.

    국내 민간기업도 나서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육아휴직에 따른 경력단절을 방지하기 위해 '육아휴직 리보딩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직원이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할 때, 부서장 또는 조직이 바뀌었거나 동일한 업무를 5년 이상 수행한 경우 본인 희망에 따라 기존 경력과 연관된 업무 혹은 부서에 우선 배치하는 것이다. 유급으로 가족 돌봄 휴가를 추가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포스코는 ‘경력단절 없는 육아기 재택근무제’를 실시 중이다. 만 8세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가 있는 직원이라면 직무여건에 따라 전일(8시간)또는 반일(4시간) 재택근무를 신청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일자리의 양과 질 개선은 단순히 정부의 노력만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므로, 고용의 주체인 기업에서도 노동시장 환경 변화를 충분히 공감한다”라며, “경력단절 방지와 신속한 노동시장 복귀 등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함께 노력해 주시길 요청한다”라고 당부했다.

    경단녀를 위한 국내 지원 방안은 당분간 지속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를 통한 여성의 노동시장 이탈 방지와 복귀 효과가 상승 및 유지되기 위해서는 여성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자연스러운 제도 활용 분위기가 수반되어야 한다. 정부가 주축이 되어 문제 해결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민간 기업에서는 여성 근로자가 부담 없이 주어진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충분한 환경과 분위기를 제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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