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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기반의 흉부방사선영상 진단 시스템이 임상 현장에서 유용하게 사용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흉부방사선영상은 폐렴, 폐암, 결핵, 기흉, 폐기종, 흉수, 심비대 등 여러 질환에 대해 시행되는 가장 기본적인 검사지만, 의료 인력의 한계로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즉각적인 판독이 어려워 임상과 전문의가 임의로 판단해야 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이에 판단을 보조해주는 인공지능 진단 기술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으며, 최근 딥 러닝 기술의 큰 진전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영상진단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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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용인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김은경·이승수·신현주 교수, 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김성원 교수팀(이하 연구팀)은 인공지능 기반 흉부방사선영상 진단 시스템의 유용성과 실제 임상 현장에의 성공적인 적용 가능성을 살피고자 용인세브란스병원을 사례로 연구를 진행했다.
용인세브란스병원은 2020년 3월 개원 시부터 인공지능 친화적인 PACS(Picture Archiving and Communication System, 의료영상정보시스템)를 구축해 흉부방사선영상, 유방촬영영상에 인공지능 기반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탑재했으며, 임상적인 활용이 용이하도록 의료 환경을 조성해 해당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연구 결과, 인공지능 기반 흉부방사선영상 진단 시스템은 임상과 및 영상의학과 전문의 모두에게 유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상의에게는 입원, 외래, 응급실 등 다양한 상황에서의 즉각적인 판단을 보조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었다. 영상의에게는 인공지능에 의해 정량적으로 평가된 영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비정상 가능성이 높은 사진부터 판독하도록 함으로써 병이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환자에게 한층 빨리 소견을 전달할 수 있도록 했으며, 정상 소견을 가진 환자에 대한 판독 시간은 줄여줘 전반적인 업무효율 향상에 기여했다.
연구에서는 인공지능 진단이 지닌 이점의 구체적인 사례도 소개했다. 한 사례에서는 흉부방사선영상에서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은 폐암을 인공지능 보조 진단 솔루션이 예민하게 탐색해 추가 검사를 유도하는 한편, 중환자실에서 입원 중인 환자의 기흉을 조기에 진단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또한, 연구진이 기존의 PACS 워크리스트 프로그램을 인공지능 진단 결과를 반영할 수 있도록 갱신해 영상의학과의 워크플로우를 개선한 결과, 임상적으로 의심하지 못했던 기복증(Pneumoperitoneum)을 조기에 진단해 응급 수술로 신속히 치료한 사례도 있었다.
이번 연구는 대한영상의학회가 발간하는 SCI급 국제 저널 ‘Korean Journal of Radiology(IF 7.109)’ 6월 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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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해당 연구를 통해 임상 현장에 인공지능 진단 기술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자체의 정확도뿐만 아니라 기존 PACS 뷰어 플랫폼과의 통합 및 개선, 인공지능 진단 결과를 고려한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적절한 개입 등 많은 요소가 고려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김은경 교수는 “이번 연구는 흉부방사선영상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상의학 분야에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인공지능 영상 진단 기술에 대해 실제 의료 현장에서의 유용성을 살핀 연구라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며 “관련 연구를 이어 나가 영상의학 영역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고 활용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