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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파친코' 진하 "윤여정은 내 '마스터'…첫 촬영 날 식은땀 났죠"

기사입력 2022.03.22.17:34
  • '파친코' 진하 화상 인터뷰 / 사진: 애플tv 플러스 제공
    ▲ '파친코' 진하 화상 인터뷰 / 사진: 애플tv 플러스 제공
    한국계 미국인이자 브로드웨이 무대와 매체를 오가며 활약 중인 진하가 '가장 자신다운 이야기'를 펼친다. 애플TV+ 오리지널 '파친코'를 통해서다.

    이민진 작가의 동명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파친코'는 한국 이민자 가족의 희망과 꿈을 4대에 걸쳐 그려낸 이야기다. 극 중 진하는 조부모 세대에 일본으로 건너온 자이니치(재일 한국인) 3세 '솔로몬 백'을 연기했다. 윗 세대의 희생 덕에 좋은 환경에서 교육 받은 솔로몬은 나름의 책임감을 느끼는 인물이다. 그 때문에 성공을 좇으며 살아간다.

    '파친코' 공개를 앞두고 진하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날 인터뷰에는 윤여정이 함께했다. 진하는 할 수 있는 최대한 한국어로 이야기를 나눴고, 오랜만에 한국 매체와의 인터뷰에 나선 윤여정을 보필하기도 했다.
  • '파친코' 속 재일동포 3세 '솔로몬 백'을 연기한 그는 실제 미국에서 교포로 살아가고 있다. 살아온 시대와 처한 상황은 달라도, 자신과 솔로몬에겐 '한국인 피'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이민자로서 겪은 공통된 경험도 있다. 그렇기에 '파친코'는 그에게 더 애정이 갔고, 더 욕심이 날 수밖에 없었다.

    "'파친코'에 참여한 것만으로도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고 생각해요. 아시아계 미국인으로 살아가면서 겪었던 경험들과 연결되는 부분이 많았거든요. 부모 세대, 그 뒤 세대가 겪은 일제강점기 이야기라 더 의미가 있고요. 제 할머니가 1911년도에 태어나셔서 일제강점기를 겪으셨고, 일본어를 강제로 해야만 했던 가족도 있죠. 이런 이야기를 미국 TV쇼에서 보여드릴 수 있다는 게 영광스럽고 특권이라고 생각해요. 늘 제 역사와 가족의 이야기를 연기해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빨리 이뤄질 줄 몰랐어요"

  • 사진: '파친코' 예고 영상 캡처
    ▲ 사진: '파친코' 예고 영상 캡처
    솔로몬처럼 그 역시 윗 세대의 희생에 부담감을 가지고 있는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이었다. 한민족 혈통의 무게감을 늘 느끼고 있다고 했다.

    "한 가지 드리고 싶은 말은, 우리는 선자가 이전에 했던 희생의 결과물이잖아요. 그 세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부담감을 가지고 있어요. 저희가 많은 기회를 누리는 세대이지만, 저도 미국으로 이민을 오면서 부모님의 많은 희생이 있었어요. 이 희생을 정당화할 수 있을까에 대한 무게감을 생각했어요. 이런 모든 면을 작품이 상당히 아름답게 그렸다고 생각해요"
  • 사진: '파친코' 예고 영상 캡처
    ▲ 사진: '파친코' 예고 영상 캡처
    특히 진하는 '파친코'에서 윤여정과 조손 관계로 출연하며 호흡을 맞췄다. 인터뷰 내내 윤여정을 '마스터'라고 부르는 진하의 모습에서 윤여정을 향한 존경심과 애정이 묻어났다.

    "마스터와 함께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아주 좋은 기회였어요. 매번 촬영할 때마다 큰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고요. 자이니치(재일교포) 사투리를 써야 했는데, 제가 실제로는 미국 악센트가 섞인 한국어를 해요. 그런 점에서 테크니컬한 측면을 많이 신경 써야 했어요. 윤여정 선생님의 연기를 최대한 보려고 했고, 그 연기를 가까이 볼 수 있다는 게 흔하지 않은 일이라 저는 아주 운이 좋았죠"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어요. 첫 번째 촬영한 날인데, 기차역 장면이었거든요. 촬영 사이에 대기하는 시간이 있어서 윤여정 선생님과 대화했는데 식은땀이 얼마나 났는지 몰라요. '내가 마스터와 같이 연기를 하는구나. 꿈같은 순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뭐라고 말했는지 생각이 안 날 정도였다니까요.(웃음) 무엇보다 여정 선생님이 너무 웃기세요"
  • 특히 국내 매체 인터뷰에 앞서 '파친코'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한 진하는 왼쪽 가슴에 무궁화가 수놓인 고운 여성용 한복을 입고 등장했다. 여성 한복을 입은 건 그렇다 쳐도, 민머리에 한복을 매치한 점이 인상깊었다. 윤여정 역시 당시 진하를 회상하며 "얘가 리얼 퍼포머"라며 엄지를 추켜세웠다.

    "제 깊은 곳에 있는 한국인으로서의 마음이 있었던 거죠. 여성 한복을 입은 거에 대해서는 그냥 제 스타일이었어요. 어릴 때부터 이벤트에서 남자들은 재미없게 수트를 입고 여자들만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는다고 생각했거든요. 제가 나이를 먹을수록 젠더에 따르지 않고, 용기가 났을 때 내 아이덴티티와 상관없이 아름다워 보이고 싶어서 입었어요.(웃음)"

    "제가 뉴욕에서 살고 있는데 한 한복집에서 한복을 빌렸어요. 가슴에 무궁화도 있어요. 몰랐는데, 사람들이 사진을 올려준 것 보니 단추에는 무궁화 씨앗이 있더라고요. 정말 좋았어요"
  • 진하는 '파친코' 공개를 앞두고 한국 시청자를 만나는 설렘을 드러내기도 했다. 줄곧 미국에서 활동해온 그이기에, 한국인으로서 한국인을 만나는 기회가 흔치 않았던 것.

    "이 정도 규모인 작품을 통해 한국 시청자를 만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고, 또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우리에 대한 이야기, 우리를 위한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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