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가 가득한 얼굴. 배우 이유미보다 이를 잘 담아낼 수 있을까.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에 이어 '인질'에서도 그 얼굴을 보여준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틈틈이 '인질' 포스터를 들고 "'인질' 많이 사랑해주세요"라고 홍보하던 말갛고 밝은 얼굴이 카메라가 켜진 상태에서 어떻게 하면 그렇게 달라질까.

영화 '인질'은 배우 황정민(황정민)이 서울 한복판에서 납치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납치단이 먼저 납치한 인물도 있었다. 카페 아르바이트생인 소연은 사장과 함께 납치됐고, 이후 납치된 황정민과 온몸이 묶여있는 상태에서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은 그곳을 빠져나갈 수 있을까.

이유미는 "소연의 상황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 그는 "처한 상황이 특별하고, 납치가 되는 것이 일상에서 쉽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고, 저도 겪어본 적 없다보니, 여기에서 어떤 인물을 창조해낼 수 있고, 어떤 연기를 할 수 있을까. 그 궁금증이 컸던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1000:1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소연' 역을 맡게 됐다. 이유미가 오디션을 볼 때, '소연' 역할은 카페 아르바이트생이 아닌, 배우를 준비하는 인물이었다. 그래서 자신을 더 많이 돌아봤다. "최대한 저로서 연기하려고 되게 많이 노력했던 것 같아요"라고 당시를 회상한다. 상대 대사를 해 주시는 배우의 도움으로 연기했고, 소연 역에 발탁됐다.

'인질'에는 또 하나의 궁금증이 있었다. 바로 배우 황정민이다. 이유미는 "상대 배역이 황정민 선배님이신데, 정민 선배님께서 배우 황정민 역으로 나오시니, 그걸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도 컸던 것 같아요. 너무 멋있는 선배님께서 연기하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본다는 설렘이 있었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황정민 선배님은) 정말 대단하신 분입니다. 정말 촬영 내내, 황정민 선배님께서는 항상 전체를 보고 생각한다는 걸 많이 느낀 것 같아요. 그리고 감독님이랑 황정민 선배님이랑 대화 나누는 모습을 보면, 너무 멋있었어요. 감독과 배우의 대화에 어떤 열정적인 분위기가 담겨있었거든요. 연기하실 때도 많은 시도를 해보세요. '보기를 잘했다, 이 순간은 나에게 정말 소중한 순간이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죠."

'인질'은 독특한 컨셉만큼 무게 중심이 확실한 영화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 황정민이 납치된 상황. 시소의 한 축에 배우 황정민이 있다면, 다른 축에는 신선한 얼굴들인 배우들로 범죄단과 이유미가 있다. 촬영에 돌입하기 한 달 전부터 이들은 워크숍을 가졌다.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보다 '인질'의 촬영이 먼저였으니, 이유미에게 첫 워크숍이었다.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약 2~3주 정도 한 것 같아요. 시나리오의 한 장면을 리허설처럼 하면서 서로의 아이디어들을 주고받으며 동선을 정리했어요. 어떻게 하면 잘 살릴 수 있을까. 이런 방법적인 이야기도 나눴고요. 소소한 것들을 통해 조금씩 변화를 줬던 것 같아요. 그런 과정이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워크숍을 하고, 술을 마시며 남은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그 속에서 황정민은 중심이 되었다. 이유미는 황정민에게 들은 이야기 중 하나를 밝히며, "그 순간에 그 말씀을 해주신 게 정말 감사했던 것 같아요"라고 했다.

"촬영 초·중반쯤이었던 것 같아요. (황)정민 선배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던 게 생각이 나요. '야구선수나 운동선수는 매일 훈련하고, 매일 자기를 단련한다. 그런데 왜 배우는 매일 운동하지 않고, 자신을 단련하지 않느냐.' 그 말을 듣고 많은 걸 생각하게 됐어요. 내가 과연 배우를 직업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내가 스포츠 선수처럼 매일 훈련하는가. 제가 배우에 대해 얼마나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노력해야 하는지를 선배님 말씀을 통해 더 알게 된 것 같아요."

황정민의 이야기를 실천에 옮겼다. 이유미는 "운동을 조금씩 하기 시작했고요"라면서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체력을 기르기 시작했고요. 조금 더 똑똑해지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대본을 받고 아무리 많이 보고 촬영에 임해도 '그게 최선이었을까'라는 후회가 들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후회가 적도록 최대한 많이 시나리오를 읽고 또 읽으려고 하고요. 더 많이 생각하려고 해요. 촬영 전에 그날 찍을 장면을 노트에 적어가며 정리를 해놓고, 현장에 미리 도착해서 촬영 현장을 살펴보게 됐어요. 작지만 좋은 습관들이 생긴 것 같아요."

이유미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과 영화관에 자주 갔다. 영화를 접하고, 배우들을 보면서 궁금해졌고 신기했다. 그래서 어머니에게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고, 이유미의 꿈을 부모님은 응원했다. 지금 이유미는 '인질' 개봉부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의 공개를 앞두고 있다. 처음 딸에게 배우라는 꿈을 듣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오디션을 검색해 찾아보던 어머니의 마음도 남다르다.

"부모님은 티를 안 내세요. 그런데 친구나 가족에게 그렇게 제 자랑을 하신대요.(웃음) 아주아주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그것이 감사하고요. 이렇게 쭉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게 부모님 덕분이니까요. 너무 감사하죠. 저희 엄마가 제 기사를 다 찾아보시거든요. 제가 엄마 이야기를 한 걸 기사로 보면 '눈물이 글썽였다'고 말씀하시곤 하세요. 너무 귀엽지 않나요."

'어른들은 몰라요'에 이어 '인질'까지 많이도 구르고 다쳤다. 멍은 일상다반사였다. 무엇이 이유미를 그렇게 뜨겁게 하는 걸까.

"연기를 하는 게 너무 재미있어요. 그게 가장 큰 이유이고, 원동력인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그냥 재미있어서 한다는 말이 성의 없게 들릴 수도 있는데요. 저에게는 그게 되게 중요하고 큰 의미인 것 같아요. 연기하기 전에는 무엇도 재미가 없었단 말이에요. 그러다보니, 이 재미가 원동력이고, 이 재미로 인해 힘들고 어렵고 이해가 안 되는 게 있을 때도 이겨내는 힘이 돼요. 모든 열정이 재미에서 오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무리해도 연기는 늘 새롭고, 다양한 표현 방법이 있어서요. 평생 재미있지 않을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