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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곽동연이 언제 마음속에 들어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매 작품 '심장곽동'(심장박동과 곽동연의 합성어)을 유발하는, 그 자체가 중요하다. '빈센조' 속 곽동연은 그의 표현에 의하면 '바벨그룹 부회장'이 아니었으면 '졸업 못한 화석 대학생'이 되었을 것 같은 장한서 역을 맡았다.
장한서(곽동연)는 어린 나이에 바벨그룹의 총수가 되었다. 죄의식 따위 없이, 온갖 갑질과 횡포를 일삼는다. 하지만 그는 얼굴마담에 불과했다. 그의 위에는 형 장준우(옥택연)가 있다. 두 사람은 사실 친형제는 아니다. 본처에게 장준우가 태어났고, 아버지와 비서의 불륜으로 인해 장한서가 태어났다. 장준우는 장한서에게 지시한다. 장한서는 앞에서 행동하고, 모든 책임을 진다. 장준우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폭행과 폭언을 감내해야 한다. -
그래도 한 번은 반항도 해봤다. 장한서는 장준우를 제거할 계획을 세웠다. "형님, 저랑 사냥 한 번 가시죠"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을 놓쳤다. 한 발은 복부를 맞췄다. 생명을 끊어야 하는 그 한 발,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다. 고민하는 사이, 사냥개와 함께 행인이 등장했다. 장한서는 바로 태도를 바꿔 "형님"을 외치며 달려갔다. 병원 수술실 앞에서 눈물을 보였다. 장준우가 아닌 자신을 염려하는 눈물이었다. 이후, 장준우는 정체를 드러냈고, 장한서는 빈센조와 손을 잡으려 노력했다. 장한서는 어떤 결말을 맞게 될까.
양면의 감정을 보여줘야 했던 장한서의 모습은 곽동연으로 인해 빛났다.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장준우 역을 맡은 배우 옥택연이 초반, 연기력 논란이 있었을 때도 그를 두렵게 만들었던 것은 장한서의 몫이었다. 악한 장한서가 두려워한 악인 '장준우'였기에 가능했다. 곽동연은 장한서가 가진 두려움의 몫을 고민했다. 소속사 H&엔터테인먼트가 공개한 TMI에서 드러난다. -
곽동연은 장한서를 궁금해하는 소소한 질문들에 답을 적었다. 장한서를 음식으로 비유한다면 "값 비싸고 양 적은 미슐랭 식당의 레어 스테이크"라고 했다. 아침 루틴을 묻자 "뉴스 들어가서 연예계 사건·사고 구경하기, 읽을 줄 모르는 영자 신문 펼쳐보기"라고 답했다. 학창시절 가장 좋아했던 과목으로 꼽은 것은 "필수과목보다 CA활동"이었다.
재치있는 답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이는 모두 장한서를 꿰뚫고 있는 말이었다. 장한서는 태생부터 재벌이었지만 떳떳하지 못한 핏줄이었고, 바벨그룹의 총수로 있었지만 형의 하수인일 뿐이었다. 어딘가 허술하고, 어딘가 모자란 인물, 곽동연은 장한서를 통해 유려한 변주를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마음에 파고들었다. -
장한서로 파고드는 마음을 곽동연이 굳혔다. 곽동연은 '빈센조' 홍보요정이라고 꼽힐 정도로 방송 내내 열정을 보였다. 그 중 자신의 SNS를 통해 진행했던 '주로 웃긴 질문에 반응하는 질문놀이'는 호응을 얻었다. 손글씨로 답한 내용에서 곽동연의 진심과 센스가 엿보였다.
"아 나 곽동현 좋아하네"라는 질문에는 오타 지적보다 "누굴 좋아하시는 거지?"라고 답했다. "오빠 생각나서 사랑의 불시착 보고 있어요"라는 말에 자신이 나오지 않는다는 답보다는 "제가 거기에 안 나오는데 왜?"라는 답으로 대신했다. "장형제가 싸울 때는 옥신곽신하며 싸운다"라는 재치있는 말에는 "아, 자존심 곽상한다"라는 재치로 응수했다.
"삼촌 중기오빠랑 친구인 줄 알았는데 젊으셨네요. 멋있당"이라는 말에는 다른 대답보다 "왜 저는 삼촌..?"이라고 답했다. 당신이 아른거린다는 말에는 "받아들여..", 매력을 흘린다는 말에는 "어이쿠 조심한다고 했는데" 등 그의 너스레는 유쾌하고 어른스러운 곽동연의 매력을 보여준다. -
과거 곽동연이 예능에서 보여준 어록까지 다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2019년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에서 곽동연은 "금요일은 웬만하면 무조건 집에 있다"며 "대중에게 노출되는 직업을 가진 이상 잘못을 저질렀던 아니던 괜히 연루될까봐 걱정이다"고 했다.
18살에 MBC '나혼자 산다'에 출연했던 당시도 화제됐다. 직접 교복을 다림질해서 입고, 친구들과 밥버거를 먹고 등교하고, 반지하방에 살면서 누군가 오바이트한 흔적까지 직접 치우는 모습이 비쳤다. 다양한 삶의 방식을 통해서 현재의 위치까지 왔다. 그 시간은 다양한 감정을 담아낸 원동력이 됐다. 그래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연기 잘하는 97년생'으로 꼽히는 이유는 아닐까.
한편, '빈센조'는 종영까지 단 4회를 남겨놓고 있다. '빈센조' 17회는 24일(토) 오후 9시 방송된다.
- 조명현 기자 midol1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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