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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에 진심인 도시… 일상 속 파스텔톤을 입은 홍콩의 지역들

기사입력 2021.04.13 14:45
  • 초이홍 아파트(사진제공=홍콩관광청)
    ▲ 초이홍 아파트(사진제공=홍콩관광청)

    ‘추상화의 아버지’라 불리는 러시아 화가, 바실리 칸딘스키는 ‘색은 영혼에 떨림을 줌으로써, 영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힘이다’ 라고 말했고 독일 문학의 거장 괴테와 실러는 12가지 색에 직업과 특징을 대입하여 4가지 기질로 분류하는 ‘기질의 장미(Temperamenten-Rose)’라는 연구를 발표했다.

    이렇듯 예술가들은 오랫동안 색이 감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믿어왔으며 비단 전문가들 뿐 아니라 좋아하는 컬러로 사람의 성격을 판단하고 식욕을 억제한다고 알려진 파란색의 식기를 사용하는 컬러 다이어트를 하는 등 우리는 색을 의사소통의 도구로서 의식적으로 사용하고 무의식 중에 영향을 받고 있다.

    최근 팬톤은 타이쿠의 시티플라자에 홍콩 내 첫 콘셉트 매장인 팬톤 라이프스타일 갤러리를 오픈했다. 이 매장은 180여평 규모로 침구, 타월, 홈웨어 등 핫핑크, 블루, 그린, 오렌지 등의 비비드한 컬러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제품들이 눈길을 끈다.

    홍콩을 대표하는 왕가위 영화 감독의 작품 <화양영화>는 중추신경계를 자극하는 섹시한 영화라 손꼽히며 영화 속 주인공 장만옥이 입은 치파오를 비롯해 인테리어 소품과 공간의 색을 통해 영상 언어를 창조해냈다. 이렇게 ‘색’이 문화의 일부로 일상과 함께 하는 홍콩을 거닐며 도심 곳곳의 아기자기한 색들의 조화와 생동감 넘치는 아트 허브로서 예술가들의 캔버스가 된 거리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분향의 연기 속 영험함을 더해주는 듯 한 사원들의 붉은 등, 푸른 빅토리아 하버를 오가는 흰색과 녹색의 스타페리, 선명한 컬러의 네온 사인들 같은 강렬함 너머,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파스텔톤 매력이 도드라지는 홍콩을 소개한다.

    삼수이포 공립 초등학교와 초이홍 아파트, 무지개 컬러의 공간들


    삼수이포 근처 청샤완에 위치한 이 초등학교는 인스타그래머블한 장소로서 단연 홍콩에서 가장 유명한 학교다. 각 층의 외벽들이 다른 색으로 칠해져, 동심으로 돌아간 듯 무지개를 연출해낸다. 촬영을 위한 완벽한 구도를 원한다면 학교 바로 밖에 있는 다리 위가 명당이다.

  • 삼수이포 공립 초등학교(사진제공=홍콩관광청)
    ▲ 삼수이포 공립 초등학교(사진제공=홍콩관광청)

    초이홍(Choi Hung) 아파트는 1960년대 지어진 도심에서 가장 오래된 공공주택단지 중 하나이지만 파스텔톤의 외관과 야자수, 농구대 등으로 그 세월의 흔적은 다소 가려진다. 18,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이 곳은 사진과 건축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사랑받는 사진 촬영 장소다. 2017년 건축사진상인 Arcaid Award의 파이널 리스트 선정작과 2018년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 수상작의 배경이 되었으며, 보이그룹 세븐틴의 노래, ‘Check-in’ 뮤직비디오 촬영지이기도 하다.

    블루 하우스(The Blue House), 홍콩의 살아있는 박물관


    1920년대에 지어진 4층짜리 건물로 베란다 스타일이 가미된 통라우(唐樓, Tong Lau)라 불리는 주상복합건물인 블루 하우스는 동서양 문화가 어우러진 당시 홍콩의 모습을 지닌 ‘역사적인 1등급 건물’이다.

  • 블루 하우스(사진제공=홍콩관광청)
    ▲ 블루 하우스(사진제공=홍콩관광청)

    1년여의 레노베이션을 거쳐 2016년 오픈한 이 공간은 영화 상영, 미술 전시회, 라이브 콘서트, 다양한 문화 워크샵과 같은 활동들과 홍콩의 역사와 발전의 다양한 측면을 다루는 행사, 전시회들이 연이어져 완차이 특유의 활기참이 묻어난다. 최근 유네스코로부터 4개 부문에서 최고 수준인 우수상을 받으며 문화 유산 보존에 있어 성공 스토리를 상징하게 되었고 이에 전세계 도시 재생 프로젝트 사업들의 롤모델로 손꼽히고 있다. 근처 퀸즈 로드 이스트를 따라 줄지은 다양한 색이 입혀진 오래된 건물들은 홍콩 사람들과 도시의 지나간 시간들을 품고 있다.

    아트레인(ArtLane), 소박한 동네 탐험과 벽화 투어를 동시에


    센트럴에서 서쪽으로 두 정거장 떨어진 사이잉푼(Sai Ying Pun)은 홍콩에서 가장 오래된 지역 중 한 곳으로, 고유한 커뮤니티 아트 및 문화 프로젝트를 만들어 도시 지역을 활성화하는 지속적인 프로그램의 일부인 아트레인이 진행되었다. 9명의 유명한 홍콩 및 국제 아티스트들이 참여해 '소호의 예술과 음악'을 주제로 다양한 곳에 벽화를 그렸다.

  • 아트레인(ArtLane)(사진제공=홍콩관광청)
    ▲ 아트레인(ArtLane)(사진제공=홍콩관광청)

    사이잉푼 MTR 스테이션부터 오래된 건물과 계단, 골목길에 얻혀진 벽화들에는 시장과 거리 그리고 트램 등 홍콩의 일상들이 담겨 있으며, 모노 또는 화려한 컬러감으로 벽화 속 이야기와 지역의 생동감을 전한다. 2016년부터 시작된 거리 상점들의 셔터를 캔버스 삼아 그 지역과 가게의 이야기를 담아 그린 어반 캔버스(Urban Canvas) 축제가 열리는 곳 중 하나다.

    섹오 빌리지(Shek O Village), 홍콩섬 끄트머리에 자리잡은 수채화 같은 마을


    MTR의 파란 아일랜드 라인을 따라 샤우케이완에서 이층 버스를 타고 가는 여정의 끝, 홍콩섬 남동쪽에 위치한 섹오 비치는 넓고 부드러운 모래 사장, 산의 푸르름과 바다의 시원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용의 능선, 드래곤스 백의 절경을 자랑하며 스포츠 클라이밍을 위한 바위 절벽과 윈드 서퍼들을 위한 파도로 스포츠 애호가들과 관광객 그리고 홍콩 사람들의 휴일 여행지로 사랑받는 곳이다.

  • 섹오 빌리지(사진제공=홍콩관광청)
    ▲ 섹오 빌리지(사진제공=홍콩관광청)

    중세풍 건물이 아직 남아있는 가운데 아기자기한 카페와 레스토랑들을 지나 마을로 통하는 골목을 따라가면 파스텔 색들을 입은 2층짜리 집들이 나온다. 높은 건물이 없는 조용한 어촌에 아담한 주택들이 줄지어 자리잡은 골목들은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시킨다. 한적한 분위기 속 유유자적 거닐다 만나는 앞마당에 늘어선 꽃과 허브들은 이 밝은 동네에 싱그러움을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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