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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이자, 감독이자, 작가이자, 뮤지션이다. 보통 이름 앞에 그를 설명하는 수식어를 달곤 하지만, 구혜선 앞에 그런 수식어는 의미가 없다. 음악과 연기와 영화로 소통하는 창작자라고 해야 할까. 그런 구혜선이 세 번째 숨을 내쉰다. 2일 발매된 '구혜선 피아노 뉴에이지 '숨3'에 앞서, 앨범에 담긴 이야기를 서면으로 나눴다.
'숨3'은 구혜선의 세 번째 피아노 뉴에이지 앨범이다. 지난 2009년 구혜선이 제작한 영화 사운드트랙을 담은 ‘구혜선 소품집-숨’, 2015년 ‘숨2’발매에 이어 5년 만이다. 그 속에 담긴 음악은 어둡거나 무겁지 않다. 오히려, 과거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보여줬던 새하얀 배우 구혜선에 가깝다. 구혜선은 10년 만에 복학한 성균관대 등굣길에서 영감을 받았다.
"학교에 복학하여 거의 10년 만에 대학교에 다시 가게 되었는데, 그날따라 유난히 봄바람이 미친 듯이 저를 설레게 했어요. 그렇게 자극을 받아 작업했습니다. 캠퍼스가 가지고 있는 청량함에도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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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선도 피아노 뉴에이지 앨범을 세 장이나 발표하게 될 줄은 몰랐다. '숨'은 약 11년 동안 구혜선에게 세 장의 앨범 속에서 하나의 흐름이 되었다. '숨'이라는 단어가 궁금해진 이유다.
"‘숨’은 말 그대로 내가 숨 쉬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나의 호흡과도 같은, 뗄 수 없는 음악과의 관계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숨 쉬는 것처럼 편안한 음악, 그리고 숨처럼 반드시 필요한 음악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타이틀로 결정했어요."
총 10곡이 수록돼 있다. 'LOVE poem 0428', 'Forest', '새로운 연인을 위하여', 'Dream' 등 곡이 담겨있다. 참고로 'LOVE poem 0428'의 숫자는 존경하는 분의 생일이라고. 구혜선은 가장 애착이 가는 곡으로 '새로운 연인을 위하여'를 꼽았다. "‘새로운 연인’의 의미는 ‘새로운 꿈’이기도 하다"고 설명하면서다.
"아무래도 타이틀곡인 ‘새로운 연인을 위하여’가 가장 애착이 가요. 또 타이틀을 제외하자면 ‘숲’이라는 곡이 애착이 많이 갑니다. 이 두 곡은 정확하게 2020년 저의 감성을 표현한 곡이기도 하고, 또 '내가 만들었지만 참 좋다'라는 생각이 들 만큼 마음에 들기도 하고요. 특히 ‘새로운 연인을 위하여’ 곡 중 플루트가 도입되는 부분에서 연주자분의 순수한 연주가 저는 가장 마음에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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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영 음악 감독과 함께한 앨범이다. 구혜선이 작곡했고, 최인영 음악 감독이 편곡과 연주를 맡았다. 최인영 음악 감독과는 지난 2010년 구혜선의 영화 '요술'부터 지금까지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최인영 음악 감독은 구혜선에 대해 "함께 작업했던 사람 중에 가장 의리있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그것은 "의리가 형성되어야 파트너쉽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구혜선과 같다.
"의리란 관계를 형성함에 있어 가장 강력한 무기이기도 하고, 서로를 도울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믿어요. 누구 하나 뒤쳐지지 않게 함께 끌고 가는 거죠. 음악감독님의 에피소드가 있다면, 하루는 제가 배고픈 채로 노래 녹음을 한적이 있었는데, 배에서 밥을 달라고 요동을 치는 바람에 그날 녹음을 취소하고 감독님이 요리를 해주셨어요. 그 이후부터는 항상 저에게 맛있는 음식을 섭취시킨 후 녹음실에 들여보내요."
최인영 음악 감독처럼 앞으로 또 함께하고 싶은 아티스트는 없을까. 구혜선은 "질문을 주셔서 방금 생각해 보았는데, 현재는 제가 '뭐라도 성과가 있어야 러브콜을 보낼 수 있다'라고 현실 자각을 하고 있습니다"고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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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선은 지난 7월 15일, 이혼 조정에 합의하며 배우 안재현과 부부 관계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 과정에서 대중의 이목이 쏠렸다. 마침표를 찍은 후, 구혜선은 대중과 '숨3'을 통해 만난다. 소통의 방법으로 음악을 선택했다. 구혜선은 "대중과 소통하려는 의지가 많이 담겨있는 작업이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음악은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되고, 감성을 공유하는 신비한 힘이 있으며 음악은 모두가 사랑하고 또 모두를 포용하기 때문에, ‘음악으로 활동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제가 이제껏 한 작업 중에 가장 대중과 소통하려는 의지가 많이 담겨있는 작업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숨3’ 음반이 2020년 제가 느낀 희망찬 설렘을 고스란히 대중에게 옮길 수 있기를 바라요."
"저는 누구의 구애도 받지 않고 홀로 제 작업실에서 밤새워 작업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다시 왔다는 것에 매우 흥분하고 있어요. 다시 나로 살게 되었음에 행복합니다. 나의 존재 자체로 꿈을 꾸게 하는, 그 추상적인 것들을 꺼내어 작업하는 것이 제 행복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매일매일이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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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했듯 구혜선의 이름 앞에는 하나의 수식어를 붙일 수 없다. 창작자로서의 시간을 이어오고 있는 구혜선이다.
"저에게 창작이란 고스란히 제가 살아온 과거이며 현재이기도 하고 앞으로 살아갈 미래이기도 해요. ‘창작하지 않을 거면 먹지도 말라’고 저를 강하게 훈련하기도 하고요. 대중에게 던지고 싶은 화두가 있다면 그것은 대단한 것은 아니고요, 그저 ‘구혜선이 구혜선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 한다.’ 그뿐이에요."
'숨3'의 타이틀 곡 제목 '새로운 연인을 위하여'처럼 구혜선이 꾸는 '새로운 꿈'은 뭘까.
"꿈은 저를 언제나 다시 태어나게 하고 숨 쉬게 하고, 또 계속 살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저는 제 자신이 계속 꿈꾸길 바라요. 그게 제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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