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신간] '걸리버 여행기' 마법과 환상적인 모험으로 포장된 신랄한 풍자소설

기사입력 2020.04.17 18:17
  • 작가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는 환상적 모험과 마법을 통해 현실을 풍자한 소설이다. 저자가 감옥에 갇힐 각오로 오염된 인간의 이면을 신랄한 비판과 독설로 펼쳐내 18세기 영미문학의 백미로 꼽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소인국, 거인국을 주로 소개하며 동화로 많이 알려진 아동 소설류가 아니라 스타북스가 이번에 출간한 '걸리버 여행기'는 18세기 영국의 정치현실을 신랄하게 꼬집은 성인용 소설로 읽을 수 있다. 

    걸리버의 다양한 모험세계를 흥미롭게 그린 1부 소인국인 릴리퍼트 기행을 시작으로 2부 거인국인 브롭딩낵 기행, 3부 하늘을 나는 섬 기행, 4부 말들의 나라 기행 등으로 전개된다. 이성 억제와 동물적 충동 사이의 대립을 토대로 자유와 전제국가, 진정한 신앙과 환상 사이에서 갈등을 겪고 있는 인간의 왜소한 모습을 풍자하고 있다.

    1부와 2부는 동화로 가장 많이 소개되어 어린이 책으로까지 인식되게 해준 스토리를 담고 있다. 1부 소인국 편에서는 인간의 시야가 얼마나 좁고 하찮은 문제들에 목매달고 있는지를 깨닫게 해준다. 소인국은 구두 굽이 높은 굽이냐 혹은 낮은 굽이냐에 따라 당파가 갈라지는데 이는 당시 영국의 토리당과 휘그당을 풍자한 것. 달걀을 어떻게 깨냐의 문제로 가톨릭과 개신교의 갈등을 암시하고 걸리버를 대하는 국왕은 겉으로는 관대한 척하지만 실은 쩨쩨한 군주를 비꼬기도 한다. 

    또한 2부 거인국에서는 우리 몸의 열두 배인 거인을 통해 우리 자신을 세밀하게 관찰한다. 작은 눈으로 보니까 평소에 아름답다고 여겼던 것들이 추한 모습으로 드러난다. 거인국의 왕은 소인인 걸리버의 과도한 자부심을 비웃으며 벌레만도 못한 생각이라고 비난한다. 따라서 저자는 걸리버가 소인국에서는 거인이요, 거인국에서는 소인이 되는 것과 같이 인간의 모든 가치는 우리 자신을 상대적으로 바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3부와 4부는 비판적 풍자가 절정을 이룬다. 3부 날아다니는 섬은, 비실재적인 과학과 그 이론을 풍자하고 있다. 날아다니는 섬인 ‘라푸타’ 사람들은 주변 실생활에는 관심이 없다. 하늘만 바라보고 비상식적인 연구에만 몰두한다. 그들은 배설물을 다시 음식으로 만드는 일, 털 없는 양을 기르는 일, 오이에서 햇빛을 추출하는 일 등, 황당하기 짝이 없는 연구에 골몰한다. 모두 자연의 법칙에 어긋나는 연구들이다. 과학만능주의에 대한 날카로운 경고다. 오이에서 햇빛을 추출하려는 계획자, 맹인이면서 화가들을 위한 물감을 만드는 계획자 등이 등장하는데, 그들은 나라를 발전시키려 하지만 현실성 없는 기술로 오히려 나라를 더욱 황폐하게 하고 일본 같은 실제 나라와 가상의 나라가 뒤섞이면서 풍자의 재미를 더한다.

    4부 말의 나라는 말이 지배하는 나라로 묘사되는데 인간을 야만적 동물로 그려지면서 인간에 대한 비난과 독설과 풍자가 절정을 이룬다. 마치 권력자들을 화나게 만들려고 썼다는 저자의 의도가 드러난다. 이곳에서는 말이 인간 같은 이성 있는 존재로 그려지며, 인간은 ‘야후’라 불리는 괴물 같은 존재로 등장하면서 인간이 정말 이성적인 동물이라 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을 던진다. 이 나라에서 가장 추한 동물이 바로 ‘야후’로 그려진 인간이다. 야후는 가장 길들이기 힘든 동물이며 교활하고 사악하며 탐욕스러우며 거만하고 비굴하고 잔인하다. 유럽인은 가장 야만적인 동물인 야후에게 약간의 불완전한 이성이 가미된 동물이다. 인간은 타고난 야만의 속성을 개선하는 데 이성을 사용하지 않고, 그것을 더 악화시키는 데 사용했을 뿐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다. 

    ‘걸리버 여행기’는 SAT 추천도서, 뉴스위크 100선, 옵서버지 100선, 서울대 추천도서, 고려대 권장도서, 국립중앙도서관 한우리독서운동본부 추천도서 그리고 피터 박스올의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100권의 책 등으로 소개됐다.

    18세기에 쓴 ‘걸리버 여행기’는 책 속에 담긴 비판과 풍자가 오늘날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놀라움을 금할 수 없게 만드는 소설이다. 

  • 당시 ‘걸리버 여행기’는 영국에서 발간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저자인 조너선 스위프트는 당시 영국의 정치·사회의 타락과 부패를 통렬히 비판했다. 그리고 인간의 어리석음을 철저하게 경멸하면서 매도하고 풍자했다.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