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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것처럼 보였던 오토바이가 갑작스럽게 '시동'이 꺼지고 길에서 멈췄다. 엔진이 잘못된 걸까, 너무 오래된 탓에 문제가 생긴 걸까, 그것도 아니라면 처음부터 멀쩡했던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어디가 문제인지도 모르겠지만, 이미 고장이 난 것 같은 오토바이, 다시 시동을 켤 수 있을까.
조금산 작가의 동명의 웹툰 '시동'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시동'은 정체불명 단발머리 주방장 '거석이 형'(마동석)을 만난 어설픈 반항아 '택일'(박정민)과 무작정 사회로 뛰어든 의욕 충만 반항아 '상필'(정해인)이 진짜 세상을 맛보는 유쾌한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시동이 잘 걸리지 않는 오토바이와 함께 시작된다. 우여곡절 끝에 시동을 켜도, 오르막길 앞에서는 그저 빌빌거리며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마치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는 '반항아' 택일, 그리고 상필의 모습과 비슷하다. 이처럼 닮은 듯, 다른 두 반항아는 각각 지금의 자리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심이 있다. -
이에 택일은 무작정 버스를 타고 집을 떠나, 우연히 찾게 된 '장풍반점'에 정착해 거석이 형을 만나게 되고, 상필은 아는 형님을 통해 직장을 구하게 된다. 택일은 장풍반점에서 일을 하면서 마음 한 켠에는 혼자 두고 온 엄마를 생각한다. 겉으로는 서로 화만 냈던 두 모자지만, 서로를 생각했던 마음은 그게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달리 표현을 못 하기에 그저 '어설픈' 반항아다.
돈을 벌고 싶었던 '의욕이 충만'했던 상필은 일을 하는 과정에서 여러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자신 또한, 상처를 입는다. 그를 보며 다른 사람들은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 없다"라고, 돈을 벌기 위해서는 포기해야 하는 것도 있다고 말한다. 여기에 장풍반점에서 택일이 우연히 만난 거박이 형은 과거 다른 일을 하던 중 우연한 기회로 주방장이 된 인물로, 과거의 인연을 가진 사람들은 그에게 "어울리는 일을 해라"라고 말을 한다.
이 지점에서 정말 세상에 나에게 어울리는 일이라는 것이 따로 있는 걸까 고민에 빠지게 된다. 이에 대해 '시동'을 연출한 최정열 감독은 "영화는 어울리는 일을 찾지 못하거나, 어울리는 일인 줄 알았는데 아닌 사람, 또 하다 보니 어울리는 일이 된 사람 등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라며 "'이런 일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아닌, 그 일이 무엇이든 괜찮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즉, "다시 돌아가서 '시동'을 켜도 괜찮다"라는 이야기를 영화를 통해 간결하게 전달한다. -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먼저 '거석이 형' 캐릭터가 지나치게 '개그화' 된 듯하다. 덕분에 마동석이 나오는 부분에서의 코미디 및 임팩트는 확실하지만, 캐릭터를 통해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는 크게 와닿지 않는다. 하지만 웹툰 원작 속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왔다면, 지금보다 더, 폭력적인 형태가 됐을 것 같아 가볍게 덜어내는 과정은 분명 필요했을 것으로 생각되기는 한다.
여기에 하나의 간결한 주제 속 너무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엮으려다 보니, 서사가 풀리다 만 것처럼 느껴져 결말이 다소 급작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택일 엄마'가 아닌, 정혜로서의 이야기가 아쉽고, 미스터리한 빨간 머리 소녀 경주(최성은)의 이야기 또한, 애매하게 들어간 조미료 같은 느낌이다. 또한, 결말까지 가는 길이 큰 반전 없이 예상한 대로의 전개가 펼쳐지기에, 내용적인 측면에서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시동'은 어떠한 결론을 내리고, 이렇다 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기에 그래서 더 '괜찮은' 영화일지도 모른다. 다시 '시동'을 켤 수 있을 힘이 필요했던 사람들은 그저 "무엇이든 괜찮다"라는 그 한마디가 듣고 싶었을 지도 모른다. -
고장 난 오토바이의 시동을 켜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계속해서 시동을 켜다 보면 우연한 기회에 켜질 수도 있고, 사소한 결함을 발견해 문제가 쉽게 해결이 될 수도 있다. 이처럼 다시 '시동'을 켤 기회는 누구에게나 있다. 물론, 내가 고칠 수 없는 문제라면 수리를 맡기면 되고, 급한 상황이면, 오토바이가 아닌 다른 이동수단을 이용하면 된다. 꼭 한 가지 정해진 답은 없다.
인생에 다시 '시동'을 걸고 싶은 순간이 찾아왔을 때도 마찬가지다. 인생을 논하기에는 어리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내 인생'을 논하기에 어린 나이는 없다. 누구나 분명 나만의 오르막길을 마주하는 순간이 온다. 뭐가 문제일까 고민하면서도, '이미 너무 늦어버린 고민은 아닐까', '처음부터 잘못된 길로 간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어떤 모습이든, 분명 괜찮다. 영화 '시동'은 느리게 걸리는 시동일지라도, 달리다가 어느 순간 꺼져버리는 시동일지라도,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그 모든 발걸음을 응원하니까.
한편 박정민, 정해인, 마동석, 염정아 등이 주연으로 나서는 영화 '시동'은 오는 18일 개봉을 확정했다. 러닝타임은 102분, 15세 관람가.
- 연예 칼럼니스트 하나영 hana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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