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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무엇이든 괜찮아"…'시동' 박정민·정해인, '결핍된 사람들'이 전하는 위로

기사입력 2019.12.10 11:25
  • '시동' 언론시사회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 '시동' 언론시사회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 곳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오늘도 난 걸어가고 있네." 영화 '시동'을 보면서 지난 유행가 하나가 떠올랐다. 기획의도를 통해 강조한, "때론 느리게 걸리는 시동일지라도, 달리다가 어느순간 시동이 꺼져버릴지라도,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모든 발걸음을 응원한다"는 위로를 느낄 수 있었다.

    10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는 영화 '시동' 언론 시사회가 개최, 연출을 맡은 최정열 감독을 비롯해 박정민, 정해인, 염정아, 최성은, 윤경호가 참석했다. 특히 정해인은 "2019년을 치열하고 열심히 사느라 고생한 분들께 저희 영화가 작은 연말 선물이 됐으면 한다"라는 바람을 밝혔다.

    영화 '시동'은 정체불명 단발머리 주방장 '거석이 형'을 만난 어설픈 반항아 '택일'과 무작정 사회로 뛰어든 의욕충만 반항아 '상필'이 진짜 세상을 맛보는 유쾌한 이야기를 그린다. 극 중 택일의 엄마 '정혜'를 맡은 염정아는 "전 연령마다 각각 공감할 부분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시동'과 함께 따뜻한 연말을 보내셨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 언뜻 '유쾌한 청춘물'처럼 보이는 '시동'은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이, 그저 지금의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은 '택일'이 새로운 환경과 상황을 맞이하며 조금씩 세상을 알아가고,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원대한 꿈은 없지만, 직접 세상과 부딪히며 일상을 살아가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자연스럽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극 중 박정민이 맡은 '택일'은 매사에 거침이 없어 어딜가나 매를 벌지만, 내면은 때묻지 않은 철없는 반항아다. 자꾸 엇나가는 모습을 보여, 전직 배구 선수 출신인 엄마 '정혜'(염정아)의 '사랑의 매'를 부른다. 이에 염정아는 "택일에게 정혜는 유일한 가족이다. 방황하는 아이였음에도, 항상 그리워하고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했다"라고 연기의 포인트를 밝혔다.

    엄마의 '사랑의 매'를 피해 무작정 집을 떠난, 택일은 우연히 찾은 '장풍반점'에서 남다른 포스의 주방장 '거박이 형'(마동석)과 만나게 된다. 손맛보다 주먹맛이 더 셀것 같은 인상에 귀 뒤로 넘긴 단발 머리와 헤어밴드, 그리고 핑크 맨투맨과 도트 무늬 바지까지 과감한 의상으로 러블리한 매력(?)을 연출한다. 박정민은 마동석에게 많이 의지했다며 "마음도 편했고, 믿고 그냥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항상 고마운 마음이 있었다"라고 감사를 전했다.

  • 여기에 정해인은 택일의 절친이자 의욕 충만한 반항아 '상필' 역을 맡아 색다른 연기 변신을 선보인다. 정해인은 "철없는 10대처럼 보이는 것에 중점을 뒀다"라며 "거침 없는 모습을 보여야하는 것이 연기의 포인트였던 것 같다"라고 캐릭터 변화에 있어 신경 쓴 부분을 밝혔다.

    '상필' 또한, 의욕만 앞서는 '반항아'로서, 사회와 부딪히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박정민이 맡은 '택일'과 마찬가지로 각각 '결핍'을 가진 캐릭터들인 것. 정해인은 "사람은 누구나 결핍이 있고, 상대방을 통해 그런 것들을 채울 수 있는 것 같다. 그런 따뜻한 에너지를 주는 작품이 하고 싶었는데, 이러한 작품을 통해 저 또한 위로 받는 것 같다"라고 이번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언급했다.

    박정민 역시 "한 영화를 이끄는 어떤 인물은 결핍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극복해가는 과정이 영화인 것 같다"라며 "영화 속 택일의 결핍은 관심과 사랑이었던 것 같다. 택일이가 엄마에게 그런 사랑을 보여주는 신들을 시나리오에서도, 웹툰을 보면서도 많이 울컥했다. 저처럼 효도를 잘 못하는 '마음만 효자'들은 그 장면에 많이 공감을 할 것 같다. 분명 사랑은 있는데 표현을 잘 못해서 어긋나고, 틀어지고, 또 그걸 봉합하기까지 힘들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사건이 벌어져야 하는 그런 것들이 마음을 움직였던 것 같다"라고 답했다.

  • 이들 외에도 신예 최성은을 필두로, 김종수, 윤경호, 김경덕, 고두심 등 전세대를 아우르는 배우들의 가세로 풍성한 앙상블을 완성했다. 특히 심상치 않은 포스를 자랑하는 '경주'를 연기하는 최성은은 이번 작품이 첫 스크린 데뷔작이다. 최정열 감독은 "경주는 신인으로 캐스팅하고 싶었다"라며 "택일이 군산에서 처음 마주하는 캐릭터인 만큼, 그 공간이 낯설게 보이게 하고 싶었다. 신인이 등장하면 관객들도 새롭고 낯선 곳이라고 몰입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모두 각각 자신의 자리에서 일을 해나간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일을 보면서 '어울리는 일을 해라'라는 지적을 한다. 최정열 감독은 "영화는 어울리는 일을 찾지 못한 사람, 어울리는 일인줄 알았는데 아닌 사람, 또 하다보니까 어울리는 일이 된 사람 등 다양한 캐릭터가 나온다"라며 "제가 감히 '이런 일을 찾아야 해' 이런 내용이 아닌, 그 일이 무엇이든 괜찮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다시 돌아가서 '시동'을 켜도 괜찮다는 내용이다"라고 영화가 전하는 의미에 대해 언급했다.

    끝으로 윤경호는 "'시동'은 재미있다가도 코 끝이 찡하기도 하다"라며 "인생의 엔진이 꺼진 많은 순간이 있겠지만, 다시 '시동'을 걸고 내년을 시작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새 출발하기에 좋은 연말 영화인 것 같다. 가족, 친구, 연인 상관 없이 신년 계획 영화로 함께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멈출 것 같아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시동을 켤 수 있다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시동'은 오는 18일(수) 개봉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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