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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의 우정을 그린 영화는 많지만, 여자들의 우정을 그린 영화는 많지 않다. 그래서 더 눈길이 가는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는 사랑보다 더 절절한 우정을 나눈 두 여자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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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 안생과 칠월의 우정은 운명처럼 시작됐다. 성격도, 외모도 정반대인 두 소녀는 무엇에 끌리듯 금세 단짝친구가 되고, 모든 것을 공유하며 우정을 키워나간다. 하지만 문제는 남자였다. 안생과 칠월이 둘다 ‘가명’을 사랑하게 되며, 이들의 우정이 묘하게 꼬여가니 말이다. 사랑과 우정 사이에 놓인 친구들이 대개 그렇듯, 주도권은 먼저 가명을 좋아한다고 고백한 칠월에게 있다. 안생은 칠월을 위해 자신의 마음을 숨기고 멀리 떠나지만, 자매보다 더 진한 우정을 나눈 칠월은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한다. 그리고 그렇게 어긋나기 시작한 안생과 칠월의 운명은 커다란 포물선을 그리며 서로에게서 점점 멀어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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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는 사실 줄거리만 요약하고 보면 그리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 오랜 단짝 친구가 같은 남자를 사랑하게 되며 오해와 거리가 생기고, 그로 인해 반목했다 화해하는 과정은 전혀 새로울 것 없는 클리셰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영화를 뻔한 신파극 정도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영화는 숱한 반전과 독창적인 전개로 그 뻔함을 극복한다. "결국 그렇게 되겠지.."라는 생각대로 흘러감에도 불구하고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것은 영화의 진한 감성과 긴 여운, 그리고 깊은 공감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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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의 원작은 소설 ‘칠월과 안생’이다. ‘칠월과 안생’은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로 꼽히는 ‘칭산’의 데뷔 소설집 ‘안녕, 웨이안’에 실린 단편 중 하나다. 소설 ‘칠월과 안생’은 2002년에 만화로, 2011년에는 연극으로 각색되었고, 2017년 중국 청춘스타 주동우, 마사순 주연의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로 다시 만들어지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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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도 열세 살에 만나 깊은 우정을 나누던 칠월과 안생이 처음으로 나눠 가질 수 없는 대상을 만나 애정과 고통 속에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영화와 내용은 완벽히 일치하지 않는다. 영화가 단편 ‘칠월과 안생’ 외에도 같은 소설집에 담긴 ‘작별 인사를 할 곳’ 등을 섞어 훨씬 풍성한 변주를 보여주는 탓이다. 덕분에 영화와 소설 속 ‘칠월’과 ‘안생’은 많이 다르다. 서로 다른 선택이 다른 인생을 만들기 때문이다. 영화와 소설의 결말 역시 정반대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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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매력이 있고, 영화는 보는 재미가 있다. 이 독특한 중국 작품은 둘 모두 선택해도 좋겠지만, 굳이 하나를 고르라면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를 추천하고 싶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