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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분과 짜릿'… 남자, 서킷의 매력에 빠지다

  • 글·구성 = 뉴스콘텐츠팀 성열휘 기자
기사입력 2016.10.11 21:03
  • 남자는 단순하다. 맞다. 그래서 한 곳에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다. 일에 치여 시간이 없는 이유는 물론 특히 가정까지 있다면 여러가지를 하기엔 돈의 여유가 더 없을 것도 한몫한다. 남자들이 술자리에서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시간과 돈, 여유가 있어야 바람을 핀다고 말이다. 뭐~ 쉽게 공감이 가는 내용은 아니지만, 주위 사람들을 보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가서 이렇듯 시간과 여유가 없기에 한 곳에만 푹 빠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번엔 스릴과 질주 본능에 빠진 남자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꿈의 공간 '서킷'을 찾았다.

  • 국내 서킷

    요즘 스포츠 드라이빙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면서 주말에 서킷 주행을 즐기는 동호인의 수도 크게 느는 추세다. 이처럼 주말에 서킷에서 스포츠 드라이빙이나 아마추어 레이스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선데이 레이서'라고 부르는데, 서킷 문화가 보편화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인기 있는 취미 중 하나다.

    국내 서킷은 영암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 인제 스피디움, 태백 레이싱파크, 용인 스피드웨이, 송도 스트리트 서킷, 영종도 BMW 드라이빙 센터 등이다. 먼저 전라남도 영암군에 위치한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KIC)은 2010년 8월 완공된 국내 최초의 국제 자동차 경기장으로 F1 경기가 이루어졌던 국내 유일의 서킷이며, 길이는 길이 5.615km이다. 국내 모터스포츠 시설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독특한 시계 반대 방향 주행로를 이루고 있다. 강원도 인제군에 위치한 인제 스피디움은 다양한 국제 대회 개최가 가능한 국제자동차연맹(FIA) 2등급 기준으로 설계된 국내 최초의 복합 자동차 문화 공간 서킷이다. 길이는 산악 지형을 최대한 활용한 3.908km이며, 폭 13~15m 서킷에 20개의 다양한 코너와 40미터의 고저차를 이용한 다이내믹 업 다운 구간으로 적절히 배치되어 있다. 이 두 곳은 일반인이 라이선스 취득하면 자차나 렌트해서 이용할 수 있다.

  • ▲ 인제 스피디움 VR 영상

    강원도 태백시 해발 700m가 넘는 고원지대에 위치한 태백 레이싱파크는 국제자동차연맹(FIA)의 공인을 받은 서킷으로 CJ 헬로모바일 슈퍼레이스가 자주 개최되며, 나이트 레이스도 이루어지는 곳이다. 길이는 2.5km로, 직선 길이가 900m에 달해 시속 300km까지 낼 수 있다. 용인 에버랜드와 함께 위치한 용인 스피드웨이는 1995년 개장한 서킷으로, 다양한 모터스포츠 대회가 열린 곳이다. 하지만 2008년 11월 이후 개·보수를 이유로 문을 걸어 잠갔고, 2013년 8월 확장공사를 거쳐 4.5km까지 늘여 재오픈한 이후에도 별다른 모터스포츠 대회 없이 자동차 업체들의 시승·고객 행사 등으로만 쓰였고, 결국 자율주행차 시험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인천 송도에 위치한 송도 스트리트 서킷은 국내 유일의 도심 스트리트 서킷이며, 자동차 행사나 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벌(KSF)의 경기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길이는 2.5km이며, 총 13개의 코너로 이루어져 있다. 마지막으로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국제자동차연맹(FIA) 규정에 맞게 설계된 BMW 드라이빙 센터는 BMW에서 아시아 최초로 만든 체험 공간 서킷이며, 길이는 2.6km이다. 일반인이 이용 가능하며, 예약 및 일정 금액을 지급하면 라이선스 취득 없이도 인스트럭터와 함께 BMW의 모델들을 체험할 수 있다. 가격은 코스별, 차종별, 이용 시간별로 다르다. 하지만 자차를 이용할 수 없다.

    자동차 전문 기자들은 "일반인들이 자차로 이용할 수 있는 두 곳 중에 인제 스피디움은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KIC) 보다 길이는 짧지만 수도권에서 2시간 이내 거리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을 뿐만 아니라, 심한 고저차로 인한 다이내믹한 코스 구성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 2016 포르쉐 월드 로드쇼에서 독일 본사 전문 강사가 트랙 주행에 관해서 설명하고 있다.
    ▲ 2016 포르쉐 월드 로드쇼에서 독일 본사 전문 강사가 트랙 주행에 관해서 설명하고 있다.

    서킷에서 주행하고 싶다고 해서 아무나 바로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라이선스가 있어야 가능하기에 교육을 받고 취득해야 한다. 가격은 신규 취득 및 갱신이 10만원이며, 유효기간 1년(365일)이다. 취득 이후 1회 25분 주행 시 4~5만원(보험료 포함)이다. 교육은 안전·이론과 실기·주행으로 이루어지며, 핵심은 운전 자세와 신호기 그리고 주행 규칙을 숙지하는 것이다.

    올바른 운전 자세는 운전석에 앉을 때 등받이 각도를 100~110도 정도로 하고, 엉덩이를 시트 깊숙하게 들이밀어 허리를 등받이에 붙여 앉는 것이다. 시트 앞쪽에 걸터앉으면 커브 길을 돌거나 갑작스러운 핸들링이 필요할 때 허리의 관성이 작용해 몸이 틀어질 수 있다. 높이는 시야를 생각해서 머리와 천장 사이에 주먹이 하나 들어갈 정도이며, 시트와 페달 사이의 거리는 브레이크 페달을 끝까지 밟았을 때 무릎이 120~130도 굽혀지는 정도이다. 스티어링 휠은 휠의 윗부분에 두 팔을 뻗었을 때 손목이 자연스럽게 걸쳐지는 정도가 가장 좋으며, 양손은 휠의 9시 15분이나 10시 10분 위치에 놓으면 된다. 경험이 많다고 스티어링 휠을 한손으로 조절하면 위기 상황 시 대처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고 차체 움직임이 클 때 운전자가 힘으로 버티기 어렵기 때문에 양손 운전은 필수이다. 특히 서킷에서 한손은 절대 금물이다. 신호기는 같은 것이라도 오피셜이 포스트에서 드라이버를 향해 펼쳐 보일 때와 열심히 흔들 때의 의미가 다르기도 하기 때문에 꼭 알아둬야 한다.

  • 주행 규칙도 코스 진출입 시 피트로드의 제한속도를 지켜야 한다는 점, 코스 진입 시 진행요원의 통제를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점 등은 기본으로 알아야 한다. 코스를 진입할 때는 유도선이 끝나는 라인을 따라 들어가되 주행하고 있는 차들의 흐름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유도선보다 일찍 가로질러 들어가거나 뒤에서 차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고 해서 바깥쪽으로 확 빠지는 등의 돌발행동은 굉장히 위험하다. 코스 진입 후 뒤에 있는 차가 나보다 빠르다면 직선로에서 양보해야 한다. 코너에서는 비교적 정상적인 주행라인을 유지하는 것이 사고 위험이 적다.

    만약 운전 미숙으로 스핀 또는 코스 아웃을 했다가 자력으로 코스 인이 가능한 경우, 피트로드에서 코스로 진입할 때처럼 코스 모양을 따라 가장자리 쪽에서부터 완만한 각도를 이뤄 최대한 가속하며 진입해야 한다. 이때 정상 주행 중인 차들의 흐름은 절대로 방해해선 안 된다. 자력으로 코스 인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일단 펜스 바깥 안전지대로 대피해 도움을 기다리다 진행요원의 지시를 따른다. 이게 바로 서킷 주행에 바람직한 매너이다.

  • 트랙 데이

  • 라이선스 없이도 서킷 주행을 할 수 있다. 완성차 업체들의 트랙 데이를 참가하면 되기 때문이다. 업체마다 라이선스가 필요한 곳도 있지만 대부분 필요없는 행사가 많다. 최근 쌍용차에서 포르쉐까지 여러 완성차 업체가 자사 차의 성능을 보여주기 위해 고객들을 초청해 트랙 데이 행사를 많이 개최하고 있다. 참가비는 업체와 행사 구성에 따라 다르다. 구성은 업체마다 차량의 콘셉트에 맞게 서킷 주행과 오프로드 체험, 서킷과 짐카나 등으로 짜여 있으며, 단일 차종이나 전 차종을 체험해 볼 수 있다.

    트랙 데이에는 초보자부터 서킷 경험자까지 다양한 운전자들이 모인다. 여러 대의 차가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도록 일반인, 서킷 경험자, 아마추어 선수 등 기준으로 그룹이 나누어지며, 그룹별로 세션이 이루어진다. 특히 서킷 주행 세션은 참가자들이 꼭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레이스가 아니라는 것이다. 트랙 데이는 그룹이 같이 주행하는 것인데 본인도 모르게 서킷을 보니 레이서가 된 마냥 흥분한 나머지 다른 차를 지나치게 의식해 경쟁하거나 의욕을 앞세워 달리면 사고의 위험이 높아진다. 따라서 본인과 차 그리고 다른 참가자들의 안전을 위해 페이스 완급조절이 필요하다. 그럼, 서킷과 트랙 데이 정보를 자세히 알아봤으니 달려보자.

  • 포르쉐 911 GT3 RS, 트랙 질주 모습.
    ▲ 포르쉐 911 GT3 RS, 트랙 질주 모습.
    최근 포르쉐는 인제 스피디움에서 스포츠카만의 DNA를 경험케 하는 월드 로드쇼를 개최했다. 포르쉐 독일 본사에서 직접 주관하는 국제적인 대규모 드라이빙 행사로 전세계를 순회하며 열린다. 독일 본사에서 파견된 전문 강사들은 고객과 기자들에게 슬라럼, 브레이킹, 핸들링 등 세션에 따라 더욱 짜릿하고 안전하게 즐기는 방법을 전수했다.

    먼저 슬라럼은 대회전 스킬을 통해 드라이빙 균형 감각을 기르는 코스이다. 이 코스는 일정한 간격으로 콘을 놓고 S자로 연속 커브 주행을 하고 유턴해서 다시 연속 커브를 지나 돌아오면 된다. 이용된 모델은 718 박스터이다. 직접 주행해보니 핸들링, 액셀링 등 종합적으로 차량의 쏠림 현상이 적고, 원하는 만큼 신속하게 반응해 안정적으로 잡아준다.

  • 포르쉐 911 타르가 4S로 런치 컨트롤 경험하는 모습.
    ▲ 포르쉐 911 타르가 4S로 런치 컨트롤 경험하는 모습.

    브레이킹은 드래그와 런치 컨트롤 2가지로 이루어졌다. 드래그는 구형 박스터 GTS와 신형 718 박스터 S에 나눠 탑승해 대결을 펼쳐 폭발적인 가속과 안정감 있는 제동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코스이다. 대결 결과는 4기통 718 박스터 S가 6기통 박스터 GTS를 가볍게 추월했다. 718 박스터 S는 다운사이징 됐지만 6기통보다 더 강력한 토크와 가속 성능을 앞세워 앞으로 치고 나가 가볍게 승리를 거두었다. 이 모델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이전 모델에 비해 0.6초 단축된 4.2초 만에 도달하며, 최고속도는 시속 285km이다.

    런치 컨트롤은 일반적인 운전자도 전문가처럼 빠른 순발력을 가능케 하는 기술을 경험해 보는 코스이다. 이용된 모델은 최고출력 420마력의 성능을 발휘하는 911 타르가 4S이다. 런치 컨트롤 사용법은 스포트 플러스 모드로 바꾼 후 왼발로 브레이크를 밟고,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타코미터의 바늘이 최적의 회전수에 고정된다. 이 상태에서 왼발을 떼면 낼 수 있는 가장 빠른 순발력이 나와 폭발적인 가속력으로 속도가 올라가고 이후 눈 깜짝할 사이에 장애물 앞에 도달한다. 브레이크도 돌발상황으로 급제동했을 때 빠른 시간 안에 원하는 위치에 정지해 놀랄만한 반응을 보여준다.

  • 마지막으로 핸들링은 트랙에서 가속과 코너링 등 스포츠 드라이빙의 재미와 기술을 익힐 수 있는 코스이다. 이 코스는 운전석에 탑승하고 페이스카를 따라 앞차와의 안전거리를 유지하면서 서킷에 놓인 콘을 따라 주행하면 된다. 2도어와 4도어 모델로 나누어 이루어졌다. 2도어는 718 박스터, 911 카레라 S 등 모델이다. 처음 출발 전 주행 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놓고 주행해보니 시속 150km는 기본이며 브레이크 반응도 뛰어났다. 코너에서는 엔진과 변속기 그리고 서스펜션 등의 절묘한 조화를 이뤄 저속 코너는 시속 60km에서 80km까지, 고속 코너는 시속 100km 이상으로 최대한 부드럽게 코너를 빠져나간다. 이후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바꾸고 주행해보니 엔진과 배기음 사운드가 더욱 웅장해져 질주본능을 자극했다. 이로 인해 스포츠 모드를 훌쩍 넘기는 폭발력을 보여준다. 또한, 서스펜션이 단단해지고 브레이크 반응도 빨라져 저속 코너는 시속 80km 이상, 고속 코너에서는 시속 130km 이상으로 주행해도 안정적이다.
  • 4도어는 포르쉐의 SUV와 그란투리스모 모델인 카이엔 터보 S, 파나메라 터보 S 이그제큐티브 등이다. 2도어 스포츠카 모델들과는 확연히 다른 부드럽고 편안한 모델들이다. 이 모델들도 스포츠카 모델 못지않게 엔진과 서스펜션 등이 뛰어나지만, 트랙에서 가속으로 주행하면 차체가 높고 중량이 무거워 코너 시 충분히 속도를 줄이지 않으면 미끄러질 수 있어 스포츠카 모델보다 속도를 많이 줄여야 한다.

    트랙 데이에 참가해 서킷 주행을 해보니 남자들이 왜 꿈의 공간이라고 하는지 공감이 간다. 일상에서의 주행과 다른, 엔진 소리에 흥분되고 가속력에 짜릿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선 돌발행동은 금물, 안전 수칙을 꼭 지키고 즐기기 바란다.

  • 글·구성 = 뉴스콘텐츠팀 성열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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