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일반

밥 굶고, 더위 팔고…견공들은 달갑지 않을 ‘정월 대보름’ 이색 풍속들

기사입력 2019.02.19 13:51
  • 사진=픽사베이
    ▲ 사진=픽사베이

    예로부터 정월 대보름에는 새해의 첫 보름달이 한 해의 안녕과 복을 기원한다고 여겨 먹거리를 풍성하게 준비해 나누고, 다양한 민속 행사를 즐겨왔다. 하지만 사람의 가장 친한 친구인 개에게는 정월 대보름이 그리 달갑지는 않을 것 같다. 개의 입장에서 보면 야속한 다양한 이색 풍속 때문이다.

    ‘개보름쇠기’는 개와 관련된 정월 대보름의 대표 풍속으로, 대보름날 개에게 밥을 주지 않는 것이다. 사람들은 오곡밥과 묵은 나물, 부럼 등을 푸짐하게 나눠 먹으면서 개는 종일 밥을 굶기다니 너무 야속한 것 같지만, 사실 이 풍속은 개를 아끼는 마음에서 시작됐다. 옛사람들은 대보름에 개에게 밥을 주면, 개가 바짝 말라 잘 자라지 못하고 파리가 꼬인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가족 같은 개가 일 년 내내 건강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는 하지만, 영문을 알 리 없는 개 입장에서는 개보름쇠기가 반가울 리 없다. 어쨌든 이 풍속 때문에 남들은 다 잘 먹고 지내는 명절 등에 제대로 먹지 못하는 것을 뜻하는 ‘개 보름 쇠듯 한다’라는 속담까지 생겨났다.

  • 사진=픽사베이
    ▲ 사진=픽사베이

    개의 정월 대보름날 수난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전라남도 지방에서는 대보름날 개를 굶기는 것도 모자라 ‘더위팔기’까지 한다.

    사람들끼리 하는 ‘더위팔기’는 정월 대보름날 아침에 행해진다. 해뜨기 전에 만난 사람의 이름을 불러 대답하면 ‘내 더위 사가게’라며 더위를 팔 수 있는데, 이때 상대방이 대답하지 않고 ‘내 더위 먼저 사가게’라고 응수하면 상대방의 더위를 오히려 사 올 위험이 있다.

    하지만 개에게 더위팔기는 성공률이 100%다. 개가 ‘내 더위 먼저 사가게’라고 대답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개에게 더위팔기는 이웃집에서 얻어온 보름밥을 개와 함께 나누어 먹으며 할 수 있다. 이 밥은 일명 ‘더우밥’이라고 하는데, ‘내 더우 너 먹어라’라고 하며 더우밥을 개에게 한번 먹이고, 자기가 한번 먹는 것을 되풀이하면 개에게 더위를 팔 수 있다. 물론 개에게 더위팔기 역시 개를 사람만큼 가깝게 느끼고, 개가 더위를 이기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행해왔던 풍속으로 악의를 갖고 있지는 않다.

  • 사진=픽사베이
    ▲ 사진=픽사베이

    이밖에 정월 대보름날 개의 몸에 왼쪽으로 꼰 ‘왼새끼’를 둘러주는 풍속도 있다. 이렇게 하면 부정을 가려 액을 물리고, 개의 질병을 막을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개를 아끼고 보호하는 마음에 행했다고는 하지만, 정작 개들은 반기지 않았을 다양한 풍속들. 아마 개들은 사라지는 것을 기뻐할 것만 같은 정월 대보름의 이색 풍속이다.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