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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우리말] “발음이 어려워!” 표준어에서 탈락한 단어들

기사입력 2019.02.17 06:00
  • 미루나무 /사진=픽사베이
    ▲ 미루나무 /사진=픽사베이

    “미루나무 꼭대기에 조각구름 걸려있네, 솔바람이 몰고 와서 살짝 걸쳐놓고 갔어요”라는 노래가 있다. 오래된 외국곡에 시인 박목월 선생이 노랫말을 붙인 이 노래는 초등 교과서에도 실려 있는 동요 ‘흰 구름’이다. 그런데 이 노래의 정확한 가사를 알고 있는 이는 의외로 많지 않다. ‘미루나무’를 ‘미류나무’라고 잘못 알고 있는 탓이다.

    ‘미루나무’는 미국이 원산지인 버드나무다. 이 때문에 국내에 처음 들어올 때는 미국(美國)에서 들어온 버드나무(柳)라는 뜻으로 ‘미류(美柳)’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미류나무’와 ‘미루나무’가 혼용되어 사용됐다. 발음이 어려운 ‘미류’의 이중모음 ‘ㅠ’를 단순화된 단모음 ‘ㅜ’로 바꿔 ‘미류나무’를 ‘미루나무’로 발음하는 이가 많기 때문이었다.

    1980년대 말 표준어 개정에서는 이처럼 혼용되고 있는 이중모음과 단모음 중 단모음을 현실적으로 인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표준어 규정 2장 2절 10항) 원형인 ‘미류나무’가 버려지고 ‘미루나무’가 표준어로 채택된 이유다.

    ‘두말할 것 없이 당연히, 틀림없이 언제나’의 뜻을 나타내는 부사 ‘으레’도 미루나무처럼 표준어 개정에 의해 모음이 단순화된 형태가 표준어가 된 단어다. ‘의레’는 원래 원형은 ‘의례(依例)’에서 ‘으례’가 되었던 말인데, ‘례’의 발음이 ‘레’로 바뀌었다.

    이외에 ‘케케묵다’로 바뀐 ‘켸켸묵다’, ‘허우대’로 바뀐 ‘허위대’, ‘허우적’으로 바뀐 ‘허위적’도 발음의 변화를 수용해 새 형태를 표준어로 삼은 단어다.

    붙임성이 없이 까다롭고 별남을 뜻하는 ‘괴팍’ 역시 ‘미루나무’와 같은 이유로 표준어가 되었다. ‘괴팍’은 어그러질 괴(乖) 자와 강퍅할 퍅(愎) 자가 합쳐진 한자어로, ‘퍅’의 ‘ㅑ’가 단순화된 모음 ‘ㅏ’로 발음이 바뀌었다.

    하지만 ‘괴팍하다’는 얼마간 문제가 있다. ‘성격이 까다롭고 고집이 세다’는 뜻의 ‘강퍅(剛愎)하다’를 비롯해 ‘갑자기 성을 내다’라는 뜻의 ‘퍅하다’와 ‘너그럽지 못하고 까다로워 걸핏하면 화를 내는 성질’인 ‘퍅성(愎性)’, ‘성질이 엉큼하면서도 까다롭고 고집이 세다’라는 뜻의 ‘암퍅하다’ 등의 단어는 ‘괴팍하다’와 같은 한자를 쓰지만, 자주 쓰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개정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실제 이 단어들은 잘 사용되지 않아 현실적으로 별문제를 일으키지는 않겠지만, 표준어 규정은 이로 인한 불균형이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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