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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왕년에 내가”라고 시작하는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믿는 이는 많지 않다. 자신에게 불리한 부분은 버리고, 유리한 부분만을 부풀린 변형된 이야기일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의 뇌가 기억을 저장할 때 객관적인 사건만을 담아 놓지는 않으며, 기억이 개인의 감정이나 생각, 비슷한 사건 등을 통해 얼마든지 변형될 수 있다는 것은 실험을 통해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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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의 토니의 기억도 그렇다. 그는 어느 날, 대학 시절 잠깐 사귀었던 첫사랑 베로니카의 어머니가 그에게 약간의 돈과 일기장을 남기고 돌아가셨다는 내용의 편지를 받는다. 자신이 베로니카의 어머니에게 이런 유산을 받을 이유를 떠올릴 수 없었지만, 토니는 자신의 몫으로 남겨진 일기장을 받기 위해 베로니카를 수소문한다. 그리고 젊은 시절의 기억을 하나씩 되짚어가며 과거를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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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기억 속 베로니카는 끝내 속을 알 수 없는 여자였다. 그녀는 순진했던 젊은 시절의 자신을 휘둘렀으며, 알 수 없는 이유로 버려졌고, 자신을 발판 삼아 그의 고등학교 동창인 아드리안과 사귀기까지 했다. 아드리안이 자살로 짧은 생을 마감한 이후 그는 베로니카에 대한 어떤 소식도 듣지 못했기에, 지금까지 그녀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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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베로니카를 만난 토니는 그녀가 건넨 편지 한 장에 충격을 받게 된다. 젊은 시절 자신이 베로니카와 아드리안에게 보낸 편지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온갖 험악한 욕설과 저주로 도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제야 세월이 흐르며, 기억이 자기 자신조차 속여버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야말로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딱 맞아떨어지게 말이다. 이후 토니는 사과하기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베로니카를 미행하고, 지금껏 알지 못했던 베로니카와 아드리안에 대한 일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조작된 기억으로 지워졌던, 과거의 사실들을 새롭게 반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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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의 원작은 2011 맨부커상 수상작인 줄리언 반스의 동명 소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이다. 소설의 기본 얼개는 영화와 같지만, 변형된 다수의 에피소드와 설정만큼 느낌은 영화와 많이 다르다.
토니의 1인 시점으로 전개되는 소설은 모호했던 영화 속 인물들의 관계를 낱낱이 밝혀주며, 토니 자신이 기억하지도 못한 편지 한 통이 만들어낸 엄청난 파국의 실체를 보여줌으로써 독자를 충격으로 몰고 간다. 또한, 소설은 영화보다 극적인 요소는 많지 않지만, 한층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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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여러모로 다양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으로, 소설과 영화는 서로 다른 느낌과 매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너무 급하게 끝을 맺어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영화보다는 확실히 소설이 한 수 위다. 로튼 토마토의 진수를 맛보기 위해서라도 소설은 꼭 한번 읽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