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재 영웅에 의해 멸망의 위기에 빠진 인류가 구원받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는 많다. 하지만, 그 영웅이 어린아이인 경우는 흔치 않다. 2013년 12월 개봉한 영화 ‘엔더스 게임’은 뛰어난 지능과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 난 열한 살 소년 ‘엔더’가 어른들에 의해 인류의 운명을 짊어지기 위한 군인으로 키워져 최후 결전에 나선다는 독특한 설정의 영화다.
-
외계 종족의 침략으로 엄청난 피해를 받은 미래의 지구에서는 아이들로 이루어진 우주 함대가 결성된다. 외계인의 2차 침공을 막기 위한 최고의 지휘관이 될 수 있는 것은 어른들보다 사물을 단순하게 바라보는 아이들뿐이라는 결론에서다. 어른들은 재능 있는 아이들을 우주 함대에 모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통해 전투 훈련을 진행한다. 밥 먹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전투 훈련을 해 온 아이들은 몸만 어릴 뿐, 이미 철저한 군인이다.
최고의 지휘관이 될 유력한 재목으로 선발된 ‘엔더’ 역시 훈련을 위해 우주 함대로 오게 된다. 하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이들로부터의 고립과 강도 높은 훈련이다. 엔더의 교육을 책임진 그라프 대령이 빠른 성장을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엔더를 극한의 상황으로 내몰았기 때문이다.
엔더는 외로움과 고통을 이겨내고, 철저한 훈련을 통해 우주 함대 최고의 지휘관으로 성장한다. 그리고 남은 것은 최고 지휘관의 능력을 검증받을 마지막 테스트뿐. 과연 엔더는 지구 최고의 지휘관이 되어 인류를 구원할 수 있을 것인가? -
아이들의 주도하에 펼쳐지는 우주 전쟁이라니 왠지 시시할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영화는 기대보다 훨씬 흥미진진하다. 무중력 공간에서 펼쳐지는 아이들의 시뮬레이션 전투 훈련과 최고 지휘관이 된 엔더의 결전은 어떤 블록버스터 못지않은 웅장한 스케일을 자랑한다.
영화는 아이용이라 치부하기엔 생각할 거리도 많다. 한 치의 의심 없이 달려오다 최후 결전이 끝난 후에야 무엇을 위해 전쟁을 했는가 돌아보는 엔더의 모습은 삶에 있어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다시 되돌아보게 만든다. -
영화의 원작은 1985년 출간된 오슨 스콧 카드의 소설 ‘엔더의 게임’이다. 1986년 사상 최초로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동시에 받은 소설은 수년간 ‘반지의 제왕’의 뒤를 이어 2위를 지킬 정도로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SF 소설의 바이블’이라 일컬어질 만큼 명성이 자자한 소설이다.
소설은 영화보다 훨씬 체계적이다. 아이들의 전투 신에 많은 공을 들인 영화는 볼거리가 화려하지만, 내용이 다소 빈약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엔더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속속들이 알 수 있는 소설은 영화보다 훨씬 농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또한 시간에 쫓긴 듯 급작스럽게 결말을 맺어 관객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 영화와 달리 충분한 분량을 할애한 소설의 결말은 읽는 이의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만든다. -
상상 이상의 이야기를 펼쳐 보이는 ‘엔더스 게임’은 결코 아이들만의 이야기로 치부할 수 없는 SF 대작이다. 28년 동안 많은 이들을 열광시킨 작품의 진가를 맛보려면 ‘소설’을 읽어야 하겠지만, 전투 신만큼은 원작 이상인 영화도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최신뉴스
Copyright ⓒ 디지틀조선일보&dizz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