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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vs. 영화] 리틀 포레스트

기사입력 2018.05.21 18:53
  • 2018년 2월 개봉한 김태리 주연의 ‘리틀 포레스트’는 영화판 ‘삼시세끼’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많은 이에게 사랑받은 영화다. 이 영화는 잘 알려진 대로 동명 영화 일본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 사실 일본 영화 ‘리틀 포레스트’도 원작은 따로 있다. 2002년 만화 월간지 연재로 세상에 알려진 동명의 만화 ‘리틀 포레스트’다. 만화의 에피소드와 시간의 흐름을 재구성했을뿐, 영화는 만화와 거의 한 작품처럼 보일 정도로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하지만 만화와 영화의 느낌은 다른다. 거칠고 투박한 그림체로 그려진 만화는 한컷 한컷 제한된 공간에 최소화된 내용만을 보여주지만, 영화는 만화의 짧은 레시피를 친절하고 정교하게 재현하고, 계절별 코모리의 풍경을 보여줌으로써 힐링의 극치를 선사한다.

    산속의 작은 마을인 고향 코모리로 돌아온 이치코가 혼자 농사를 짓고, 자급자족한 식재료로 계절에 맞는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담백하게 담아낸 영화는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으로 이어진다. 그중 여름 편과 가을 편이 보여주는 몰입감은 최고다. 이렇다 할 줄거리도 없이 비 오는 소리, 바람 부는 소리 등 다양한 소리와 계절에 따라 바뀌는 마을 풍경, 익어가는 농작물의 모습, 자연에서 얻은 재료들이 맛있는 음식으로 변해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화면을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절로 빠져드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 영화 '리틀 포레스트'(일본) 스틸컷
    ▲ 영화 '리틀 포레스트'(일본) 스틸컷
    일본 영화와 달리 한국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계절별로 키우는 농작물에 대한 설명과 음식 만드는 과정을 대폭 삭제한 대신 주인공 혜원(김태리 분)을 비롯한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강화했다.

    어쩌면 혼자 논농사도 짓고, 오리도 잡는 등 무엇이든 척척 해내는 이치코보다 같은 동네에 사는 큰고모와 재하(류준열 분), 은숙(진기주 분) 등 친구들의 도움으로 시골살이를 이어가는 혜원이 더 사실적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래서일까, 한국판에서는 일본 영화를 통해 느꼈던 힐링이나 주인공처럼 살고 싶다는 동경이 좀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우회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본판과 달리 혜원과 주변인이 전하는 시골 생활을 통한 삶의 깨달음은 너무 직접적이어서인지 그 울림도 크지 않다. 미처 한국식으로 바꾸지 못하고 원작을 그대로 차용한 밤 조림 등 왜색 깊은 레시피나 소품까지 영화에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게 한다. 일본 영화보다 한국 영화를 먼저 봤다면 지금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두 영화가 주는 메시지나 감성이 다른 것만은 사실이다.

  • 영화 '리틀 포레스트'(한국) 스틸컷
    ▲ 영화 '리틀 포레스트'(한국) 스틸컷
    ‘리틀 포레스트’는 원작 만화는 물론 일본과 한국의 영화 모두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서로 다른 매력 있는 세 작품이기에 어느 것이 가장 좋은지는 취향에 따라 달라질 듯 하다. 하지만 ‘리틀 포레스트’ 본연의 매력을 오롯이 느끼기에는 시간의 여백과 디테일이 정교하게 맞물린 일본 영화가 가장 좋지 않을까 한다. 지친 삶에 힐링이 필요하다며, 일본 영화의 여름편과 가을편은 꼭 한번 찾아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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