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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이 처음 훈민정음을 창제했을 때 한글은 지금과 다른 부분이 많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띄어쓰기다. 현대 국어에서는 글의 뜻을 더욱 분명하게 해주는 띄어쓰기를 중요하게 여기지만, 한자를 썼던 관습을 따라 한글이 창제된 이후에도 오랫동안 띄어쓰기를 하지 않았다. 한글에 띄어쓰기가 적용된 것은 불과 120여 년 전의 일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띄어쓰기가 적용된 최초의 한글 문헌은 1877년 영국인 목사 존 로스(John Ross)가 쓴 ‘조선어 첫걸음(Corean Primer)’이다. 중국에서 선교사로 활동하다 압록강을 건너온 한약 장수 이응찬에게 한국어를 배운 것으로 알려진 존 로스 목사는 한글 문장을 영어식으로 띄어 쓰고, 여기에 영어 단어로 발음을 표기했다.
한글에 본격적인 띄어쓰기가 도입된 것은 1896년 창간된 ‘독립신문’을 통해서다. 독립신문은 미국인 호머 헐버트 박사가 주창한 한글 띄어쓰기 도입을 받아들여 적용하고, 본격적인 띄어쓰기 보급에 앞장섰다. 호머 헐버트 박사는 띄어쓰기 이외에도 한글에 가운뎃점(·) 찍기를 처음 도입하고, 아리랑에 최초로 음계를 붙여 보급한 이다.
이후 한글 띄어쓰기는 조선어학회가 1993년 띄어쓰기를 한글 맞춤법 통일안에 반영하며 보편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글 띄어쓰기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사례는 다양하다. ‘몸만들어오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한 원룸 입주자 모집 전단은 ‘몸만 들어오세요’라는 원래의 의도와 달리 ‘몸 만들어 오세요’라고 해석되어 한동안 인터넷 유머게시판에 회자되기도 했다.